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브라이언 드 팔마 Brian De Palma

주연
조시 하트넷....드와이트 '버키' 블라이처트
Josh Hartnett....Dwight 'Bucky' Bleichert
스칼렛 조한슨....케이 레이크
Scarlett Johansson....Kay Lake
아론 애크하트....리 블란차드
Aaron Eckhart....Lee Blanchard
힐러리 스웽크....매들레인 린스콧
Hilary Swank....Madeleine Linscott
미아 커시너....엘리자베스 쇼트
Mia Kirshner....Elizabeth Short
마이크 스타....러스 밀러드 형사
Mike Starr....Det. Russ Millard
피오나 쇼....라모나 린스콧
Fiona Shaw....Ramona Linscott
패트릭 피슬러....엘리스 로 부검사
Patrick Fischler....Deputy DA Ellis Loew
존 카바나....에멧 린스콧
John Kavanagh....Emmett Linscott
제미마 로퍼....로나 머츠
Jemima Rooper....Lorna Mertz
로즈 맥고완....셰릴 새든
Rose McGowan...Sheryl Saddon

블랙 달리아

필름 느와르 영화를 만드는 것은 하드보일드 소설을 쓰는 것보다 어렵습니다. 하드보일드 소설은 처음부터 규칙이 정해진 게임이에요. 장르 초기에 레이몬드 챈들러가 규격을 만들고 이론을 세워놨죠. 여러분은 지금이라도 아무 잔재주를 부리지 않고 하드보일드 소설을 쓸 수 있고 그 완성품은 그냥 진짜가 될 겁니다. 하지만 필름 느와르는, 예술적인 친척이라고 할 수 있는 하드보일드 물과는 달리, 훨씬 규정하기 힘듭니다. 원래 이 명칭부터가 대서양 건너 프랑스 비평가들이 특정한 분위기와 스타일을 가진 미국 영화들을 정의하기 위해 만들어낸 용어인 걸요. 이런 경우 창작자가 무엇을 시도하건 그건 가짜가 됩니다. 특히 40년대말을 시대배경으로 잡은 [블랙 달리아]나 [L.A. 컨피덴셜]과 같은 작품들은 가짜가 될 확률이 높죠.

하지만 어떻게 보면 이건 매우 브라이언 드 팔마적인 기획이기도 합니다. 원래 그 사람은 남의 영화 스타일을 흉내내고 변형시켜 자기 것으로 만드는 특기로 유명하니까요. 게다가 이 영화에는 그가 좋아하는 히치콕 테마도 있습니다. [현기증]요. 죽은 여자와 똑같이 생긴 여자에 집착하는 남자 이야기잖아요. 게다가 중간에 [현기증]을 인용한 것이 거의 분명한 살인장면도 나온답니다.

드 팔마 영화답게 영화의 스타일은 근사하게 통제되었고 기억에 남는 장면들도 많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살인장면은 히치콕의 흉내지만 그만큼이나 드 팔마적으로 훌륭해요. 주인공 두 형사가 블랙 달리아와 엇갈리는 초반의 시체발견 장면에도 거장의 여유가 느껴집니다. [블랙 달리아]는 중반까지 정말 근사한 영화가 될만한 가능성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각본이 영화를 물고 늘어집니다. 이 영화의 스토리는 전혀 통제되어 있지 못해요.

사실, 필름 느와르에서 스토리가 완벽하게 통제될 필요는 없습니다. 전 블랙 달리아의 살인 이야기가 엉뚱하게 두 형사의 개인사로 흘러가는 스토리가 전개가 오히려 좋았습니다. 이런 이야기가 기승전결이 그렇게 논리적일 필요는 없지요. 영화가 끝날 때까지 블랙 달리아 사건의 진상이 밝혀지지 않았어도 전 그냥 용납했을 겁니다. 어차피 우린 진짜 범인이 누군지 모르니까요. 중요한 건 복잡하게 인과관계로 얽혀 있는 우울하고 컴컴한 세계를 보고 있다는 인상 자체입니다.

그러나 [블랙 달리아]는 그런 걸 보여주지 못합니다. 짧은 영화가 긴 소설의 사방으로 튀는 이야기를 어떻게든 잡아 일관성 있는 내용으로 요약하려다 실패한 흔적이 강하죠. 허겁지겁 사건이 해결되는 후반부는 그냥 용두사미처럼 느껴지고 중반까지는 그럭저럭 잘 지어가던 미로는 미완성의 상태에서 방치됩니다. 읽지 않았으니 뭐라고 말은 못하겠지만, 엘로이의 원작에도 문제가 있지 않았나 싶어요. 드 팔마가 이 뻔하디 뻔한 결말을 다 지어낸 건 아닐 테니 말이죠.

캐스팅에서도 영화는 실수를 범하고 있습니다. 하트넷이나 애크하트는 그냥 중간 정도예요. 대단한 인상을 남기지도 못하지만 그렇다고 특별히 튀지도 않는. 하지만 착한 금발인 스칼렛 조한슨이나 나쁜 흑발인 힐러리 스웽크는 모두 안 어울리는 역을 배정받고 원본을 흉내낸다는 느낌이 너무 강해요. 특히 스웽크는 그냥 어울리지 않는 대타입니다. 미아 커시너랑 하나도 안 닮았고 분위기도 다르잖아요. 하긴 아무리 그럴싸하게 어울리는 배우들이라고 해도 그 뻔한 캐릭터들 안에서 살아남기는 어려웠을 겁니다.

이 영화에서 가장 매력적이고 사람의 흥미를 끄는 부분은 엘로이의 원작에 거의 의존하고 있지 않습니다. 바로 미아 커시너가 연기하는 엘리자베스 쇼트의 이야기죠. 드 팔마는 미아 커시너를 캐스팅하면서 캐릭터의 비중을 늘리고 원작이나 실제 사건에서는 발견되지 않았던 오디션 필름 장면을 수록했는데, 이들은 기본 스토리와 전혀 상관없으면서도 실질적인 영화의 핵심으로 남아 있습니다. 할리우드의 꿈에 이끌려왔다 착취당하고 살해당한 뒤 흑백 필름에 새겨진 유령으로 남은 여인에 대한 서글픈 꿈이지요. (07/11/13)

DJUNA

기타등등

미아 커시너가 성격 불안한 바이섹슈얼로 나온 영화들의 갯수를 한 번 다시 세어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