탱크 걸 Tank Girl (1995) * * 1/2

감독
레이첼 탤럴레이 Rachel Talalay

주연
로리 페티....탱크 걸
Lori Petty....Tank Girl
아이스-T....T-세인트
Ice-T....T-Saint
나오미 와츠....제트 걸
Naomi Watts....Jet Girl
돈 하비.....스몰 상사
Don Harvey....Sargent Small
제프 코버....부가
Jeff Kober....Booga
레그 E. 캐데이....디티
Reg E. Cathey....Deetee
스코트 코피....도너
Scott Coffey....Donner
말콤 맥도웰....케슬리
Malcolm McDowell....Kesslee
스탠 린 램소워....샘
Stacy Linn Ramsower....Sam
앤 쿠잭....서브 걸
Ann Cusack....Sub Girl

1.

[탱크 걸]은 제이미 휼레트의 못되먹게 귀여운 영국의 펑크 만화책이 원작이죠. 고로 이 영화에 대해 이야기 하기 전에 만화를 영화화한다는 짓거리에 대해 몇 마디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물론 여기서 '만화'라는 것은 서구 문화권의 만화책들을 말하는 겁니다.

이런 만화를 영화화하는 데에 가장 큰 문제점은 바로 스토리입니다. 영화는 2시간 안에 완결되는 짜여진 극적 구조를 요구하지만 만화는 같은 주인공을 중심으로 한 끊없는 스토리의 변주를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결국 하려는 얘기가 뭐냐... 각색자의 딜레마가 여기 있다는 겁니다. 완결되고 짜여진 스토리를 위해 캐릭터와 만화 원작의 성격을 지워버릴 것인가, 아니면 스토리를 희생하면서 원작을 살릴 것인가. 이건 꽤 중요한 문제예요. 대부분 만화 원작 영화가 이 어정쩡한 틈바구니 사이에 끼어서 아무 것도 아닌 영화로 끝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흠... 그럼 어느 쪽을 택해야 할까요?

레이첼 탤럴레이(호러 영화 팬이라면 [프레디의 죽음]을 감독한 이 사람의 이름을 기억하시겠지요)는 후자를 택하고 있습니다. 그녀의 영화는 스토리를 진지하게 끌어가는 대신 잡다한 장르의 조각들을 꿰어맞춥니다. 여긴 온갖 것들이 다 있습니다. 액션, 코미디, SF, 심지어 MGM 뮤지컬까지 있죠. 스타일 면에서도 실사와 휴이트의 만화 스틸, 애니메이션을 뒤섞는 등 혼잡하기 짝이 없습니다. 이런 잡탕 카오스는 꽤 재미있고 군데군데 날카로운 장면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스토리를 완전하게 무시하지 못합니다. 바로 거기서 발목이 잡혀버렸어요. 그리고 대부분 만화를 각색한 영화가 그런 것처럼 이 영화의 스토리도 결코 좋지 못합니다. 영화는 다소 갑갑한 스토리 라인에 갇혀서 자유를 상실하고, 결국 아주 충격적이거나 펑키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박진감 넘치는 드릴러도 아닌 어정쩡한 그 무엇이 되어 버렸어요. 타협의 결과지요!

2.

영화는 만화와 꽤 다르지만, 그래도 원작의 캐릭터들이 꽤 생생하게 살아 있는 편입니다. 탱크 걸인 로리 페티는 정말 적역인데, 지금 생각해 봐도 다른 배우를 생각하기가 힘이 듭니다. 제트 걸 역의 나오미 와츠도 맞는 편이고요. 하지만 서브 걸(레인 레이디)은 축소되었습니다. 단 한 시퀀스밖에 나오지 않더군요. 당연하죠. 물이 없다는데 서브 걸이 거기서 뭘 하겠어요. 쯧쯧쯔...

부가는 엄청나게 늘어나 리퍼 군단이 되었습니다. 인간과 캥거루의 유전자를 결합한 무적의 캥거루 인간이라나요! 깔깔깔... 스탠 윈스턴의 작업에는 언제나 경의를 표하는 바이지만 이번 건 그저 그렇더군요.

시대배경은 확 미래로 뛰어서 2033년이 되었습니다. 혜성이 떨어진 뒤로 11년 동안이나 비가 오지 않은 미래라는군요. 워터 앤 파워라는 일당들이 지구상의 물과 에너지를 독점하고... 이야기 배경은 꽤 [매드맥스] 비슷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거기엔 클로 박사처럼 기계팔을 까딱거리는 악당 케슬리(말콤 맥도웰)가 있지요. 이 모든 것은 영화를 위해 새로 만들어진 것으로 휼레트 & 마틴의 원래 버전과는 상관이 없습니다.

영화는 만화보다 훨씬 온화합니다. 원작의 못돼먹은 대사들은 꽤 얌전해졌고(그래봤자 이 나라에서는 연소자 관람불가입니다) 섹스나 마약 장면들도 파악 줄어들었습니다. 원작에서는 가끔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바이섹슈얼한 묘사도 영화에는 탱크 걸과 제트 걸의 별로 진지하지 않은 키스신으로 축소되었습니다.

남아있는 것은? 만화 원작이 가지고 있는 페미니즘적인 요소는 꽤 많이 남아있습니다. 구체적인 분석이 귀찮더라도 우리의 세... 아니 두 주인공(불쌍한 서브 걸...)이 일반적으로 남자들의 장난감으로 알려져 있고 또 프로이트에 머리가 오염된 사람들이 남성 상징으로 취급하기도 하는 전투기나 탱크를 자유자재로 가지고 노는 모습은 보기가 참 좋군요.

얻은 것은? 물론 나아진 쪽으로요... 우선 말도 안되는 Let's Do It' 시퀀스가 있습니다. 저예산이지만 이제 눈에 거슬리지 않는 ILM의 특수효과도 있고요. 영화 만들기가 갈수록 쉬워지는군요!

3.

가장 좋은 부분은 의상입니다. 아리안느 필립스가 의상을 담당했는데, 그녀는 비비안 웨스트우드와 헬무트 랑의 가게에서 사온 옷들을 멋대로 코디해서 신나는 구경거리를 만들었습니다.

탱크 걸의 탱크도 꽤 구경거리이지만 나와야 할 만큼 많이 나오지는 않습니다. 더 나와야 마땅했어요.

[탱크 걸]은 그럭저럭 유쾌한 영화지만, 2시간 짜리 극장용 실사 영화보다는 케이블 티비용 애니메이션 시리즈로 만드는 편이 더 나았을 겁니다. 자꾸 그런 생각이 들어요! (96/01/18)

DJUNA


기타등등

사진 자료를 찾으려고 아직도 남아 있는 [탱크 걸] 공식 사이트에 가 보았는데 정말 구석기 유물 같더군요. 세상 참 빨리 변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