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유진 루리에 Eugène Lourié

주연
폴 크리스찬....톰 네스빗
Paul Christian....Tom Nesbitt
폴라 레이몬드....리 헌터
Paula Raymond....Lee Hunter
세실 켈러웨이....서굿 엘슨
Cecil Kellaway....Thurgood Elson
케네스 토비....잭 에반스
Kenneth Tobey....Jack Evans
도널드 우즈....필 잭슨
Donald Woods....Phil Jackson

레도사우르스

[심해에서 온 괴물]의 유일한 스타는 레이 해리하우젠입니다. 물론 이 영화의 원작이 레이 브래드베리의 고전적인 SF 단편 [경적 소리]이기는 합니다. 하지만 이 영화와 원작의 유사점은 심해에서 온 고대 괴물이 등대에게 덤벼든다는 설정밖에 없으니 그의 비중을 과장할 필요는 없겠지요. 브레드베리야 이 작품을 통해 그의 작품이 처음으로 '영화화'되었고 단짝 친구 해리하우젠이 이 영화를 통해 전설적인 애니메이터로서의 첫 발을 내디뎠으니 불만을 품을 이유는 없겠지만요.

영화는 그 외에도 여러가지 면에서 중요합니다. 핵실험으로 깨어난 괴물의 소동을 그린 최초의 할리우드 영화이기도 했고 [고질라]의 모델이기도 하니까요. 한마디로 말해, [심해에서 온 괴물]은 이후에 나온 괴물 영화들의 어머니까지는 아니더라도 대모 정도는 되었습니다.

영화는 북극에서 벌인 핵실험으로 냉동되어 있던 중생대의 괴물 레도사우르스가 깨어나며 시작됩니다. 레도사우르스의 목격자인 톰 네스빗은 사람들에게 괴물의 존재를 믿게하려 하지만 다들 미치광이 취급을 하지요. 그러는 동안 괴물은 서서히 남쪽으로 내려와 드디어 뉴욕을 난장판으로 만듭니다.

물론 레도사우르스라는 괴물이 실제로 존재한 적은 없습니다. 영화를 위해 해리하우젠이 급조한 괴물이지요. 사실 레도사우르스는 공룡도 아니에요. 다리 모양을 보세요. 공룡보다 거대한 도마뱀에 가깝다면 가깝지요. 물론 괴물 영화 팬들은 그런 생물학적 디테일엔 신경쓰지 않을 겁니다. 하긴 이 영화가 위반하는 다른 과학 법칙들을 생각해보면 공룡인 척 하는 도마뱀의 설정은 그래도 얌전한 편이지요.

공룡이건, 도마뱀이건, 레도사우르스는 이 영화의 공인된 주인공입니다. 영화의 가장 좋은 부분은 레도사우르스가 등장하는 장면들이죠. 북극의 얼음에서 기어나오고 배를 침몰시키고 등대를 부수고 뉴욕에 기어올라와 경찰관을 잡아먹고 코니 아일랜드를 쑥대밭으로 만들고... 이 영화는 해리하우젠이 처음으로 전권을 휘두른 영화지만 그의 테크닉은 벌써 물이 오를 대로 올라 있습니다.

하지만 인간들은 재미가 없습니다. 그들은 평범하고 대사도 꽝이고 별로 공감가지도 않습니다. 더 큰 문제는 그들이 나오는 장면들이 너무 많다는 것입니다. 레도사우르스가 본격적으로 난리법석을 치는 장면은 영화가 거의 절반을 지나서야 나오니까 말이에요. 그 동안 이들을 참고 봐야 하니 짜증이 나죠.

[심해에서 온 괴물]은 레이 해리하우젠이라는 거장의 경력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봐야 할 작품입니다. 그러나 이 영화가 그 자체로 아주 재미있는 작품이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적어도 그 뒤에 나온 해리하우젠의 후기작들은 이 작품보다 더 재미있습니다. (03/11/19)

DJUNA

기타등등

레이 브래드베리의 단편 [티라노 사우르스, 렉스]에 나오는 스톱모션 애니메이터는 해리하우젠이 모델이죠. 이 이야기는 DVD 서플에도 언급되어 있지만 번역이 조금 잘못되어 있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