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조셉 L. 맨키위츠 Joseph L. Mankiewicz

주연
에바 가드너....마리아 바르가스
Ava Gardner....Maria Vargas
험프리 보가트....해리 도즈
Humphrey Bogart....Harry Dawes
에드먼드 오브라이언....오스카 멀둔
Edmond O'Brien....Oscar Muldoon
마리우스 고링....알베르토 브라바노
Marius Goring....Alberto Bravano
발렌티나 코르테즈....엘레오노라 톨라토-파브리니
Valentina Cortese....Eleanora Torlato-Favrini
로사노 브라지....빈첸조 톨라토-파브리니 백작
Rossano Brazzi....Count Vincenzo Torlato-Favrini
엘리자베스 셀러즈....제리
Elizabeth Sellars....Jerry
워렌 스티븐즈....커크 에드워즈
Warren Stevens....Kirk Edwards

[맨발의 콘테사]는 영화 배우 마리아 바르가스의 장례식에서 시작됩니다. 장례식에 참석한 영화 감독 해리 도즈, 홍보담당 오스카 멀둔, 남편인 빈첸조 톨라토-파브리니 백작이 번갈아가며 마리아를 회상하는 식으로 영화가 전개되지요.

어딘지 모르게 [이브의 모든 것]을 닮았지요? 하긴 이 영화의 각본가이자 감독인 맨키위츠는 [이브의 모든 것]의 감독이자 각본가이기도 했으니 이런 유사점은 당연한 것이겠지요.

마리아 바르가스는 어떤 사람이었을까요? 스페인의 무희였던 그녀는 신선한 새 얼굴을 찾던 할리우드 영화 제작자들에 의해 발굴되었습니다. 영화 세 편으로 스타가 되었지만 남자 운은 별로 좋지 못했네요. 그러다 괜찮은 백작을 하나 만나 결혼했지만 그 사람은 성불구였어요. 남자 발기 능력에 목숨을 거는 다른 스트레이트 커플처럼 이들의 관계도 제대로 이어지지 못하고 결국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할 수밖에 없죠.

그렇다면 맨키위츠는 마리아를 통해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했을까요? 아마 할리우드라는 동네가 그렇게 만만한 곳이 아니라는 것, 그 곳에서 스타라는 허울을 뒤집어 쓴 사람들이 어떻게 물건처럼 소유되고 버려지는지 보여주고 싶었는지도 모르죠.

분명 그는 그런 이야기를 할 자격이 있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맨발의 콘테사]는 [이브의 모든 것]이 연극 세계에 대해 이야기했던 것만큼 영화 세계를 잘 풀어 헤치지 못합니다. 심지어 중심이 되는 마리아 바르가스도 그렇게 잘 설명되지 못한 듯 해요. 영화가 끝날 때까지 우리가 마리아에 대해 알게 되는 것은 이 사람이 신데렐라 판타지를 품고 있는 다소 순진한 여자라는 것입니다. 그 이상은 없어요. 마리아를 회상하는 남자들은 결코 그녀를 그렇게 깊게 알지 못했거든요. 벌어지는 사건들도 그저 평범한 연애담에 불과하고요.

영화는 마리아보다는 스타일과 맨키위츠 특유의 독백에 더 치중합니다. 다시 말해 꽤 나르시스틱한 영화란 말이죠. 필름이 돌아가는 동안 관객들은 맨키위츠 특유의 50년대식 냉소와 위트가 잔뜩 담긴 대사들을 수도 없이 듣게 됩니다. 모두 참 잘 쓰여졌고 인상적이에요. 하지만 자아도취가 지나쳐요. 그때문에 정작 대상이어야 할 마리아는 가볍게 다루어지고 맙니다.

게다가 이런 도취적인 대사들은 어느 정도 필수적인 사실성까지 망가뜨립니다. 마리아만 해도 그래요. 'freak'이라는 기초적인 단어도 모르는 외국인이 맨키위츠 특유의 유창한 대사를 줄줄 읊어댄다면 뭔가 심각하게 잘못된 게 아닌가요? 중반까지 이어진 해리의 독백을 오스카 멀둔과 백작이 이어받을 때는 더욱 더 괴상해집니다. 왜 이 사람들은 모두 똑같이 맨키위츠 식으로 위트 넘치는 걸까요? 사람이 다르면 말하는 방법도 조금은 달라야 하지 않을까요?

다시 말해, '아, 에바 가드너! 아, 험프리 보가트!'를 외치며 이 영화를 회상하는 '추억의 영화' 관객들이 생각했던 것만큼 [맨발의 콘테사]가 걸작은 아니라는 말입니다. 물론 한창 아름답던 시절의 에바 가드너를 다시 보는 것은 반갑고, 맨키위츠의 구식 냉소를 즐기는 기분 역시 아주 나쁘지는 않습니다. 잘 만들어진 영화예요. 그러나 그 이상은 아니랍니다. (00/11/13)

DJUNA

기타등등

EBS 버전은 좀 잘렸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