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브렉 아이스너 Breck Eisner
펠릭스 엔리케스 알칼라 Félix Enríquez Alcalá
존 포셋 John Fawcett
토브 후퍼 Tobe Hooper
제레미 폴 케이건 Jeremy Paul Kagan
마이클 카틀먼 Michael Katleman
세르지오 미미카 게잔 Sergio Mimica-Gezzan
브라이언 스파이서 Bryan Spicer
제프 울노프 Jeff Woolnough
토머스 J. 라이트 Thomas J. Wright

주연
다코타 패닝....앨리슨 클락
Dakota Fanning....Allison Clarke
스티브 버튼....러셀 키스
Steve Burton....Captain Russell Keys
데스몬드 해링턴....제시 키스
Desmond Harrington....Jesse Keys
애덤 카우프먼....찰리 키스
Adam Kaufman....Charlie Keys
줄리 벤즈....케이트 키스
Julie Benz....Kate Keys
캐서린 덴트....샐리 클락
Catherine Dent....Sally Clarke
안톤 옐친....제이콥 클락 (아역)
Anton Yelchin....Jacob Clarke (child)
채드 도넬라....제이콥 클락
Chad Donella....Jacob Clarke
라이언 허스트....톰 클락
Ryan Hurst....Tom Clarke
채드 모건....베키 클락
Chad Morgan....Becky Clarke
에밀리 버글....리사 클락
Emily Bergl....Lisa Clarke
조엘 그리츠....오웬 크로포드
Joel Gretsch....Owen Crawford
앤디 파워스....에릭 크로포드
Andy Powers....Eric Crawford
라이언 메리먼....샘 크로포드
Ryan Merriman....Sam Crawford
헤더 도나휴....메리 크로포드
Heather Donahue....Mary Crawford
매트 프르워....체트 웨이크먼
Matt Frewer....Chet Wakeman
마이클 모리어티....토머스 캠벨
Michael Moriarty....Thomas Campbell
티나 홈즈....앤 캠벨
Tina Holmes....Anne Campbell
마이클 제터....빌 제프리스
Michael Jeter....Bill Jeffries
에릭 클로즈....존
Eric Close....John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리사와 앨리

[테이큰]은 로스웰 추락 사건과 회색 외계인들과 연관된 세 가족의 50년에 걸친 이야기입니다. 가장 먼저 소개되는 키스 가족은, 러셀 키스 대위가 2차 세계대전 때 외계인에게 납치된 뒤로 3대에 걸쳐 외계인들의 실험 대상이 됩니다. 클락 가족은, 웨이트리스 샐리 클락이 로스웰에서 살아남은 변신 외계인과 사랑을 나누고 외계인 혼혈아인 제이콥을 낳은 뒤 역시 외계인의 유전자 조작 실험의 대상이 되고요. 앞의 두 가족이 희생자들라면, 마지막 크로포드 가족은 추적자입니다. 1대인 오웬 크로포드 대위가 로스웰 사건과 연결되면서부터 아들 에릭과 손녀 메리에 이르는 3대가 외계인들의 음모를 밝히기 위해 노력하니까요.

[테이큰]은 로스웰 사건을 음모론자의 관점에서 해석하려는 가장 최근의 시도입니다. 덕택에 공군의 실험용 기구 이야기와 같은 공식적인 해명들에 대한 반박과 같은 것들은 최근 정보에 맞추어 업데이트되었습니다. 로스웰 비행접시를 바탕으로 한 분해공학적 시도, 공군 헬기들을 동원하고 나타난 UFO들과 관련된 목격담, 외계인 피납자들의 경험처럼 유명한 소문들도 적당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고요.

그렇다고 [테이큰]이 자기네들이 진짜라고 생각하는 이야기만 하는 건 아닙니다. 샐리 클락과 사랑을 나누는 외계인 존이 대표적인 예죠. 작가들이, 정말로 회색 외계인이 자유자재로 변신이 가능한 존재라고 생각하며 이 이야기를 쓰지는 않았을 겁니다. 아무리 어떤 종류의 믿음이 바탕에 깔려있다고 해도 [테이큰]은 여전히 소문을 소재로 빌린 픽션입니다.

[테이큰]에서, 비슷한 소재를 다룬 다른 작품들과 가장 두드러지게 차이가 나는 점은 그 소박하고 노골적인 직설법입니다. [테이큰]은 미스터리와 음모론은 지워버리고, 외계인들에게 말려든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냥 차분하게 보여줍니다. 그것도 50년이나 되는 기간 동안 일어난 일들을 가감없이 모두요.

내용 자체도 거의 제작자 스필버그의 전작들이 연상될 정도로 낙천적입니다. 이 작품의 회색 외계인들은 [엑스 파일]의 회색 외계인들과는 달리 소통이 가능한, 비교적 덜 위협적인 존재들입니다. 키스 가족과 클락 가족이 50여년 동안 겪는 일들은 모두 지구인과 외계인 사이에서 벌어지는 덜컹거리는 교류의 과정이지요.

