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다니엘 마이릭 Daniel Myrick &
에두아르도 산체스 Eduardo Sánchez

주연
헤더 도나휴....헤더 도나휴
Heather Donahue....Heather Donahue
마이클 윌리엄즈....마이클 윌리엄즈
Michael Williams....Michael Williams
조슈아 레너드....조슈아 레너드
Joshua Leonard....Joshua Leonard

1.

올 여름 가장 요란한 소문을 몰고 왔던 영화는 물론 조지 루카스의 [스타 워즈 : 에피소드 I - 보이지 않는 위험]입니다. 그렇다면 두번째는 무엇일까요?

바로 [블레어 윗치]입니다. 선댄스 영화제 때부터 쏟아진 입소문은 이제 거의 전설이 되었고 개봉 첫주에 20개나 되는 팬 사이트가 올라갔으며 몇 개월 전부터 올라가 있던 공식 웹 사이트는 방문객으로 넘쳐 났습니다. 몇몇 대도시에서 제한 상영이 시작된 이 주에도 소문은 줄어들 생각이 없었습니다. 극장 수익은 기록적이었고 비평가들의 찬사는 큐브릭의 [아이즈 와이드 셧]을 능가할 지경이었습니다.

소문이 이러니 걱정부터 됩니다. 이 모든 소문들을 믿어도 될까요? 아니면 이건 그냥 또 하나의 하이프에 불과할까요?

2.

일단 짚고 넘어 가야 할 것이 있습니다. 그건 이 영화의 마케팅 전략이 굉장하다는 것입니다. 겨우 차 한 대 정도 살 돈밖에 들지 않고 스타도 전혀 없는 이 작은 영화가 이처럼 대단한 소문의 중심이 된 것은 단지 '영화가 좋아서'는 아닙니다.

[블레어 윗치]는 가짜 다큐멘터리를 호러와 접목시킨 최초의 호러 영화는 아닙니다. 가까운 예로 [홀로코스트]가 있지 않나요? [블레어 윗치]의 개봉과 함께 화제에 오른 [마지막 방송]도 비슷한 방법을 채택하고 있는 모양입니다만.

하지만 가짜 다큐멘터리와 인터넷이라는 매체를 접목해 마케팅에 이용하는 수법은 분명 새 것입니다. [블레어 윗치]의 공식 웹사이트(www.blairwitch.com)는 가짜 뉴스 클립과 사진, 인터뷰를 적절하게 섞어서 이 가짜에 근사한 배경을 부여합니다. 아주 독창적이지는 않을지 몰라도 굉장히 잘 되어 있으며 또 무지 재미있지요. 여기에 그렇게 사람이 많이 몰리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닙니다.

분명 이러한 장난은 관객들을 필요 이상으로 흥분하게 만드는 구석이 있습니다. [블레어 윗치] 소문에는 하이프가 섞여 있으며 그걸 부인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러나 이 마케팅이 단순한 과대 포장이 아니라는 것은 인정해야 합니다. 그 사이트는 영화의 일부이기도 하니까요. 영화가 공들여 쌓아올린 가짜 역사와 사건에 리얼리티를 부여하는 또다른 극적 장치니까요. 제공되는 정보는 가짜지만 마케팅 자체는 작품에 진실합니다.

3.

[블레어 윗치]의 가장 큰 무기는 극사실성입니다. 이 영화의 제 1 목표는 관객들이 스크린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실제로 일어난 일로 여기게 만드는 것이지요.

현장감이라는 무기 때문에 몇 가지 장애가 등장했습니다. 우선 이 영화에는 특수 효과가 거의 쓰이지 않으며 구체적인 괴물이 직접 등장하는 일도 거의 없습니다. 제작비가 부족해서이기도 했지만 더 큰 이유가 있습니다. 이런 가짜 다큐멘터리에 괴물이 직접 등장하면 공들여 쌓아올린 사실감이 박살나거든요. 사실감이 무기인 영화에서 그건 결정적인 재앙입니다.

