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t.o.L

주연
히사요 모치주키....타말라
Mochizuki Hisayo....Tamala
카토 타케시....좀비 고양이
Takeshi Kato....Zombie Cat
타케타 신지....미켈란젤로
Shinji Takeda.... Michelangelo
베아트리스 달....기계신 타틀라
Béatrice Dalle....Tatla the Machine God

타말라

[타말라 2010-우주의 펑크캣]을 뭐라고 설명해야 할까요? 헬로 키티가 주연한 토머스 핀천 각색물? 물론 장르팬들은 윌리엄 깁슨이나 [에반게리온]과 같은 맘에 드는 이름들을 따로 언급할 수도 있겠지만, 이 두 이름만으로도 영화의 반은 설명되는 것 같습니다. 이 영화의 주인공들은 헬로 키티를 닮은 귀여운 고양이들입니다. 하지만 그들을 통해 풀어가는 이야기는 [49호 경매품의 외침]과 이상할 정도로 닮아있죠. 영향을 안 받았을 리가 없습니다.

영화의 주인공은 '캐티 앤 콤파니'라는 회사가 지배하는 고양이 지구에 사는 타말라라는 한 살 짜리 고양이입니다. 영화가 시작되면 타말라는 귀찮은 인간 엄마를 떠나 진짜 엄마가 사는 오리온좌로 우주 여행을 떠나죠. 도중에 타말라는 행성 Q라는 곳에 들러 미켈란젤로라는 고양이와 친구가 됩니다.

이 정도만 듣는다면, 영화가 굉장히 안전하게 느껴지지만, [타말라 2010-우주의 펑크캣]은 헬로 키티의 얌전한 세계로부터는 아주 멀리 동떨어져 있습니다. 가끔 "귀여운 고양이들에게 무슨 짓을 하는 거야!"라고 외치고 싶을 정도죠. 헬로 키티를 흉내낸 이 인공적인 창조물들은 험악한 욕설과 섹스, 잔인무도한 폭력에 젖어 있습니다. 특별히 묘사의 강도가 센 건 아니지만 이런 식의 캐릭터와 연결되면 아무래도 관객들이 받는 충격은 상당히 크죠.

타말라 역시 보기와 같은 캐릭터는 아닙니다. 타말라 자신은 그냥 깊이 생각하기 싫어하고 재미있는 삶을 살고 싶어하는 어린아이죠. 하지만 이 캐릭터는 수백년의 음모와 연결되어 있는 무시무시한 창조물이기도 합니다. 이 어울리지 않는 결합 때문에 타말라는 조금 섬뜩한 분위기를 풍깁니다. 아니, 타말라 뿐만이 아니라 영화 전체가 그렇죠. [타말라 2010-우주의 펑크캣]은 은근히 기분나쁜 영화입니다. 영화를 보고나면 마치 역행 최면에라도 걸리고 나온 듯한 기분이 들어요.

스타일 면에서 영화는 흥미로운 잡탕입니다. 헬로 키티, 토머스 핀천에 대해서는 이미 언급했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엔 그밖에도 인용한 조각들이 굉장히 많아요. '행복한 왕자'의 조각상이 서 있고 다이앤 아버스의 쌍둥이들이 기구를 타고 떠도는 행성 Q는 그 중에서도 재미있는 곳입니다. 특히 이 행성이나 남자 주인공 미켈란젤로에게 부여한 60년대 이탈리아 영화의 분위기는요. 단순한 흑백 영상으로 표현되는 타말라의 모험담과 종종 중간에 삽입되는 3D 그래픽의 불편한 조화 역시 이치에 닿지 않는다는 느낌을 관객들의 머리 속에 박아넣습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타말라 2010-우주의 펑크캣]은 의도한던 것만큼의 영향력은 없습니다. 결코 빠르고 치밀한 각본을 의도한 건 아니지만 영화의 느릿느릿한 페이스는 의도했던 나른함을 넘어 따분하기까지 합니다. 이런 설정을 가진 많은 영화들이 그렇듯 종종 자기가 만든 장광설에 지나치게 빠지기도 하고요. 어긋나는 스타일의 충돌을 구경하는 건 즐겁지만 지나치게 이 안이한 부조화에 의지하는 것은 아닌가 의심이 들어요. 영화를 보고 난 뒤 기분나쁜 뒷맛이 이상할 정도로 빨리 사라지는 걸 보면 이 영화의 불쾌함은 그렇게까지 진한 게 아니었던 모양이에요. (04/07/19)

DJUNA

기타등등

예약이 늦어 어쩔 수 없이 구석자리에서 봐야했던 영화인데, 나중에 보니 뒷중 중앙 좌석들이 그대로 남아 있어서 화가 좀 났습니다. 부천 CGV는 구석 좌석이 그렇게 불편한 극장은 아닙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