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맥지 McG

주연
크리스찬 베일....존 코너
Christian Bale....John Connor
샘 워딩턴....마커스 라이트
Sam Worthington....Marcus Wright
안톤 옐친....카일 리스
Anton Yelchin....Kyle Reese
문 블러드굿....블레어 윌리엄스
Moon Bloodgood....Blair Williams
브라이스 달라스 하워드....케이트 코너
Bryce Dallas Howard....Kate Connor
커먼....반스
Common....Barnes
제인 알렉산더....버지니아
Jane Alexander....Virginia
헬레나 본햄 카터....세레나
Helena Bonham Carter....Serena
재더그레이스....스타
Jadagrace....Star
롤랜드 키킹어....T-800
Roland Kickinger....T-800
브라이언 스틸....T-600
Brian Steele....T-600
마이클 아이언사이드....애쉬다운 장군
Michael Ironside....General Ashdown
린다 해밀턴....사라 코너
Linda Hamilton....Sarah Connor

존 코너

[스타 트렉: 더 비기닝]이 프리퀄인 척하는 시퀄이라면, [터미네이터: 미래전쟁의 시작]은 시퀄인 척 하는 프리퀄입니다. 어느 쪽이 더 유리할까요? 당연히 [스타 트렉] 쪽입니다. 프리퀄은 결코 쉽게 만들 수 있는 게 아니에요. 시작부터 결말에 사로잡혀 있으니까요. 중간중간의 빈 칸을 채우는 건 재미있는 작업일 수 있겠지만 그래도 결말에 가서는 늘 타협을 해야 하지요. 본편을 넘어서는 것이 불가능하지는 않겠지만 대부분 거기까지 도달하지는 못해요. 하긴 히트 시리즈의 프리퀄이 나올 무렵이라면 시리즈의 에너지가 어느 정도 소진될 무렵이기도 하죠.

[터미네이터: 미래전쟁의 시작]은 감추는 것 별로 없이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기계와 인간의 전쟁이 일어났고 심판의 날에서 살아남은 소수의 인간들은 저항군을 결성해 기계들과 싸웁니다. 네, 터미네이터들도 나옵니다. 아직 초창기여서 T-800은 막 설계가 끝났을 뿐이고 현장에서 활동하는 건 T-600이지만요. 존 코너는 아직 리더의 위치엔 오르지 못했지만 사람들 사이에서 일종의 예언자나 메시아 취급을 받고 있지요. 아직 코너는 카일 리스를 만나지 못했습니다. 리스는 스타라는 어린 소녀와 함께 LA의 기지에서 외롭게 생존 게임을 벌이는 십대 소년이지요. 영화가 끝날 무렵이면 결국 리스와 코너는 만납니다. 당연하지 않겠어요?

시작도 하기 전에 결말을 알 수 있는 이 이야기 사이에 끼어드는 낯선 인물은 마커스 라이트라는 남자입니다. 자신의 시체를 사이버다인 사에 기증한 사형수인 그는 2003년에 죽었다가 기계와 인간과의 싸움이 한창이었던 2018년에 갑자기 깨어납니다. 그는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아내기 위해 방황하다가 카일 리스와 친구가 되고 존 코너를 만납니다. 물론 그는 보통 사람이 아니라 기계 몸에 인간의 뇌와 심장을 가진 사이보그입니다. 이건 예고편에도 나오니 스포일러라고 하기도 좀 그렇군요. 논리적으로도 이런 캐릭터는 한 명 나와야 합니다. 기계 인간 주인공이 나오지 않는 [터미네이터] 영화는 많이 싱겁지 않겠습니까?

