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테드 버먼 Ted Berman
리처드 리치 Richard Rich

주연
그랜트 바즐리....타란
Grant Bardsley....Taran
수잔 셰리던....아일론위
Susan Sheridan....Eilonwy
프레디 존스....달벤
Freddie Jones....Dallben
나이젤 호손....플루더 플램
Nigel Hawthorne....Fflewddur Fflam
아서 말렛....아이딜렉 왕
Arthur Malet....King Eidilleg
존 버너....거기/돌리
John Byner....Gurgi/Doli
존 허트....뿔달린 마왕
John Hurt....The Horned King
이다 라이스 메린....오르두
Eda Reiss Merin....Orddu
아델 말리스-모리....오르웬
Adele Malis-Morey....Orwen
빌리 헤이스....오르고크
Billie Hayes....Orgoch
존 휴스턴....나레이터
John Huston....Narrator

플루더 플램, 아일론위 공주, 타란

1980년대 중반, 디즈니 애니메이션은 바닥을 쳤습니다. 당시의 영화엔 4,50년대 전성기의 무게도 없었고 6,70년대 영화의 발랄한 우아함도 없었습니다. 관객들은 떠나갔고 그와 동시에 애니메이션의 질도 조금씩 떨어져 갔지요.

하지만 바닥을 쳤다는 건 이중의 의미로 읽힐 수 있습니다. 최악의 상황이지만 발전과 도약의 시작이기도 하죠. 디즈니사 내부에서도 그렇게 읽혔음이 분명합니다. 따지고 보면 80년대만큼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실험과 도전이 활달했던 적도 없거든요. 특히 컴퓨터 그래픽이라는 새 도구가 기존 애니메이션의 테크닉 속에 삽입된 뒤로는 말이죠.

[타란의 대모험]은 당시 디즈니사가 벌였던 가장 큰 모험 중 하나였습니다. 로이드 알렉산더의 히트 판타지 시리즈인 [The Chronicles of Prydain]의 두번째 작품인 동명 소설에 바탕을 둔 이 영화는 지금까지 나왔던 디즈니 영화와는 다루는 영역이 조금 달랐습니다. 어린이 관객들을 대상으로 삼은 편안한 G급 영화였던 기존 작품과는 달리 최초로 PG 등급을 받은 디즈니 애니메이션인 [타란의 대모험]은 더 거칠고 폭력적이었으며 노골적으로 블록버스터를 지향하고 있었습니다.

영화의 주인공 타란은 돼지치기입니다. 이 돼지치기의 임무는 비전을 보여주는 돼지 헨윈을 지키는 거죠. 하지만 세상을 정복하려는 뿔달린 마왕이 마법의 힘을 가진 검은 솥의 위치를 알아내기 위해 헨윈을 빼앗아가고 타란은 세계를 구하기 위해 헨윈을 되찾고 검은 솥을 파괴하기 위해 여행을 떠납니다.

전체적으로 [타란의 대모험]은 더 '기크'다웠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 나온 판타지물들이 대부분 그렇듯, 이 작품도 톨킨과 [반지의 제왕]의 영향 아래 놓여 있었죠. 여러분은 이 작품을 디즈니 버전 [반지의 제왕]이라고 부를 수도 있을 겁니다. 마법에 걸린 사악한 물건을 파괴하러 가는 주인공, 세계를 정복하려는 사악한 악당, 제한된 어휘의 대사들을 반복하며 주인공들 귀찮게 구는 자그만 반인 괴물과 같은 요소는 그냥 톨킨 풍입니다.

영화는 더 자극적이었습니다. 마법에 걸린 시체들이 살아나는 장면은 거의 디즈니식 좀비 영화라고 불리울만 했습니다. 살점이 뜯겨나가면서 고통스럽게 죽어가는 악당의 마지막 최후는 어떤가요? 이게 과연 디즈니식 결말인가요? 이 영화의 액션 장면에 디즈니 애니메이션 역사상 최초로 컴퓨터 그래픽이 동원되었다는 것도 지적해야겠죠.

유감스럽게도 이 영화의 야심과 테크닉, 시도는 충분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습니다. 로이드 알렉산더의 소설에 대해서는 제가 뭐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원작이 영화보다 캐릭터와 액션을 구출할만한 여유가 더 충분했음이 분명해요. 영화 버전 [타란의 대모험]은 그냥 급합니다. 스토리를 좇느라 캐릭터와 갈등이 살아날 여유를 얻지 못하죠. 액션 자체도 노력과 돈을 동원한 흔적이 보이긴 하는데 그렇게까지 강한 인상을 주지는 못하고요. 결국 관객들을 충분히 설득하지 못한 영화는 흥행에도 참패하고 말았습니다. 나름대로 거창한 야심을 품고 계획을 진행시켰던 디즈니 사람들은 상당히 실망했을 겁니다.

그러나 [타란의 대모험]에서 시작된 디즈니의 도전은 여전히 의미있는 것이었습니다. [인어 공주]와 [코디와 생쥐 구조대]로 시작된 90년대 디즈니 블록버스터 애니메이션의 황금기는 모두 당시의 노력에 바탕을 두고 있었으니까요. (05/03/24)

DJUNA

기타등등

이 영화가 나왔던 80년대 무렵이 생각나는군요. 당시엔 디즈니 애니메이션이 거의 귀족적인 오락 취급을 받았습니다. 하긴 이런 걸 보려면 이곳 저곳에 인맥이 닿아 복사판을 구할 수 있거나, 비싼 LD 플레이어 같은 걸 집에 갖추고 있어야 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