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릴리아나 카바니 Liliana Cavani

주연
구드룬 란드그레베....루이즈 폰 홀렌도르프
Gudrun Landgrebe....Louise von Hollendorf
타카키 미오....마츠가에 미츠코
Mio Takaki....Mitsuko Matsugae
케빈 맥널리....하인츠 폰 홀렌도르프
Kevin McNally....Heinz von Hollendorf
한스 지쉴러....볼프 폰 홀렌도르프
Hanns Zischler....Wolf von Hollendorf
마시모 지로티....베르너 폰 하이덴
Massimo Girotti....Werner von Heiden
필립 르로리....헤르베르트 게슬러
Philippe Leroy....Herbert Gessler
윌리엄 버거....교수
illiam Berger....The Professor
안드레아 프로단....조셉 베노
Andrea Prodan....Joseph Benno

미츠코와 루이즈

[베를린 어페어]의 원작은 타니자키 준이치로의 소설 [卍]입니다. 원작은 1920년대의 오사카를 무대로 펼쳐지는 바이섹슈얼 삼각관계의 이야기이지만 릴리아나 카바니는 영화의 무대를 1938년의 독일로 옮겨놓고 있어요. 죽은 타니자키가 봤다면 괜히 좋아했을 거라는 생각을 합니다. 워낙 서양취미에 약한 사람이었으니.

영화는 나치 외교관의 아내인 루이즈 폰 홀렌도르프가 미술 학원에서 만난 일본인 외교관의 딸 미츠코에 빠지면서 시작됩니다. 이들의 관계는 루이즈의 남편 하인츠 역시 미츠코에 매료되면서 애증섞인 삼각관계로 접어듭니다. 그리고 나치 치하의 독일은 결코 이들이 이런 식의 삼각 관계를 즐길만한 곳이 아니었지요.

타니자키의 원래 의도가 무엇이었는지는 여기서 중요하지 않습니다. 카바니가 자기만의 이론무장을 단단히 하고 각색을 한 건 거의 분명하거든요. 나치와 동성애. 시작부터 딱 맞아떨어지지 않습니까. (아마 원작의 제목에서 나치의 하겐크로이츠를 연상했던 것인지도 모르죠.) 동성애 박해와 파시즘은 하나로 연결되고 자연스럽게 폰 홀렌도르프 부부와 미츠코의 관계는 야유섞인 정치적 저항이 됩니다. 영화는 동성애자라는 사실이 폭로되어 몰락하는 독일군 장군 에피소드를 삽입하며 이 연애담의 정치성을 강조합니다.

괜찮은 시도이긴 했는데... 글쎄, 결과가 그렇게 좋은 것 같지는 않습니다. 거의 자폐적이기까지 한 타니자키의 탐미적 스타일과 카바니의 정치성이 잘 연결되지 않는 것인지도 모르죠. 영화는 특별히 지적할 부분 없이 그냥 전체적으로 어색하고 밍밍하기만 합니다. 배우들은 그럭저럭 자기 역할을 하는 것 같지만 다국적 유럽 영화 특유의 심심한 영어 더빙 때문에 보는 재미도 별로 없어요. 에로틱한 면에 대해서 말하라면, 카바니는 루이즈와 미츠코의 초반 섹스신을 위한 몇몇 재미있는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구색 맞추기 위해 넣은 스트레이트 섹스신들은 거의 무성의하게 느껴질 정도군요. 도대체 왜 넣었나...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요.

[베를린 어페어]는 흥미로운 이론만 갖추고 있을 뿐 정작 제대로 구체화된 결과물은 담고 있지 않습니다. 카바니가 두번째 [야간배달부]를 의도한 것이었다면 실패했다고밖에 말할 수 없군요. (03/11/11)

DJUNA

기타등등

1. 그러고보니 타니자키 준이치로 탄생 백주년에 만들어진 영화네요. 의도적이었을까요?

2. [베를린 어페어]는 타니자키의 원작을 각색한 첫번째 유럽 영화는 아닙니다. 틴토 브라스의 [열쇠]를 기억하세요?

3. 메나헴 골란과 요람 글로버스가 제작한 영화입니다. 이 사람들은 요새 뭐하는지 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