그 교류의 절정은 외계인들의 유전자 조작 프로젝트에 의해 탄생된 소녀 앨리입니다. 여기서부터 이야기는 기독교적인 우화로 흘러갑니다. 앨리는 SF버전 예수입니다. 앨리가 태어나기 위해 클락과 키스 가족들이 겪는 이야기는 마치 아무개는 아무개를 낳고...로 이어지는 구약 성서를 읽는 것 같고요. 앨리를 쫓는 크로포드 가족과 군부대 사람들은 예수를 십자가에 못박는 로마인들과 유태인 제사장들이겠지요. 앨리는 예수처럼 사람들을 치유하고, 메시지를 남기고, 다시 올 것을 약속하며 사라집니다. 굉장히 교조적이 될 수도 있었던 이야기가 그 함정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건, 두 종족의 조우를 1대1의 관계로 묘사하며 교류의 가능성을 열어둔 설정 때문일 겁니다.

그러나 [테이큰]의 이야기는 여러가지 면에서 그렇게 잘 먹히지 않습니다. 두 가지 이유 때문이지요. 첫째, 소재를 다루는 방식이 그렇게 적절한 편이 아니고, 둘째, 각본이 그렇게 완성도가 높은 편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일단 시리즈의 접근법은 로스웰의 소문을 들려주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무시무시한 우주적 음모론의 분위기와 스필버그적이라고 할 수 있는 낙천주의는 쉽게 결합될 수 있는 게 아니죠. 비교적 사실적인 속임수가 필요한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과학적 설명이 종종 한심할 정도로 빈약한 것 역시 문제가 되고요.

가장 눈에 걸리는 건 변신 외계인의 설정입니다. 그런 변신 외계인이 지구인 여자와 섹스해서 혼혈종이 태어났다는 설정 역시 믿어지지가 않고요. 시리즈는 이런 피납 이야기가 나올 때 늘 등장하는 "도대체 회색 외계인들이 그렇게 쓸데없는 짓을 몇 십 년 동안 계속하는 이유가 뭐래?"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도 제공해주지 못합니다. 그렇지 않나요? 제가 회색 외계인이라면 50년 동안 지루하게 기다리는 대신 그냥 유전자 조작으로 필요한 종을 만들어 버릴 겁니다.

회색 외계인이 지나치게 '나이브'하게 묘사된 것도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자기네들이 모두 과학자라고 말하는 존의 이야기는 거의 [ET]에서 따온 것 같습니다. 감정의 가치에 대한 지나치게 감상적인 접근법도 먹히지 않고요.

더 큰 문제는 각본이 그냥 나쁘다는 것입니다. 특히 캐릭터들은요. [테이큰]은 설득력없는 캐릭터들과 미심쩍은 심리 묘사, 이해되지 않는 동기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톰 클락이 회의주의자에서 UFO 옹호론자로 넘어가는 전환점이 과연 제대로 그려졌나요? 에릭 크로포드와 베키 클락의 짧은 로맨스가 두 주인공들에게 그만큼 강한 심경의 변화를 불러일으킬 정도였습니까? 오웬 크로포드는 정말로 UFO 잔해를 얻기 위해 살인까지 저질러야했을까요? (그리고 보통 잔해인 줄 알았던 그 물건이 정말로 중요한 단서일 확률은 또 얼마나 될까요?) 목표를 위해서라면 연인까지 살해할 정도로 매정한 인물인 메리 크로포드가 외계인의 우주선과 조우한 뒤 갑자기 해탈한 것처럼 구는 이유는 또 뭐랍니까? 정말 이런 식의 예는 끝도 없이 들 수 있습니다.

50년에 걸친 긴 시간을 담는 방식도 아주 세련되었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앨리가 등장하기 전의 이야기들은 대부분 비슷비슷하고 반복이 잦아요. 그렇다고 이들의 이야기에 원동력을 제공해줄만한 미스터리도 충분치 않고요. '외계인들과 관련된 50년에 걸친 가족사를 기록한다'는 의도는 흥미롭지만 정작 최종 각본이 그 가능성을 제대로 살린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테이큰]의 이야기는 재미없는 편은 아닙니다. 서툴고 종종 지루할지는 몰라도 시청자들의 흥미가 그렇게 쉽게 날아가지는 않는다는 거죠. 아마 소문과 허구의 경계 사이에 놓여있는 소재의 힘도 무시할 수는 없을 겁니다. 길게 느껴질 수 있는 시리즈의 길이도, 50년의 세월을 커버한다는 걸 생각해보면 적절합니다. 오히려 꽤 빠른 편이지요.

몇몇 캐릭터들과 그들을 연기한 배우들은 그럴싸합니다. 특히 앨리 역의 다코타 패닝은 완벽한 캐스팅이지요. (걔는 정말 외계인처럼 보이지 않나요?) 크로포드가의 친구인 얄미운 과학자 체트 웨이크먼을 연기한 매트 프르워나 오웬 크로포드 역의 조엘 그리츠도 자기네들이 연기한 캐리커처들을 즐기는 것 같습니다. 그에 비하면 '착한' 주인공들은 별다른 인상을 남기지는 못하는 것 같군요. (04/04/20)

DJUNA

기타등등

외계인들을 맞이하기 위해 군부대가 독극물 유출을 핑계로 내세우는 장면은 [미지와의 조우]와 너무 닮지 않았나요? 스필버그가 윙크 대신 삽입한 걸까요, 아니면 크리에이터인 레슬리 보헴이 스필버그에 대한 예우의 차원에서 슬쩍 인용한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