아무 것도 구체적이지 않은 모호한 화면으로 호러 영화를 만들 수 있을까요? 호러가 곧 스플래터라고 생각한다면 그건 어림 없는 일입니다. 이 영화에는 [스크림]이나 [텍사스 전기톱 대학살]에서 느낄 수 있는, 아드레날린이 철철 넘쳐 흐르는 자극적인 공포는 없습니다. [블레어 윗치]를 보면서 비명을 질러대는 관객은 없을 거예요.

그러나 이 영화가 제공하려는 것은 전혀 다른 것입니다. 그건 차갑고 기분 나쁘며 고립된 듯한 어떤 분위기입니다. [블레어 윗치]가 제공하는 분위기는 보드카처럼 자극적인 것이 아니라 오래된 포도주에서 맛볼 수 있는 섬세한 어떤 것입니다. 예민한 호러 영화 관객이라면 이 가라앉은 듯한 불쾌한 분위기에서 독특한 향취를 맛볼 수 있을 거예요. 네, 이건 장르 애호가들이 말하는 그 '기묘한 맛'입니다.

4.

이 영화의 두번째 장애 역시 그 현장감에서 나왔습니다. 현장감이 있는 것은 좋습니다. 하지만 배우 셋이 대충 카메라를 들고 서로를 찍는 것으로는 충분한 시청각적 디테일을 표현할 수 없습니다.

그 때문에 배우들의 반응이 아주 중요하게 됩니다. 사실 이 영화의 상당 부분은 분위기를 잡기 위해 순전히 배우들의 반응만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헤더가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고 소란 피우는 장면을 보세요. 그 장면의 사운드는 아주 거칠어서 헤더가 고함을 치지 않았다면 그 소음의 존재는 드러나지도 않았을 겁니다.

원칙만 따진다면 이건 참 웃기는 짓입니다. 먼저 겁에 질리는 배우는 자기 농담에 먼저 웃는 코미디언과 다를 게 없습니다.

그러나 연기를 아주 잘 한다면 사정이 다르지요. 그리고 이 영화의 연기는 아주 좋습니다. 그들의 연기는 극도로 사실적이고 각본가를 거치지 않은 대사들은 각자의 개성이 분명히 살아 있습니다.

꼭 배우 덕만은 아닐지도 몰라요. 이 영화의 감독인 다니엘 마이릭과 에두아르도 산체스는 그런 연기를 만들어 내기 위해 별 짓을 다 했답니다. 그들은 세 배우를 각본도 없이 숲 속에 집어 던지고 서로를 찍게 했습니다. 심지어 촬영 중에 배우를 만나지도 않았대요. 지시 사항은 쪽지를 통해 전달되었고요. 심지어 그들은 배우들을 겁주기 위해 밤마다 텐트 근처에서 이상한 소리를 내기까지 했답니다!

하긴 아무리 연기라는 걸 안다고 해도 한밤중에 부서져 가는 빈 집으로 들어가거나, 숲 속으로 사라지는 흐릿한 형체를 쫓아가는 기분은 결코 좋을 리가 없을 거예요. 그네들의 연기가 그렇게 절실하게 느껴지는 건 그들의 감정이 진짜이기 때문입니다.

헤더의 마지막 고백이 아직도 머리에서 빙빙 도는군요. 감독들 덕인지, 헤더 도나휴의 연기력 때문인지는 몰라도, 그 장면은 가장 훌륭한 호러 연기로 길이 남을 겁니다.

5.

[블레어 윗치] 하이프에 휩쓸릴 필요는 없습니다. 그건 잘 짜여진 마케팅 스턴트의 자식에 불과하니까요. 그러나 의자에 몸을 푹 묻고 이 영화의 음산한 불쾌함을 즐기는 기분은 너무 그럴싸해서 마케팅의 모든 허세가 잊혀집니다. 이 영화는 정말 괜찮아요. (99/07/20)

D&P

기타등등

자막은 좀 건성이더군요. 특히 '블레어 윗치' 전설의 정보를 전달하는 초반부는 건너 뛰는 대사가 너무 많아서 위태로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