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조나단 모스토우 Jonathan Mostow

주연
브루스 윌리스....그리어
Bruce Willis....Greer
라다 미첼....피터스
Radha Mitchell....Peters
로자먼드 파이크....매기
Rosamund Pike....Maggie
보리스 코조....스톤
Boris Kodjoe....Stone
제임스 프랜시스 긴티....캔터
James Francis Ginty....Canter
제임스 크롬웰....늙은 캔터
James Cromwell....Older Canter
빙 라임스....예언자
Ving Rhames....The Prophet
잭 노즈워시....스트릭랜드
Jack Noseworthy....Strickland

애덤 새비지 사진인 줄 알았어요.

대리모 이야기가 아닙니다. 이 영화의 'surrogate'는 인간을 대신하는 로봇이에요. 집에서 침대나 안락의자에 편하게 누워있는 인간이 뇌파로 로봇을 조종하고 로봇은 인간 대신 세상 밖으로 나가 이전까지 인간이 하던 일을 대신 하는 겁니다.

괜찮죠? 이 기계가 현실화된다면 여러 모로 쓸모가 있을 겁니다. 장애인들은 행동의 자유를 얻을 수 있을 것이고 소방관이나 군인들처럼 위험한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로봇을 대신 현장에 투여할 수 있을 겁니다. 해저나 지구 궤도에 로봇을 보내 인간 대신 영구 거주 시킬 수도 있겠죠. 가능성은 무궁무진합니다.

그러나 영화는 이 재미있는 기계에 대한 다소 엉뚱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캔터라는 천재 과학자가 써로게이트를 발명한지 17년 뒤, 인류의 98퍼센트가 오로지 써로게이트를 통해서만 외부 활동을 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드레드라는 반기계주의 집단을 제외하면 써로게이트를 쓰지 않는 사람의 퍼센트는 거의 0입니다.

이게 말이 됩니까? 물론 써로게이트는 유용한 기계입니다. 잘 쓰면 편리하겠죠. 잘못 쓰다보면 우리가 인터넷에 중독되듯 중독될 수도 있겠죠. 하지만 전 인류가 써로게이트에 중독된다? 이게 말이 됩니까?

하나씩 따져보죠. 척 봐도 써로게이트는 비싼 기계입니다. 차 몇 대 가격은 될 걸요. 게다가 운용하려면 계속 돈이 듭니다. 만약 전세계가 써로게이트를 쓰고 있다면 빈곤 문제와 에너지 문제는 100퍼센트 해결되고 전세계 사람들은 모두 기계 문명 속에서 살고 있다는 말이 됩니다. 한 번 마사이 족 사냥꾼이 천막에 누워 써로게이트로 사냥감을 쫓는 걸 상상해보시죠.

게다가 써로게이트가 과연 우리의 욕구를 완벽하게 충족시켜 줄 수 있을까요? 예를 들어 외식은 어떻습니까? 써로게이트를 쓰기 시작한 뒤로 사람들은 갑자기 외식에 대한 욕구를 잃었나요? 건강이나 위생 문제는 어떻습니까? 써로게이트만 쓰는 사람들의 건강은 극도로 나빠질 수밖에 없습니다. 안전 문제는 어떻습니까? 영화는 써로게이트 사용 이후 범죄가 급격히 줄었다고 주장하지만 말도 안 됩니다. 만약 써로게이트를 쓰는 강도가 사용자를 공격하면 사용자는 거의 무방비 상태가 됩니다. 심지어 이 영화에도 그런 장면이 하나 나오죠.

그리고 이 영화에서 사람들이 써로게이트를 쓰는 방식은 정말로 괴상합니다. 만약 써로게이트가 그렇게 유용하다면 사람들은 그 유용성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사용할 것이고, 테크놀로지도 그 방향으로 진화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 사람들은 여전히 자동차와 전철을 타고 출퇴근을 하며 휴대 전화로 통신을 하고 LCD 모니터로 컴퓨터를 봅니다. 심지어 이들은 아직도 USB 메모리로 정보를 옮기더군요. 그럼 써로게이트를 쓰는 이유가 도대체 뭡니까?

아, 그리고 이들의 외모는요? 만약 써로게이트 같은 로봇이 생기면 로봇의 디자인은 엄청나게 다양해 질 수 있을 겁니다. 일본 만화 주인공처럼 생긴 애들에서부터 신화 속 주인공, 건담 로봇, 네 발 달리고 날개 달린 괴물에 이르기까지 온갖 종류의 로봇들이 돌아다닐 걸요. 하지만 이 세계에서 우리가 볼 수 있는 써로게이트는 메이크업을 진하게 하고 포토샵을 과하게 한 광고 모델처럼 생긴 사람들뿐입니다.

내용 이야기를 안 했나요? 써로게이트 파괴사건을 수사하는 FBI 요원 이야기입니다. 범인이 사용한 특별한 무기를 쓰면 써로게이트 뿐만 아니라 써로게이트의 사용자도 죽는다는군요. 그래서 수사를 해봤더니 써로게이트 회사와 관련된 음모가 있었고 그걸 또 파 봤더니 더 끔찍한 음모가 진행 중이어서 주인공이 맨 몸으로 범인을 잡고 인류를 구하기 위해 뛰어다닌다는 이야기입니다. 너무나도 전형적인 SF 수사물의 공식이라 여기에 대해 별다른 논평을 할 의욕이 느껴지지 않는군요.

그래도 주제에 대해서는 몇 마디 하고 싶습니다. 영화는 써로게이트를 인간의 진정한 소통을 막는 기계 문명의 상징으로 이용하고 있습니다. 저보고 말하라면 웃기지도 않는 소리라고 말하겠습니다. 기계 문명, 소통에 대한 일반론 전체를 무시하지는 않겠습니다만, 영화가 그리는 세계는 그냥 말도 안 되지 않습니까? 존재할 가능성이 없는 세계를 그리면서 그 세계를 비판하는 것은 그냥 쓸모 없는 짓이란 말입니다.

SF 액션물로는 어떠냐고요? 인간보다 힘이 세고 빠른 기계인 써로게이트를 이용한 몇몇 액션 장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별로 많이 나오지도 않고 인상적인 장면도 없어요. 가발 쓰고 메이크업을 한 브루스 윌리스와 라다 미첼이 로봇 연기를 하면서 탐문수사를 하는 장면이 절반 정도. 나중에 브루스 윌리스는 메이크업을 벗고 나오지만 그래도 다른 사람들은 여전히 로봇 연기를 하고 있으니 역시 재미는 없습니다. 써로게이트의 아이덴티티를 이용한 장난도 조금 나오지만 역시 관객들의 허를 찌르는 반전 같은 건 없습니다. 다시 말해 극히 평이하기만 한 영화란 말입니다. (09/09/24)

DJUNA

기타등등

[게이머]와 [써로게이트] 모두 원격조종으로 늘씬한 여자 행세를 하는 벌거벗은 뚱뚱한 변태 백인 남자들이 나오더군요. 슬슬 이들의 인권도 신경 써주어야 할 때가 된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