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마틴 더피 Martin Duffy

주연
댄 콜리...로칸
Dan Colley....Lorcan
로칸 크라니치....키아란
Lorcan Cranitch....Ciaran
존 커....데시 오코너
John Keogh....Dessie O'Connor
조안 커난....외계인 소녀
Joanne Kernan....Alien Girl
아일리 킬가논....로지 맥커프
Eily Kilgannon....Rosie McKeogh
휴 오코너....버크 신부
Hugh O'Conor....Father Burke
랄로 로디....가다 로일
Lalor Roddy....Garda Royle
로버트 쉬한....댄
Robert Sheehan....Dan
팻 스위니....레니 맥커프
Pat Sweeny....Renie McKeogh
젠스 윈터....외계인 파일럿
Jens Winter....Alien Space Pilot

댄

[그 해 여름의 비행접시] 중반에 보면 동네에 불시착한 외계인 소녀와 남자주인공 댄이 동네에 텐트 치고 상영하는 순회극장에 [지구가 정지된 날]을 보러 들어가는 장면이 나와요. 정작 영화 앞에 상영되는 험악한 외계인 침략 영화의 예고편을 보다 겁에 질려 본 영화는 보지도 못하고 빠져나오지만요. 하지만 만약 댄과 외계인 소녀가 조금만 더 진득하게 앉아 영화를 봤다면 [지구가 정지된 날]를 아주 즐겁게 봤을 겁니다. 바로 자기네들 이야기였을 테니까 말이죠. 마틴 더프의 [그 해 여름의 비행접시]는 아일랜드 시골 마을 버전 [지구가 정지된 날]입니다. 이 영화의 외계인들은 클라투처럼 설교쟁이는 아니지만요.

영화는 학교 선생 댄이 막 방학을 맞은 학생들에게 비디오를 통해 40여년 전 자기가 직접 겪었던 이야기를 들려주는 형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당시 댄은 기숙학교에 다니다 여름방학을 맞아 고향동네인 보수적인 아일랜드 시골마을에 돌아오는데, 마을 사람들은 학교에서 거의 히피가 되어 돌아온 댄을 그렇게 달갑게 생각하지 않죠. 그런데 그 마을엔 댄보다 더 심각한 이방인들이 도착했으니, 예쁜 외계인 소녀와 그 소녀의 비행교사가 탄 비행접시가 기기 고장을 일으켜 불시착한 것이죠. 우연히 소녀와 마주친 댄은 그들의 정체를 숨기고 비행접시를 수리할 수 있게 돕는데, 그러다 자연스럽게 외계인 소녀와 사랑에 빠집니다.

참 나이브한 영화입니다. 원래부터 세련된 SF 따위는 생각하지도 않는 작품이에요. 외계의 신비보다 60년대 아일랜드 시골 마을의 세대차 갈등에 더 신경을 쓰는 영화죠. 사실 이 영화의 이방인들은 외계인이 아니라도 별 상관 없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믿는 것처럼 폴란드 출신 공산주의자 히피여도 상관없죠. 그런 조합은 지금 와서 보면 외계인보다 더 부조리하지만 말입니다.

이런 의도적인 나이브함은 영화에 기분 좋은 낙천주의를 부여합니다. 60년대라는 격동의 시대를 거치면서 어쩔 수 없이 변화하는 세계에 합류하게 된 아일랜드 시골 사람들의 이야기에 외계인 설정을 깔자 영화의 충돌은 훨씬 온화해지고 결말은 거의 완벽한 해피엔딩이 되거든요. 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외계인 설정 때문에 주인공 댄의 회상은 사실적인 회고담보다 훨씬 감상적이고 복고적이 됩니다. 하긴 이 영화의 SF적 상상력도 딱 당시 수준이에요. 동네 배우들이 아무런 분장도 하지 않고 외계인인 척 하면 관객들이 다 믿어줄 거라고 생각하죠. 가끔 그랬던 때가 그립기도 합니다만... (08/07/24)

DJUNA

기타등등

외계인 우주선을 수리하기 위해 이 영화에 등장하는 특정 금속을 찾으러 다니는 이야기로는 [The Cat from Outer Space]가 있죠. 이 영화 기억하시는 분 계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