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랜드 라비치 Rand Ravich

주연
샬리즈 테론....질리언 아마코스트
Charlize Theron....Jillian Armacost
조니 뎁....스펜서 아마코스트
Johnny Depp....Spencer Armacost
조 모튼....셔먼 리스
Joe Morton....Sherman Reese
클리아 듀발....낸
Clea DuVall....Nan
도나 머피....나탈리 스트릭
Donna Murphy....Natalie Streck
닉 카사베티스....알렉스 스트릭
Nick Cassavetes....Alex Streck
사만다 이거....의사
Samantha Eggar....Doctor

[애스트로넛]의 주인공은 우주비행사 스펜서 아마코스트의 아내 질리언입니다. 가끔 남편이 사고로 죽지나 않을까 걱정할 때만 빼면 행복한 사람이지요. 직장도 맘에 들고, 집도 좋고, 남편과 사이도 좋고요.

그러다 우주에서 이상한 사고를 당한 남편이 조금 이상해져 돌아옵니다. 남편과 같은 사고를 당한 우주 비행사와 그의 아내가 모두 처참한 죽음을 당하자 질리언은 뭔가 잘못되어 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지요. 하지만 쌍둥이를 임신하게 된 질리언은 결국 최후의 선택을 해야 합니다.

[애스트로넛]이 관객들에게 주는 가장 강한 느낌은 기시감입니다. 이 영화에 나오는 모든 일들은 다들 전에 본 것들이거든요. 짧은 금발 머리 여자 주인공이 초자연적인 괴물의 아이를 임신한다는 이야기는 [로즈마리의 아기]에서 따온 것이겠죠? 우주 비행사를 괴롭히는 신비로운 우주의 괴물은 [엑스 파일] 에피소드에서도 나오고요. '내 남편이 내 남편이 아니다' 공포증을 다루면서 [인베이션 오브 바디 스내처즈]의 영향을 안 받을 수는 없었겠고요. 그리고 왜 샬리즈 테론은 [데블즈 애드버킷]에서 겪었던 끔찍한 일들(남편 따라 플로리다에서 뉴욕으로 이사와서 악마에게 겁탈 당하고 어쩌고 저쩌고...)을 이 영화에서 다시 겪는 거죠?

다시 말해 [애스트로넛]은 성공적인 과거의 영화들에서 이것저것을 짜깁기한 영화입니다. 이것 자체는 나쁠 것도 없죠. 팀 버튼의 [크리스마스의 악몽]은 스타일부터 줄거리까지 모두 다른 데서 조금씩 빌려온 영화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그 영화를 기회주의적인 표절작이나 몰개성적인 영화라고 하지도 않잖아요? 독창성은 개성을 표출하는 유일한 길도 아니고 양질의 결과에 도달하는 유일한 길은 더더욱 아닙니다.

그리고 [애스트로넛]은 정말 꽤 그럴싸한 영화가 될 가능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외계에서 이상해져 돌아온 우주인 이야기는 아주 독창적은 아니더라도 지금까지 자주 다루어지지 않았던 이야기의 문을 열 수 있습니다. 그 자체로는 좋은 아이디어지요. 샬리즈 테론이나 조니 뎁과 같은 좋은 배우들이 주연인 커플을 연기하고 있는데, 이들도 괜찮습니다. 특히 테론은 살짝 미쳐가는 금발 여자 주인공에 상당히 잘 맞으며 무척 아름다워 보이기도 합니다. 뎁은 조금 덜 인상적이긴 하지만 역이 그러니 어쩔 수 없지요. 감독인 라비치의 테크닉도 적절한 편이고요.

그러나 각본이 너무 나쁩니다. 그것도 방향 없이 나빠요. 철저하게 유치하기라도 하면 재미라도 있을텐데, 이 영화는 그저 멍하게 예전 영화들을 그대로 따라하기만 합니다. 스스로 이야기를 꾸며낸 부분은 서툴기 그지 없고요. 특히 결말은 처절할 정도로 나쁩니다.

[애스트로넛]은 작년에 시사회 없이 개봉된 여러 영화 중 하나였습니다. 저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입니다. 그처럼 노골적으로 나쁜 각본을 방치했다가 나중에 난리를 치다니요. 괜찮은 스크립트 닥터를 사전에 몇 명 붙여주는 것만으로도 영화는 훨씬 나아질 수 있었을텐데 말입니다. (00/11/09)

DJUNA

기타등등

질리언이 택시를 타고 달아나다 택시 운전사가 빨강불이라고 가지 않자 택시에서 뛰어내리는 장면이 있습니다. IMDb의 이용자 한 명은 이게 중대한 실수라는군요. 뉴욕 택시 운전사 중 빨강불이라고 해서 멈추는 사람이 어디 있겠냐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