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대니 보일 Danny Boyle

주연
로즈 번....캐시
Rose Byrne....Cassie
클리프 커티스....시얼
Cliff Curtis....Searle
크리스 에반스....메이스
Chris Evans....Mace
트로이 개리티....하비
Troy Garity....Harvey
킬리안 머피....카파
Cillian Murphy....Capa
히로유키 사나다....카네다
Hiroyuki Sanada....Kaneda
마크 스트롱....핀백커
Mark Strong....Pinbacker
베네딕트 웡....트레이
Benedict Wong....Trey
양자경....코라존
Michelle Yeoh....Corazon

카파

[선샤인]의 시대배경은 21세기 중반. 얼마 전부터 태양이 슬슬 꺼져가고 있어서 인류는 멸망을 앞두고 있죠. 해결책은 맨하탄만한 크기의 핵탄두를 터트려 태양을 되살려내는 것. 그를 위해 떠난 이카루스 1호가 7년 전에 실종되었기 때문에 이제 인류의 마지막 희망은 이카루스 2호밖에 없습니다. 폭탄을 만드느라 지구에 있는 방사능 물질들을 다 쏟아부었기 때문에 2호까지 실패하면 더 이상 희망이 없습니다.

이게 말이 되냐고요? 전 뭔가 설명이 있으려니...하고 기다렸지만 영화는 끝끝내 왜 태양이 죽어가는지 이야기를 안 하더군요. "태양이 꺼져가! 그래서 우리가 재점화하려고 해!"가 설명의 전부예요. 그래서 공식 페이지로 달려가 이 영화의 과학자문인 물리학자 브라이언 콕스의 설명을 들어봤죠. 그에 따르면 큐볼이 태양을 안에서 갉아먹고 있어서 이런 일이 일어났답니다. 관심있는 분들은 여기로 가보시길.

왜 영화는 이 설정을 직접 밝히지 않았을까요? 그랬다면 꽤 재미있는 하드 SF가 나올 수 있었을 텐데요. 아마 이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은 구체적인 과학보다 신과 대면하는 인간의 뉴에이지적인 명상에 더 관심이 있었던 모양입니다. 전 이게 이 영화의 첫 번째 실수라고 생각합니다.

하여간 여덟 명의 승무원들이 우주선을 타고 태양을 향해 날아갑니다. 그런데 왜 유인 우주선일까요? 이카루스의 임무는 지금의 화성 탐사선들보다도 간단합니다. 그냥 태양에 핵탄두를 투하하는 미사일이나 다름없거든요. 괜히 승무원들을 태워서 일을 복잡하게 만들 필요가 없어요. 이유는 당연합니다. 드라마를 만들기 위해서죠. 하지만 그 드라마를 보면 이게 엄청난 실수라는 걸 알게 됩니다. 이카루스 1호가 실패하고 이카루스 2호가 거의 실패 직전까지 가는 것도 (이것도 스포일러인가요? 설마요.) 모두 딴 생각이 지나치게 많은 인간들 때문이거든요. 그냥 이카루스의 인공 지능에게 맡겼다면 7년 전에 아무런 문제 없이 일이 끝났죠.

[선샤인]을 보면서 짜증이 나는 가장 큰 이유는 이들의 행동이 굉장히 바보스럽기 때문입니다. 몇십억 지구인들 중 골라서 뽑은 엘리트들임에도 뭐 하나 똑바로 하는 게 없어요. 이 영화의 모든 드라마들은 바보스러운 실수들에 의해 촉발됩니다. 이건 문제가 있는 거죠. 게다가 이 실수들로 인해 터져나오는 드라마들은 모두 50년대 SF에나 나올 법한 진부한 클리셰의 반복입니다.

과학적인 디테일도 믿을 수 없습니다. 근미래를 무대로 한 SF에서 디테일을 평가할 수 있는 가장 기초적인 질문은 '우주선의 중력을 어떻게 묘사하고 있는가'인데, 이 영화는 여기서 그냥 낙제입니다. 이카루스는 엄청나게 큰 우주선이지만 인공중력을 만드는 장치는 그 어디에도 보이지 않아요. 그러면서도 늘 바닥을 향하고 있는 안정된 중력이 어디선가 주어지죠. 진공 상태에서 눈이 터져 나오는 따위의 과장이 없어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까요. 그래도 이카루스 1호와 이카루스 2호가 만나는 장면은 정말...

요약해서 말한다면 전 [선샤인]이 진지한 하드 SF로 만들었다면 훨씬 좋았을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근사한 배우들을 데리고 인상적인 아이디어와 좋은 특수효과로 영화를 끌어가면서 신과 우주에 대해 묵상하고 싶어도 일단 기초에 충실해야죠. (07/04/05)

DJUNA

기타등등

마지막 장면에 나오는 꼬맹이들의 성이 모두 맥도널드던데 혹시 앤드루 맥도널드의 아이들이 아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