감독
힐러리 브라우어 Hilary Brougher

주연
틸다 스윈튼....리디 크레인
Tilda Swinton....Lydie Crane
앰버 탬블린....스테파니 데일리
Amber Tamblyn....Stephanie Daley
티모시 허튼....폴
Timothy Hutton....Paul
데니스 오헤어....프랭크
Denis O'Hare....Frank
멜리사 레오....미리
Melissa Leo....Miri
짐 개피건....조
Jim Gaffigan....Joe
헤일리 파이퍼....로나
Halley Feiffer....Rhana

스테파니 데일리

[스테파니 데일리]는 [끈적이는 시간의 손길]의 힐러리 브라우어가 만든 두 번째 영화입니다. 거의 10년만이죠. 그 동네에서도 인디 영화 만드는 사람들은 어려운가 봅니다. 하긴 어딘들 안 그렇겠어요.

영화의 이야기는, 우리나라 같으면 포탈에 뜨자마자 댓글전쟁이 벌어질 법한 센세이셔널한 사건에서 출발합니다. 주인공 스테파니 데일리는 뉴욕주의 작은 마을에 살고 있는 평범한 고등학생인데 스키장 화장실에서 아기를 낳고 그 아기를 유기하죠. 그러면서 자기가 임신했는지도 몰랐고 아기는 사산했다고 주장하는 거예요. 여기서 법정 심리학자인 리디 크레인이 진상을 밝히기 위해 등장하는데, 이 사람은 지금 임신 중이고 저번에 한 번 뱃속의 아기를 잃은 적도 있어서 스테파니의 이야기가 남일 같지 않죠.

[스테파니 데일리]는 정치적 목표가 분명한 영화입니다. 아무리 감독이 부정해도 영화의 관점은 분명해요. 영화는 스테파니 데일리의 비극이 이 아이가 속해 있는 미국 중서부의 환경과 연결되어 있다는 걸 분명히 합니다. 특히 공격의 대상이 되는 건 이들을 지배하는 보수적인 기독교적 분위기죠. 그곳은 아이들에게 금욕을 강요하고 성교육을 막는 정도를 넘어 신앙을 잃은 아이가 집단 따돌림당하고 학교 선생이 나다니엘 호손을 가르치면서 "세상엔 인간과 신의 관계만큼 중요한 것은 없어!"라고 윽박지르는 곳이에요. (아, 이 양반은 정말 혐오스러웠죠.) 물론 이 이야기는 낙태에 대한 보다 보편적인 의견 제시로 확장될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브라우어는 정말로 관객들에게 메시지를 강요하지는 않습니다. 대신 관객들에게 스테파니 데일리와 리디 크레인의 경험을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유도합니다. 이 영화의 핵심이 되는 건 죽은 아기에 대한 미스터리가 아니라 아기를 낳고 잃고 버린 두 여자가 겪는 불안과 공포, 죄의식이죠. 이것들은 꼭 어떤 방향으로 흐를 필요는 없습니다. 그 자체로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해요.

다소 밋밋하게 끝날 가능성이 농후한 영화지만, 다행히도 브라우어는 두 주연배우인 틸다 스윈튼과 앰버 탬블린의 덕을 단단히 보고 있습니다. 이들은 외모부터 근사한 콘트라스트를 이루는 데다 앙상블도 훌륭해요. 둘 다 캐릭터의 아픈 속을 드러내는 데 전혀 주저하지 않고요. (07/04/06)

DJUNA

기타등등

앰버 탬블린이 '계시'에 대해 중얼거릴 때는 [Joan of Arcadia]가 떠오르지 않을 수 없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