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로저 도널드슨 Roger Donaldson

주연
제이슨 스테이텀....테리 레더
Jason Statham....Terry Leather
샤프론 버로우즈....마틴 러브
Saffron Burrows....Martine Love
스티븐 캠벨 무어....케빈 스와인
Stephen Campbell Moore....Kevin Swain
다니엘 메이스....데이브 실링
Daniel Mays....Dave Shilling
제임스 포크너....가이 아서 싱어
James Faulkner....Guy Arthur Singer
알키 데이비드....밤바스
Alki David....Bambas
마이클 집슨....에디 버튼
Michael Jibson....Eddie Burton
조지아 테일러....잉그리드 버튼
Georgia Taylor....Ingrid Burton
리처드 린턴.....팀 에버렛
Richard Lintern....Tim Everett
데이빗 슈세....루 보글
David Suchet....Lew Vogel
피터 드 저지....마이클 X
Peter De Jersey....Michael X
킬리 호스....웬디 레더
Keeley Hawes....Wendy Leather

테리

1971년 9월 11일, 베이커 거리에 있는 로이드 은행에서 은행강도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범인들은 은행 근처에 있는 가게를 빌려 은행까지 이어지는 땅굴을 파고 안전금고 안에 들어 있는 귀중품들을 훔쳐갔어요. 꼭 셜록 홈즈가 나오는 모 소설 같은 이야기가 베이커 거리에서 일어난 거예요.

하지만 이 사건이 유명해진 건 그 뒤의 일 때문이었습니다. 영국 정부에서는 국가안보에 관련된 일이라며 언론에게 사건에 대한 언급을 하지 말라는 명령을 내렸습니다. 공식적으로 이 사건 때문에 체포된 사람들은 지금까지 단 한 명도 없었고요. 분명 그 금고 안엔 뭔가 엄청난 것이 있었고 그것이 무엇인지 숨기기 위해 정부가 개입한 게 분명했어요.

로저 도널드슨의 [뱅크 잡]은 바로 그 사건을 극화한 영화입니다. 적당히 허구를 넣어 빈 공간을 채운 작품이라고 우길 수도 있지만, 그래도 영화 만든 사람들은 자기네들이 사건에 대해 꽤 많이 알고 있고 영화의 이야기도 사실에 가깝다고 주장하고 있지요. 이 영화가 개봉된 뒤로 온갖 이야기들이 다시 돌고 있는데, 그건 인터넷으로 검색해보시면 금방 나올 겁니다.

금고털이 이야기로 영화의 도입부는 그냥 평범해보입니다. 빚에 쪼들리는 중고차 가게 주인인 테리는 옛 동네 친구인 전직 모델 마틴 러브로부터 금고털이 제안을 받습니다. 일주일 동안 보안 장치가 없으니 그 때 땅굴을 파서 잽싸게 안전 금고에 있는 물건을 훔쳐오면 된다는 것이죠. 그런 물건들은 대부분 뒤가 깨끗하지 않으니 주인들이 난리치지도 않을 거라는 거죠.

하지만 이 사건 뒤에는 엄청난 음모가 숨어 있었죠. 마틴 러브는 사실 MI5의 팀 에버렛의 사주를 받고 있었던 겁니다. 자칭 흑인 인권운동가지만 사실 수상쩍은 범죄자인 말콤 엑스의 영국식 짝퉁 마이클 엑스가 마가렛 공주의 혼외정사를 담은 사진을 미끼로 영국 정부를 협박하고 있었던 거죠. 그 사진이 보관되어 있는 곳은 베이커 거리의 로이드 은행. 그래서 MI5에서는 은행강도를 동원해 사진을 찾으려 했던 거예요.

영화가 얼마나 사실에 가까운지는 저도 모르죠. 하지만 최근에 톡톡 튀어나오는 기사들을 읽어보면 아주 허튼 소리는 아닌 모양입니다. 마가렛 공주의 사진이나 마이클 엑스와의 연관성과 같은 것들은 말이죠.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건 사실을 얼마나 충실하게 반영하고 있느냐가 아니라 영화를 얼마나 재미있게 만들었느냐죠. 이 기준에 따르면 [뱅크 잡]은 썩 잘 만든 장르물입니다. 특별히 새로운 걸 시도하고 있지는 않지만 익숙한 공식을 아주 노련하게 다루고 있지요. 익숙하다고 해서 그냥 쉽게 만든 영화라는 말도 아니에요. 단순해 보이는 은행 강도 사건을 중심에 놓고 밑바닥 악당들부터 고위 관료들까지 다양한 종류의 사람들을 엮어 복잡한 그물망을 엮는 솜씨는 상당합니다. 인물 소개나 설정 묘사도 경제적이고 진행 속도도 빠릅니다. 70년대 영국 풍속 묘사도 좋고요. 단순히 옷이나 차의 고증을 따른 게 아니라 당시 사람들의 사고 방식이나 문화적 분위기도 정교하게 묘사하고 있지요. 당시를 아는 사람들이라면 더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영화입니다.

제이슨 스테이텀은 이 영화에서 액션 장면이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에 [트랜스포터]처럼 날고 기는 와이어 액션 장면이 필요한 건 아니죠. 이 영화에서 그는 액션 실력보다 그가 지금까지 성실하게 쌓아놓은 영국 노동자 계급 터프 가이의 이미지를 활용하는 데에 더 치중하고 있습니다. 믿음직해요. (08/10/22)

DJUNA

기타등등

안전 금고의 물건을 털면 악당들이 신고를 못한다는 설정은 리처드 브룩스의 71년작 [$]에도 나왔죠. 그 영화에서도 금고털이범들은 성난 악당들 때문에 잔뜩 고생을 합니다만... 세상에 쉬운 일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