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에란 콜리린 Eran Kolirin

주연
사손 가바이....투픽 자하리아
Sasson Gabai....Tawfiq Zacharya
로니트 엘카베츠....디나
Ronit Elkabetz....Dina
살레 바크리....할레드
Saleh Bakri....Haled
칼리파 나투르....시몬
Khalifa Natour....Simon
슐로미 아브라함....파피
Shlomi Avraham....Papi

디나와 투픽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의 경찰 악단이 아랍 문화 센터의 공연을 위해 이스라엘을 방문합니다. 이번 공연은 예산삭감으로 해체 위기에 몰린 악단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요한 행사죠. 하지만 지명을 잘못 알아들은 단원의 실수로 이들은 목적지인 페타 티크바 대신 벳 하티크바라는 작은 마을에 도착하고 맙니다. 뒤늦게 실수를 알아차렸지만 이미 한 발 늦었죠. 버스는 끊기고 이들은 이 마을에서 하룻밤을 보내야 합니다.

이들의 하룻밤은 결코 편할 수가 없습니다. 이스라엘의 건국 이래 몇 십 년 동안 지속되어 온 두 나라의 살벌한 역사를 어떻게 그렇게 쉽게 잊을 수 있겠습니까. 아무리 사람은 사람일 뿐이라도 우린 집단의 일부죠. 그건 이집트 경찰 악단도 마찬가지고 벳 하티크바 마을 사람들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이 영화 [밴드 비지트 - 어느 악단의 조용한 방문]에 나오는 사람들은 비교적 쉽게 마음을 여는 편입니다. 일단 이들은 상대적으로 개인주의자들입니다. 종교나 정치적 믿음 대신 개인을 보는 사람들이죠. 둘째, 이들은 서로의 언어와 감정을 이해할 능력이 있습니다. 일단 모두 어느 정도 영어를 할 줄 알죠. 게다가 그들 사이에는 음악에 대한 공통지식이 있습니다. 대화가 막히면 쳇 베이커, 조지 거시윈, 옴 쿨톰의 음악이 그들을 이어주죠.

약간의 검색 결과, 전 이런 소통이 이스라엘에서는 가능하다는 걸 알았습니다. 영화에서도 언급되지만, 이스라엘에서는 80년대까지만 해도 이집트 영화가 인기였다고 하더군요. 수많은 사람들이 이집트에서 이스라엘로 건너갔고 그를 통해 문화적 이해가 형성되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 반대는 아닙니다. 이집트 사람들에게 이스라엘 문화에 대한 같은 수준의 이해를 기대할 수는 없지요. 당연한 일이지만.

그 때문에 이집트와 이스라엘의 화해를 희망하는 이 영화의 손짓은 일방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 영화에서 이집트인 캐릭터들을 연기하는 배우들은 모두 이스라엘인이나 팔레스타인입니다. 영화는 카이로와 아부다비 영화제에서 금지되었고 이집트에서도 상영되지 않았습니다. 앞으로 이 상황이 쉽게 바뀔 것 같지는 않아요.

[밴드 비지트 - 어느 악단의 조용한 방문]은 매력적인 영화입니다. 나른하고 담담하지만 소통의 메시지는 나름 감동적이고 캐릭터들은 사랑스럽습니다. 국경과 언어의 장벽을 넘나드는 유머의 힘도 강하고요. 그러나 이 영화는 여전히 개인들 사이의 작은 대화입니다. 역사적/문화적 장벽은 이들 사이에 여전히 남아 이 영화의 온전한 감상을 막고 있지요. 그리고 이건 그냥 화해의 제스처만으로 무너질 수 있는 게 아닌 것 같습니다. (08/02/28)

DJUNA

기타등등

왜 [어느 악단의 조용한 방문]이라는 부제를 그냥 제목으로 사용하지 않았는지 모르겠군요. [밴드 비지트]는 문법에도 맞지 않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