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정정화

주연
박진희....한지호
조한선....동식
이기우....민우
김동욱....지훈

지호

[달콤한 거짓말]은 “뭐야, 설정이 왜 이렇게 뻔해?”로 시작했다가 “어? 예상외로 잘 만들었고 재미도 있네?”로 끝나는 코미디 영화입니다. 전에 봤던 [과속스캔들]과 비슷한 부류더군요. 이렇게 야심 없는 평범한 장르물을 열심히 만드는 실력있는 전문가들을 보면 기분이 좋죠. 우리에겐 이런 사람들이 더 필요합니다.

영화는 기억상실 코미디입니다. 주인공이 진짜로 기억상실에 걸린 게 아니라 기억상실증에 걸린 척 하는 거죠. 어쩌다가? 교통사고를 당했는데, 알고 봤더니 차를 운전한 사람이 고등학교 때 짝사랑했던 선배였어요. 어떻게든 둘 사이를 엮어보려고 잠시 기억을 잃은 척 했는데, 그게 슬슬 꼬여가는 겁니다.

전 이런 설정을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아요. 유치해서가 아니에요. 전 거짓말이 들통날까봐 걱정하는 것이 정말 고통스럽습니다. 아마 제가 느꼈던 이 영화의 체감 러닝타임은 다른 사람들 것보다 몇 분 길었을 겁니다. 하지만 이건 순전히 취향의 문제입니다.

하지만 그런 저 같은 관객들도, 이 영화가 소재를 최대한으로 뽑았고 그것을 재미있는 스토리로 엮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이 영화는 굉장히 부지런해요. 평범한 아이디어에 기반을 두고 있고 평범한 결말로 우리를 인도하긴 하지만 적어도 이야기가 진행 되는 동안 우린 굉장히 많은 농담들을 접하게 됩니다. 심지어 영화가 작정하고 멜로드라마로 넘어가는 동안에도 농담은 떨어질 줄 몰라요. 중반 이후에는 어쩔 수 없는 자기 반복에 빠지기도 하고 몇몇 농담들은 다른 농담들보다 질이 떨어지긴 하 지만 이렇게 부지런히 사격을 해대니 터지는 농담들의 수가 상당합니다.

종류도 다양합니다. 박진희의 슬랩스틱과 코미디 연기에 의해 주도되는 농담들이 가장 많지만 (그리고 가장 재미있지만) 소재의 진부함을 역이용해 뒷북을 치는 농담들도 있고, 순전히 영화적 리듬감에 의해 주도되는 농담들도 있으며, 패러디와 특수효과를 이용한 판타지도 있습니다. 중간중간에 나오는 카메오들도 효과가 좋고요. 몇몇 농담은 그냥 제 심금을 울리더군요. 특히 박진희의 기획서 농담은 그냥 농담 같지 않더라고요.

역시 박진희가 있으니까 이런 농담들도 가능합니다. 충분히 예쁘면서도 생활인의 구차함과 아줌마스러움을 그럴싸하게 뽑아내어 과장하는 배우의 솜씨가 일품이지요. 상대적으로 남자배우들의 이미지나 힘이 조금 약하긴 하지만 주연 배우 혼자 이만큼 했다면 불평할 필요가 없지요. 그래도 조한선이 조금만 더 잘해주었으면 좋았을 것 같지만 말입니다. 지금도 이미지는 잘 맞는 편이에요. (08/12/02)

DJUNA

기타등등

중간에 홈에버 간접광고가 나오더군요. 한발 늦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