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잭 헤일리 주니어 Jack Haley Jr.

주연
프레드 아스테어
Fred Astaire
빙 크로스비
Bing Crosby
진 켈리
Gene Kelly
피터 로포드
Peter Lawford
라이자 미넬리
Liza Minnelli
도널드 오코너
Donald O'Connor
데비 레이놀즈
Debbie Reynolds
미키 루니
Mickey Rooney
프랭크 시내트라
Frank Sinatra
제임스 스튜어트
James Stewart
엘리자베스 테일러
Elizabeth Taylor

'Singin' in the Rain'

[세기의 뮤지컬 퍼레이드]는 MGM 뮤지컬의 히트곡 모음집입니다. [사랑은 비를 타고], [지지], [파리의 아메리카인], [악대차], [쇼 보트], [오즈의 마법사]와 같은 MGM 히트작들의 주옥같은 뮤지컬 넘버들이 프랭크 시내트라나 진 켈리, 프레드 아스테어와 같은 쟁쟁한 MGM 스타들에 의해 소개되는 거죠. 설명은 이것으로 충분합니다. 한 동안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뮤지컬들을 만들었던 사람들의 최고 걸작들이 숨쉴 사이도 없이 우르르 쏟아지는 거예요. 보다보면 정말 최면에 걸립니다. 비유가 아니에요. 이 영화는 정말 정신과 육체에 영향을 끼칩니다.

이 영화는 이중의 타임 캡슐이기도 합니다. 제2차 세계대전 전후에 만들어진 영화들이지만 이 영화들을 편집해서 하나의 다큐멘터리로 만든 건 70년대 사람들이었지요. 70년대라는 시대에 이 구닥다리 영화들의 조각들이 관객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아는 건 중요합니다. 당시 미국 관객들은 워터게이트 사건이나 베트남전 때문에 심신이 망가질 대로 망가진 상태였어요. 이런 사람들에게 4,50년대에 만들어진 완벽하게 현실도피적인 MGM 뮤지컬들은 정말 가뭄의 단비와도 같았습니다. 하긴 MGM 뮤지컬들의 대표작들의 상당수는 제2차 세계대전의 험악한 시기에 만들어졌으니 개봉 당시와 거의 같은 역할을 한 것이겠죠. 다소 수상쩍은 형식의 영화사 홍보 다큐멘터리인 이 영화가 당시 그렇게 대단한 히트를 했던 것도 그 때문이었습니다.

요새 관객들에게 MGM 뮤지컬들은 반 세기라는 두터운 시간의 장벽에 의해 완전히 격리된 순수한 과거입니다. 하지만 이 영화가 만들어졌던 1970년대는 그렇지 않았어요. MGM 스튜디오의 옛 세트들은 폐허가 되었지만 여전히 서 있었습니다(영화가 찍힌 뒤 곧 파괴되었지만요). 프레드 아스테어, 진 켈리와 같은 사람들은 뮤지컬에서 은퇴했지만 여전히 현역이었습니다. 엘리자베스 테일러는 중견 배우였고 데비 레이놀즈 역시 브로드웨이에서 바쁘게 활동 중이었죠. 당시 이들이 만들던 영화들의 스타일은 완전히 한물 간 상태였지만 그들은 아직 시대의 유물은 아니었습니다. 그들이 만든 작품들을 젊은 관객들에게 보여주며 "너네들은 이런 것 못 만들지?"라고 으쓱거릴 힘도 충분했지요. 물론 현대 관객들에겐 70년대의 형편없는 패션 센스에 자신을 억지로 맞추느라 기를 쓰는 몇몇 노장들을 보고 비웃는 재미도 상당합니다. 특히 피터 로포드를 보세요!

형식적인 면에서 이 영화는 [세기의 뮤지컬 퍼레이드] 3부작 중 가장 시시합니다. 거물들이 나와 예의차린 말들을 몇마디 던지고 뮤지컬 클립들을 보여주는 정도죠. 뮤지컬과 어울리지 않았던 스타들을 소개하는 제임스 스튜어트처럼 위트 넘치는 호스트도 있고, 진 켈리나 프레드 아스테어처럼 중요한 증인들도 있지만, 정말 생뚱맞은 사람들도 있습니다. 어쩔 수 없는 2류였던 피터 로포드나, 순전히 명성 때문에 끼어든 엘리자베스 테일러 같은 사람들 말이죠. MGM과는 거의 인연이 없었던 빙 크로스비와 같은 사람들이 호스트로 나선 것도 아주 자연스럽게 보이지는 않습니다. 선정 역시 완벽하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가장 치명적인 건 프레드 아스테어를 소개하면서 그의 RKO 시절 작품들을 완전히 빼놓고 있다는 거죠. MGM 작품들을 소개하는 자리이니 [탑 햇]과 같은 영화들이 빠진 건 당연한 일이지만 그래도 허전한 느낌을 완전히 지울 수는 없어요.

그러나 이 자잘한 단점들은 별 흠이 되지 않습니다. 아까도 말했지만 수록된 작품들이 워낙 막강하니까요. 이런 경우 독창적인 소개 자체가 낭비입니다. 가지고 있는 걸 그냥 충실하게 보여주는 것만으로 충분합니다. (05/05/02)

DJUNA

기타등등

처음으로 이 영화의 와이드스크린 버전을 봤습니다. 아마 당시 극장에서 상영되었던 원본이 이런 형식이었겠죠. 전 조금 실망했습니다. 넓은 화면에 익숙해진 관객들을 위해서인 건지, 가끔 스탠더드로 찍은 고전들을 위아래로 잘라서 억지로 1.85:1로 만들더군요. (이런 식으로 억지 와이드 스크린을 만드는 첫 부분에서 프랭크 시내트라가 '이 영화를 요새 만들었다면 이렇게 보였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전엔 그 말이 무슨 뜻인지 몰랐어요.) 뒤에 나오는 와이드스크린 영화들이 레터박스 때문에 작게 보이는 게 불편하지 않다면, 풀스크린 버전을 보는 게 더 원작들을 잘 즐길 수 있는 방법인 것 같기도 합니다. 어차피 중간중간에 나오는 호스트들의 소개 장면들도 스탠더드로 찍혔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