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닐 조던 Neil Jordan

주연
조디 포스터....에리카 베인
Jodie Foster....Erica Bain
테렌스 하워드....머서 형사
Terrence Howard....Detective Mercer
미키 캣....비탈리 형사
Nicky Katt....Detective Vitale
나빈 앤드루스....데이빗 키르마니
Naveen Andrews....David Kirmani
메리 스틴버겐.....캐롤
Mary Steenburgen....Carol
에네 올로야....조세이
Ene Oloja....Josai
루이스 라 실바 주니어....리
Luis Da Silva Jr.....Lee
블레이즈 포스터....캐쉬
Blaze Foster....Cash
라파엘 사르디나....리드
Rafael Sardina....Reed
제인 애덤스....니콜
Jane Adams....Nicole

에리카

[브레이브 원]과 [데스 위시]를 비교하는 건 이제 지겨운 일입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어요. 두 영화는 굉장히 닮았습니다. 비폭력적인 평범한 시민이 끔찍한 범죄를 경험하자 갑자기 맛이 가버려 총을 들고 자경단 노릇을 한다는 기본 설정뿐만 아니라 캐릭터 구성과 사건 전개 방식 심지어 결말도 비슷합니다. 언급하지 않을 수 없어요.

둘을 비교하라고 한다면 전 [브레이브 원] 쪽이 더 좋다고 하겠습니다. 닐 조던의 이 영화는 [데스 위시]가 갖고 있지 않은 몇 가지 중요한 장점들을 갖추고 있어요.

그 장점은 주인공을 여성으로 설정했다는 것입니다. 덩치 크고 험상궂은 찰스 브론슨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데스 위시]에서는 주인공의 연쇄살인이 무덤덤한 길거리 청소처럼 보였죠. 브론슨은 별다른 어려움 없이 남성적인 폭력을 휘두를 수 있는 사람이었고 관객들은 그에게 모든 걸 맡기고 그들이 가지고 있지 못한 힘을 대리체험했습니다. 하지만 [브레이브 원]의 조디 포스터의 경우는 사정이 다르죠. 포스터는 강단이 있어 보이는 배우지만 그래도 깡마르고 자그마한 중년 여성에 불과합니다. 이런 사람들에게 폭력은 훨씬 무서운 거죠. 자기에게 가해지는 폭력이나 자기가 휘두르는 폭력이나.

그 때문에 포스터의 캐릭터 에리카 베인의 드라마는 브론슨의 것보다 훨씬 깊이 있고 강렬하며 예민합니다. 일단 고개를 넘은 뒤 찰나적이고 무표정한 폭력에 몰두하는 브론슨의 캐릭터 폴 커시와는 달리, 에리카는 끊임없이 고민하고 갈등합니다. 이 갈등은 영화가 끝날 때가지 계속 지속되지요. 아마 끝난 뒤에도 없어지지 않을 겁니다.

덕택에 영화가 다루는 자경단 이슈가 훨씬 치밀하게 다루어졌습니다. 영화는 "그냥 악당들을 죽여야 해!"식 대리충족 살인을 다루면서도 그런 폭력이 주인공과 사회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까지 함께 보여줍니다. 테렌스 하워드가 연기한 머서 형사도 [데스 위시]의 프랭크 오초아 형사보다 더 논리적이고 단단한 지지대 위에 서 있습니다. 여전히 관객들은 에리카의 처형에 동조하겠지만 그렇다고 이슈들이 쉽게 무시되지는 않을 거란 말이죠.

단지 영화의 결말은 좀 싱겁습니다. 이런 결말은 [브레이브 원]보다는 [데스 위시]에 더 잘 어울리고 처리도 [데스 위시] 쪽이 더 잘 했습니다. [브레이브 원]에서는 좀 지나쳤죠. 하지만 그 결말을 보면서 제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는 점도 고백해야겠습니다. 관객으로서 저의 한계라면 한계지요. (07/10/17)

DJUNA

기타등등

1. 에리카가 살인범을 찾아나서는 마지막 장면에서는 [양들의 침묵]이 자꾸 떠오르더군요. 포스터 때문이기도 하지만 세트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둘 다 크리스티 지아가 프로덕션 디자이너였지요.

2. 다시 생각해보니 이 영화의 진짜 교훈은 아주 상식적인 것입니다. 한밤중에 센트럴 파크를 산책하지 말 것이며 개줄은 늘 꼭 잡고 다니라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