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에드가 G. 울머 Edgar G. Ulmer

주연
지미 라이든....폴 카트라이트
Jimmy Lydon....Paul Cartwright
워렌 윌리엄....브레트 커티스
Warren William.... Brett Curtis
샐리 아일러스....버지니아 카트라이트
Sally Eilers....Virginia Cartwright
레지스 투미....마틴 빈센트 박사
Regis Toomey....Dr. Martin Vincent
찰스 안트....뮐바흐 교수
Charles Arnt....Prof. Muhlbach
조지 리드....벤자민
George Reed....Benjamin
제인 하자드....도로시 카트라이트
Jayne Hazard....Dorothy Cartwright
지미 클락....조지 하노버
Jimmy Clark....George Hanover
메리 맥레오드...리디아
Mary McLeod....Lydia
피에르 왓킨....월레스 암스트롱 검사
Pierre Watkin....Dist. Atty. Wallace Armstrong

폴이 아파요.

에드가 G. 울머의 [기이한 환영]은 '필름 느와르 버전 [햄릿]'이라는 별명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 이유는 이 영화가 일단 필름 느와르이고... [햄릿] 스토리를 노골적으로 차용하고 있으니까요. 심심하군요.

영화는 폴 카트라이트라는 청년의 꿈에서 시작됩니다. 그는 교통사고로 죽은 아버지와 수상쩍은 남자가 나오는 불길한 꿈을 꾸고 그게 예지몽이라고 생각합니다. 변호사로부터 배달된 아빠의 편지를 읽고 허겁지겁 집으로 돌아온 그는 엄마 버지니아가 커티스라는 수상쩍은 남자와 연애 중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죠. 점점 그가 꿈에서 봤던 일들이 현실에서도 일어나자, 그는 커티스가 아빠가 다룬 미해결 사건의 범인이라고 확신하고 그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수사를 시작합니다.

네, 아귀가 맞아 떨어지죠. 폴은 햄릿입니다. 버지니아는 거트루드고요. 엄마를 노리는 커티스는 클로디어스이고 그는 정말로 선왕 햄릿, 아니 폴의 아빠를 살해했습니다. 폴의 여자친구 리디아는 오필리아이고, 그를 도와주는 빈센트 박사는 호레이쇼쯤 되겠죠. 이 정도면 아귀가 비교적 잘 맞아떨어지는 편이죠?

[햄릿]을 프로이트와 연결해 해석하는 건 40년대엔 당연했습니다. 이런 식의 개작 영화가 나와도 이상할 건 없죠. 하지만 [기이한 환영]은 자주 비교되는 [스펠바운드]처럼 순수한 정신분석 영화가 아닙니다. 폴의 꿈은 정신분석학의 대상이 아니에요. 초자연적인 예지몽이지요. 나중에 그 꿈을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핑계를 넣었다면 재미있었겠지만, 세월이 어느 정도 흐르고 난 지금 와서 보면 오히려 순수한 예지몽으로 다루는 게 더 그럴싸한 것 같습니다. [스펠바운드]의 정신분석 같은 건 요새 보면 그냥 웃기잖아요.

영화는... 별로 안 진지합니다. 필름 느와르의 컴컴한 어법으로 끌어가는 영화이긴 해요. 하지만 이 영화는 [우회] 같은 정통 필름 느와르는 절대로 아닙니다. 일단 우리의 틴에이저 주인공들이 너무 밝아요. 40년대식 촌스러운 은어로 대화를 나누는 폴과 친구들은 꼭 [앤디 하디] 영화에서 튀어나온 것 같아요. 중간에 "우리 헛간에서 뮤지컬을 하자!"라고 외치며 노래를 불러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더군요. 악당들도 딱 [하디 보이즈]에 나오는 악당 수준이라, 이 영화에서는 정말로 나쁜 일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악당들이 바보짓을 하는 동안 우리의 주인공 폴은 모든 진상을 밝혀내고 엄마를 구하죠. 마지막 꿈에 따르면 그는 멋대로 자기 엄마의 새 남자친구까지 정해주는 것 같습니다.

이 영화에서 가장 흥미로운 건 커티스라는 캐릭터의 묘사입니다. 그는 복수심에 불타는 악당이기는 하지만 구제불능의 성추행범이기도 합니다. 버지니아에게 눈독을 들이면서 주변의 젊은 여자들에게 추근덕거리고 그들을 성희롱하는 그의 모습은 상당히 사실적입니다. 물론 당시에도 성추행범들은 얼마든지 있었겠지만, 이 정도로 묘사가 노골적이고 그에 대한 분명한 개념 정립이 되어 있는 40년대 영화는 거의 못 본 것 같아요. 물론 울머의 필모그래피에서 보면 그렇게 독특한 묘사는 아니죠. 그의 초기 대표작인 [검은 고양이]에도 비슷한 묘사는 많으니까요.

시네마테크의 보도 자료에 따르면 울머는 이 영화를 6일만에 찍었다고 하는군요. 다른 자료에 따르면 15일만에 찍었다고 하고요. 어느 쪽이 사실이건 엄청나게 빨리 찍은 거죠. 그래도 영화는 [우회]처럼 가난해 보이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부잣집 도련님의 호화로운 배경이 꽤 잘 살아 있는 편이에요. 제작비가 이전보다 조금 넉넉했거나 운이 좋았던 거겠죠. 아니면 그게 다 실력이거나. (06/09/25)

DJUNA

기타등등

1. 이 영화의 주인공 지미 리어든은 미키 루니의 [앤디 하디] 시리즈와 거의 같은 성격의 연작 시리즈인 [헨리 올드리치]의 주연배우였습니다. 40년대 청소년 시리즈의 고정된 연기 스타일이 그대로 남아 있는 것도 그 때문이겠죠.

2. 시네마테크 자막 번역은 슈만을 계속 슈베르트라고 쓰고 있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