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밥 스피어즈 Bob Spiers

주연
크리스티나 리치....패티
Christina Ricci....Patti
더그 E. 더그....제크
Doug E. Doug....Zeke
딘 존스....플린트 씨
Dean Jones....Mr. Flint
조지 준자....뵈티처 반장
George Dzundza....Capt. Boetticher
피터 보일....파
Peter Boyle....Pa
마이클 맥킨....피터 랜들
Michael McKean....Peter Randall
베스 암스트롱....랜들 부인
Bess Armstrong....Mrs. Randall
에스텔 파슨즈....맥크라켄 할머니
Estelle Parsons....Old Lady McCracken
레베카 슐....마
Rebecca Schull....Ma

1.

[명탐정 디씨 That Darn Cat]은 65년에 제작된 헤일리 밀즈 주연의 디즈니 가족 영화를 리메이크 한 것입니다. 물론 밀즈가 했던 역은 크리스티나 리치가 하고 있지요.

최근처럼 리메이크 붐이 헐리웃에 요란하게 불었던 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 동네 상상력이 고갈된 것인지 아니면 만들어 놓은 영화가 많으면 당연히 생기는 현상인지 저희는 모릅니다. 하지만 그들의 '리메이크' 테크닉에 대해서는 한두마디 하고 싶군요.

2.

원작인 [That Darn Cat!]은 영화사에 남는 불멸의 걸작은 아니지만 저예산으로 알차게 만든 성공적인 디즈니 가족 영화들 중 하나입니다. 이 역시 오리지널은 아니고 고든 부부의 [Undercover Cat]라는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지요. 틴에이저 소녀 패티가 키우던 고양이 D.C.가 납치된 여자의 시계를 목에 걸고 오고 여주인공은 그 사실을 FBI에 신고합니다. FBI 요원인 켈소와 그의 동료들은 납치범들을 잡기 위해 한밤중에 고양이를 미행해야 합니다...

원작의 기본 키는 심각한 납치 사건에 고양이가 말려들고 그 때문에 진지한 FBI들이 고양이를 쫓아다니며 요란한 해프닝을 벌인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리메이크 작에는 새로운 요소가 삽입됩니다. 패티는 그녀가 살고 있는 작은 마을의 뻔한 일상에 지루해하지만 고양이를 쫓아다니면서 돌아다니고 보니 이 마을에도 로맨스와 범죄, 미스테리, 광기가 가득차 있는 것입니다. 이것은 분명히 새로운 요소이니 리메이크 영화를 새롭게 만들 수 있는 키가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새로운 요소가 영화와 적절하게 결합되지 못해서 영화는 덜컹거리기 시작합니다. 한마디로 산만하다는 느낌을 주죠. 원작은 훨씬 긴 영화지만 사건의뢰-첫번째 미행-두번째 미행-위기로 간결하게 압축된 스토리 때문에 그렇게 지루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 리메이크 각본은 어떻게든 새로워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힌 듯 필요도 없는 요소들을 덧붙이려고 애를 쓰는 통에 지나치게 자주 호흡이 끊깁니다. 원작에서는 마을을 단 두 번만 도는 D.C.가 리메이크 작에서는 4번 이상은 도는 것 같습니다. 게다가 뒷부분의 카 체이스 장면은 매우 지루하고 재미도 없습니다.

각본가인 래리 카친스키와 스코트 알렉산더는 [에드 우드]와 [래리 플린트]를 위해 인상적인 각본을 쓴 친구들인데, 이 영화에서는 그 친구들의 데뷰작이었던 [Problem Child]시리즈 보다 못한 것 같습니다. 어딘지 모르게 존 휴즈가 다시 쓴 [101 달마시안]의 스토리를 보는 거 같아요.

그러나 범인의 진상을 숨기고 미스테리 적인 요소를 구성한 점은 좋았습니다. 그리고 영화 속에 나오는 유머들 중 많은 수는 꽤 좋습 니다.

3.

크리스티나 리치는 그 배우 특유의 상쾌하고 안정된 연기를 보여주며 이 영화에서도 리치답고 매력적입니다. 이 친구를 보면 '조금만 더! 조금만 더!'하는 소리가 입에서 절로 나오는데, 정말 아주 잘 하면 성인 배우의 문턱에 도달할 수 있을 것도 같기 때문입니다.

켈소 역의 더그 E. 더그는 귀여운 면도 있지만 가끔 오버 액션이 너무 심해집니다.

원작에서 켈소 역을 연기했던 딘 존스 (이 사람도 옛날엔 잘 나가던 때가 있었는데 말이에요!)는 이 영화에서 납치된 가정부의 야비한 고용주로 잠시 나옵니다. 그런데 웃기는게 그 고용주 이름이 '플린트(Flint)입니다! :-)

그밖에도 괜찮은 배우들이 있습니다. 조지 준자는 언제나처럼 믿음직스럽고 피터 보일(우리나라 [X 파일] 팬들에게는 그 비극적인 클라이드 브로크먼 씨로 잘 알려져 있지만 대부분 영화팬들은 [영 프랑켄슈타인]의 괴물로 기억할 겁니다)이나 베스 암스트롱 ([MSCL]의 안젤라 엄마!)등도 나름대로 자기 일을 합니다. 참, 고명하신 에스텔 파슨스 여사가 집 안에 콕 박혀 사는 할머니로 나옵니다. 확인하셔도 좋을 듯 하네요.

4.

저희는 모두 [Absolutely Fabulous]의 팬들이지만 밥 스피어즈의 극장용 영화 데뷰작에는 아주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장편 영화를 짜임새 있게 구성하는 힘이 그에겐 아직 모자란 것 같아요. 얼마 전에 들었는데 그는 [Spice: The Movie]라는 제목으로 스파이스 걸즈가 나오는 영화를 찍고 있다고 합니다. 공동 각본가가 [AbFab]에서 그와 멋진 콤비였던 제니퍼 손더스더군요. 이번엔 좀 잘하기를!

6.

D.C.역으로 나오는 고양이가 참 예뻐요. (97/06/21)

D&P

기타등등

1. 밥 스피어즈는 [스파이스 월드]에서도 그렇게 '잘' 하지 못했습니다. 하긴 스파이스 걸즈 주연의 영화에 뭔가 큰 걸 기대했던 것도 아니지만요.

2. 하지만 리치는 아주 잘 하고 있습니다. [아이스 스톰]과 [섹스의 반대말]로 안정된 연기력을 인정받았고 슬슬 파커 포시로부터 '인디 영화계 여왕' 왕관을 빼앗으려 하는 중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