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스튜어트 고든 Stuart Gordon

주연
제프리 콤즈....에드가 앨런 포
Jeffrey Combs....Edgar Allan Poe
엘리즈 르브스크....버지니아 포
Elyse Levesque....Virginia Poe
이언 알렉산더 마틴....포드햄씨
Ian Alexander Martin....Mr. Fordham
크리스토퍼 하이어달....루퍼스 그리스월드
Christopher Heyerdahl....Rufus Griswold
켄 크레이머....의사
Ken Kramer....Doctor
아론 테이거....조지 그레이엄
Aron Tager....George Graham
패트릭 갤러거...바텐더
Patrick Gallagher....Barman
에릭 킨리사이드....부커 경사
Eric Keenleyside....Sgt. Booker

버지니아의 장례식

스튜어트 고든의 [검은 고양이]는 에드가 앨런 포 버전 [셰익스피어 인 러브]입니다. [셰익스피어 인 러브]가 [로미오와 줄리엣]을 쓰는 셰익스피어 이야기라면 고든의 [검은 고양이]는 [검은 고양이]를 쓰는 에드가 앨런 포의 이야기죠. 이 정도만으로 이 에피소드의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을 겁니다. 여전히 피투성이 호러지만 그만큼이나 대상에 대한 애정이 담뿍 담긴 블랙 코미디이기도 한 것이죠.

줄거리 요약이 필요할까요? 에피소드가 시작되면 에드가 앨런 포는 병약한 아내 버지니아 때문에 돈이 궁합니다. 하지만 편집장은 자기 시를 사주지 않고 무서운 이야기나 하나 써달라고 하죠. 알콜 중독과 신경증으로 점점 정신이 혼란스러워진 그는 소설을 쓰려고 하는 동안 점점 [검은 고양이]의 내용과 거의 같은 경험을 하게 됩니다. 네, 플루토는 버지니아의 고양이였답니다!

고든의 이 에피소드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두 개의 이야기를 하나로 결합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는 에드가 앨런 포라는 실존인물과 관련된 전기적 사실이고 다른 하나는 [검은 고양이]죠. 물론 이 둘을 하나로 엮으려면 약간의 속임수를 써야 합니다. 포는 아내를 죽여 지하실에 묻은 죄로 체포된 적이 없으니까요. 그리고 그 속임수를 눈치채는 건 어렵지 않죠. 아까 전 이 에피소드를 [셰익스피어 인 러브]와 비교했지만 사실 [오즈의 마법사]와 더 가깝거든요. 다행히도 이 속임수는 에피소드의 전체 분위기를 망칠 정도는 아닙니다.

고든의 [검은 고양이]가 성공한 건, 그가 오리지널 단편의 빈 부분을 채우기 위해 도입한 포의 묘사가 아주 정확하기 때문입니다. 술주정뱅이에 의지가 약하고 거만하기 그지 없는 성미 고약한 예술가이고 자기보다 한참 어린 사촌동생인 아내를 진심으로 사랑하지만 그 아내에게 도움이 되는 일은 하나도 하지 않는 무능력하고 형편없는 남편 말이죠. 포가 이 에피소드를 봤다면 화가 머리 끝까지 나서 스튜어트 고든에게 결투 신청이라도 했을지 모르죠. 하지만 그도 술이 좀 깨면 고든의 묘사가 아주 적절하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고든의 묘사는 사실적일 뿐만 아니라 포의 작품에 대한 일종의 비평적 기능도 함께 하고 있습니다. 예술가의 인생과 작품을 비교하는 건 순진무구할 정도로 단순한 노선이지만 고든처럼 능숙하게 한다면 불평할 게 뭐가 있겠어요. 이 작품은 백지상태에서 출발한 가벼운 게임인 [셰익스피어 인 러브]보다 여러 모로 낫습니다. 조셉 파인즈의 셰익스피어보다 제프리 콤즈의 에드가 앨런 포가 몇 배 더 나은 건 물론이고요. 포 영화로도 웬만한 로저 코먼 영화들보다 나은 것 같아요. (07/07/23)

DJUNA

기타등등

그래도 원작에 너무나도 충실한 고양이 고문 장면은 그렇게 보기 즐겁지는 않더군요. 그렇다고 넣지 말아야 했다는 말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