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존 휴즈 John Hughes

주연
저드 넬슨....존 벤더
Judd Nelson....John Bender
몰리 링월드....클레어 스탠디시
Molly Ringwald....Claire Standish
에밀리오 에스테베스....앤드루 클락
Emilio Estevez....Andrew Clark
안소니 마이클 홀....브라이언 존슨
Anthony Michael Hall....Brian Ralph Johnson
앨리 시디....앨리슨 레이놀즈
Ally Sheedy....Allison Reynolds
폴 글리슨....리처드 버논
Paul Gleason....Richard Vernon
존 케이플로스....청소부 칼
John Kapelos....Carl the Janitor

조찬 클럽

가끔 전 지금의 젊은 관객들이 존 휴즈의 영화들에 어떻게 반응할지 궁금합니다. 휴즈의 영화들은 블록버스터 시대를 사는 지금의 관객들의 기준엔 맞지 않습니다. 저예산이고 앙상블 영화이고 (상대적으로) 건전하며 충분히 쿨하지도 않지요. 세월이 흐르고 할리우드가 변해가면서 휴즈의 영화들은 점점 더 학예회 연극을 닮아갑니다.

[조찬 클럽]은 그 중에서도 특히 학예회 연극 같습니다. 실제로 이 영화의 설정은 영화 장르보다는 연극에 더 어울립니다. 전혀 공통점이 없는 다섯 명의 사람들이 폐쇄된 공간 안에 갇혀 있는 동안 서서히 대화를 나누고 서로를 이해하게 된다는 내용이니까요.

보다 자세히 설정을 설명한다면 이 다섯 명의 사람들은 일리노이 셔머 고등학교에 다니는 다섯 명의 학생들입니다. 이들은 모두 주중에 일으킨 말썽 때문에 토요일 학교에 끌려왔지요. 앞으로 이들은 학교 도서관에 갇혀 자신이 누군가에 대한 에세이를 써야 합니다.

이들은 처음엔 전형적인 미국 고등학생 스테레오 타입들로 시작합니다. 운동선수, 프롬 퀸, 공부벌레, 약간 정신나간 괴짜, 깡패. 당연히 이들에겐 금쪽 같은 토요일에 함께 모여 있는 것 자체가 고문입니다. 영화가 시작되자마자 이들이 서로의 신경을 긁으려 작정한 건 당연한 일입니다. 물론 적극적으로 손톱을 세운 사람은 공인된 학교 불량아인 벤더지만요.

어떻게 될까요? 영화는 공식을 따릅니다. 싸우다 대화를 나누고 서로를 조금씩 이해하기 시작하고 자신의 마음을 열어보이고... 영화가 끝날 무렵엔 몇 사람들에게 로맨스의 가능성까지 생깁니다.

[조찬 클럽]은 꽉 닫힌 장르영화입니다. 존 휴즈가 만든 캐릭터들은 자기네들을 선입견의 안경을 통해 보지 말라고 외치지만 그래도 그들은 여전히 스테레오타입들입니다. 그들의 고민이나 갈등 역시 특별히 고정된 이미지에서 벗어나 있지도 않고요.

그들이 갈등하고 싸우고 마음을 풀어가는 방식 역시 전형적입니다. 다들 사고쳐서 들어온 애들이고 그 중 몇 명은 정말 문제아들이지만, 그래도 영화가 끝난 뒤에 보면 그들은 참 건전합니다. 티끌 하나 없는 셔머 고등학교의 건물처럼 깨끗하죠. 당시엔 종종 튀어나오는 F 단어 때문에 R등급을 받은 영화지만 지금의 기준으로 보면 언어도 특별히 거칠 것도 없어요.

영화의 자체적인 한계 역시 지적될 수 있습니다. 이들은 부모와 사회에 대해 분노하고 있지만 그들의 반항은 구체적인 모양과 의미를 갖추고 있지도 못하고 대안도 없으며 백인 중산층 사회의 안전한 울타리를 뚫지도 못하니까요.

그렇다고 [조찬 클럽]을 시시한 영화라고 몰아붙일 수는 없습니다. 건전하고 모범생 같은 영화는 어설프게 만든 졸렬한 영화보다는 나은 영화이고 그 중에서도 더 나은 영화가 나올 수도 있죠. 도식적이고 장르적이라고 해도 이 다섯 명의 아이들이 느끼는 소외감이나 분노가 진실성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고요. 대안이 없고 분노가 도식적이며 울타리 안에 갇혀 있다고 했는데, 사실 그 나이에 대안을 찾고 신선한 분노의 원인을 발견하고 울타리를 뚫을 수 있다면 그게 오히려 괴상한 것이겠죠. 물론 이 영화로 청춘스타가 된 다섯 배우들의 에너지가 넘치고 진실된 연기도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조찬 클럽]은 좋은 영화이고 같은 나이 또래의 관객들에게 상당히 많은 걸 가르쳐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전 당시의 젊은 관객들이 이 영화를 당대의 컬트로 받아들인 이유를 여전히 알지 못합니다. 물론 설명할 수는 있어요. 존 휴즈의 경력이나 스타 시스템, 80년대 초의 분위기를 들먹이면서요.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에겐 [조찬 클럽]은 그런 열광을 담기엔 지나치게 모범적인 영화로 보입니다. (05/05/26)

DJUNA

기타등등

전 앨리 시디의 컴컴한 모습이 너무 좋기 때문에 나중에 핑크색 공주로 변신하는 장면이 나올 때마다 늘 맥이 풀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