이 영화에서 진짜로 재미있는 인물도 존 코너나 카일 리스가 아닌 마커스입니다. 태어나기도 전에 운명이 모든 계획을 짜놓은 두 주인공들과는 달리 마커스는 이 영화 안에서 온전한 자유의지를 가지고 움직입니다. 그 이야기 대부분은 우리에게 익숙합니다. 필립 K. 딕 풍의 정체성 고민과 가톨릭 속죄담이니까요. 하지만 그래도 그 이야기는 여전히 마커스 자신의 것입니다. 샘 워딩턴의 연기 역시 아놀드 슈왈제네거의 연기보다 더 좋아요. 주지사 아저씨는 뻣뻣한 연기를 로봇 연기라고 우기고 있지만 워딩턴은 실력 있는 전문배우로서 정통적인 캐릭터 연기를 하고 있거든요.

그에 비하면 존 코너와 카일 리스의 이야기는 빈 칸 채우기입니다. 이 둘을 비교하면 전 카일 리스 쪽에 더 끌립니다. 캐릭터 면에서 존 코너는 좀 짜증나는 인물이에요. 메시아 콤플렉스에 사로잡혀 있고 독단적이고 오만하죠. 하지만 카일 리스는 아직 코너를 가두고 있는 운명의 고리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습니다. 유감스럽게도 이 캐릭터에겐 마커스만큼의 활약 공간이 없어요.

팬들이 열광할 장면들이 많습니다. 스탠 윈스턴과 제임스 카메론의 오리지널 디자인은 이 영화에서 경쾌하게 변주됩니다. 인간 모양을 한 터미네이터도 나오고 오토바이 모양과 뱀 모양의 로봇들도 나옵니다. 이들이 날아다니고 질주하고 공격하고 파괴되는 것을 구경하는 건 재미있습니다. [터미네이터] 시리즈 특유의 카 체이스도 있는데, 제임스 카메론의 원작들에 경의를 표하면서도 그 안에 새로운 아이디어를 투영하는 데 성공하고 있지요. 아, [터미네이터] 영화라면 반드시 나와야 할 대사 두 개도 나옵니다. 하나는 아마 오리지널인 것 같고 다른 하나는 평생 동안 죽어라 들어왔던 말들을 반 농담 삼아 되풀이하는 것처럼 보이지만요.

각본은 난장판입니다. 이건 좋다고도, 나쁘다고도 못하겠어요. 아니, 전체적으로 보면 나쁜 쪽에 가깝습니다. 정체성 위기가 테마라고는 하지만 각본 자체가 정체성 위기를 겪고 있으니까요. 종종 영화는 자신이 [터미네이터] 영화인지, [트랜스포머] 영화인지, [매트릭스] 영화인지 깜박깜박 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음새가 엉망이에요. 아마 많은 관객들이 왜 마커스가 사이보그가 되었는지, 왜 그가 카일 리스에 그렇게 집착하는지 궁금해 하다가 어떻게든 이들을 한 줄로 엮어보려 하는 막판의 장황한 설명에 실망할 것입니다. 마커스의 심장은 시작부터 진부한 클리셰이고(그래요, 그는 인간의 심장을 갖고 있어요!), 그는 좋은 캐릭터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시리즈 내에서 안정된 자기 자리를 찾지 못합니다. 노련한 스크립트 닥터의 손에 의해 간신히 목숨은 건졌지만 그래도 여전히 아슬아슬한 환자를 보는 것 같아요.

영화의 세계관은 점점 불안해집니다. [터미네이터] 1편에서 우린 과거를 조작해 미래를 바꾸거나 보존한다는 고전적인 시간여행 이야기의 설정을 받아들였습니다. 하지만 시리즈가 계속 이어지면서 이 시간여행 이야기는 점점 설득력을 잃어갑니다. 각 작품마다 시간 여행과 그와 관련된 패러독스를 멋대로 해석하다보니 설정에 균열이 생기는 것이죠. 지금은 그냥 믿음이 안 갑니다. 과연 존 코너가 카일 리스를 과거로 보내지 않는다고 그들이 이루어놓은 역사가 사라질까요?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아닌 것 같군요. (09/05/11)

DJUNA

기타등등

결국 5편이 나와야 이 시리즈도 제대로 마무리가 지어지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