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플레이어 Il Cartaio (2004) * *
주연
스테파니아 로카....안나 마리
Stefania Rocca....Anna Mari
리암 커닝햄....존 브레넌
Liam Cunningham....John Brennan
클라우디오 산타마리아....카를로 스투르니
Claudio Santamaria....Carlo Sturni
안토니오 칸타포라....마리니 서장
Antonio Cantafora....Chief Marini
피오레 아르젠토....루치아 마리니
Fiore Argento....Lucia Marini
실비오 무키노....레모
Silvio Muccino....Remo
루이스 몽테니....검시의
Luis Molteni....Medical Examiner
마리오 오피나토....모르가니 형사
Mario Opinato....Inspector Morgani
미카엘라 피냐텔리....테르지 형사
Micaela Pignatelli....Professor Terz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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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적인 아르젠토식 지알로 상황. 로마의 미치광이 살인마가 여자들을 한 명씩
납치해서 살해합니다. 다른 지알로 영화들과 다른 점은 이 살인마가 여기에
약간의 21세기적 터치를 더했다는 거죠. 그는 여자들을 그냥 살해하는 대신
웹캠으로 살아있는 인질의 얼굴을 보여주며 경찰에게 인터넷 포커를 제안합니다.
만약 경찰이 세 번을 먼저 이기면 인질은 삽니다. 하지만 살인마가 한 번
이길 때마다 인질의 신체 부위가 하나씩 날아가고 세 번을 먼저 이기면 인질은
죽습니다. 여기에 대항하는 사람들은 도박중독자인 아버지에 대한 기억으로
고통받는 안나 마리, 본국에서 일어난 스캔들 때문에 이탈리아 대사관으로
좌천된 아일랜드계 영국인 형사 존 브레넌, 얼떨결에 사건에 투입된 포커 천재
레모입니다.
[카드 플레이어]에서 아르젠토는 비교적 새로운 시도를 합니다. 그의 영화는 공공연하고 과시적인 살인장면들로 유명했습니다. 이 영화에서 그는 그 기대를 의도적으로 무시합니다. 이 영화의 핵심적인 살인장면들은 대부분 카메라 밖에서 일어납니다. 그는 웹캠이라는 해상도가 떨어지고 시야가 제한된 도구를 살인사건과 관객들을 연결하는 창으로 설정한 뒤 관객들로 하여금 그 시야 밖에서 벌어지는 폭력을 상상하게 하려 합니다.
이론상 이 아이디어는 문제가 없습니다. 어떤 때는 보이지 않는 걸 상상하는 게 더 고통스럽고 불편하니까요. 문제는 아르젠토가 이런 감추기의 테크닉에 능하지 않고 그의 기존 스타일도 여기에 그렇게까지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는 과시의 제왕입니다. 화면 위에 뚝뚝 떨어지는 빨강 페인트와 번뜩이는 칼날없이 그가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단 말입니까? 이 영화에서 가죽장갑을 낀 살인마의 손은 칼을 휘두르는 대신 컴퓨터 자판을 칩니다. 말 다했죠.
자극이 줄어드니까 아르젠토 특유의 단점들이 나타납니다. 이탈리아 배우들의 맥빠지고 코믹한 연기, 유일한 외국인 배우 한 명만 본국인처럼 자연스럽게 연기하는 어색한 영어 더빙, 시시한 대사, 말도 안되는 설정 (이 영화의 알리바이 트릭엔 심각한 논리적 결함이 있습니다)... 7,80년대엔 이런 것도 일종의 매력이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21세기에도 이런 것들을 계속 관대하게 받아들여야 할 이유는 없어요. 어떤 경우엔 단점은 그냥 단점인 겁니다.
결국 [카드 플레이어]를 보는 관객들은 옛 아르젠토의 찌꺼기들을 챙기게 됩니다.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카드 플레이어의 인터넷 포커 장면들이 아니라 브레넌 형사가 단서들을 밟아가며 치명적인 함정이 있을 게 분명한 살인마의 집으로 접근해 가는 장면이나 살인마가 안나 마리의 집에 침입하는 장면들입니다. 이 익숙한 공포물의 잔재 속에서 아르젠토는 원래의 장기를 어느 정도 발휘할 기회를 얻죠.
늙은 개에게 새 재주를 가르치기는 어렵습니다. 그 늙은 개가 장르 안에서 썩을대로 썩은 늙은 감독이어도 사정은 다르지 않죠. 시도는 좋았지만 그뿐입니다. 시도와 야심만 가지고 뭐든지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04/11/02)
DJUNA
기타등등
다리오 아르젠토의 딸 피오레가 조역으로 등장합니다. 죽냐고요? 아뇨.
납치당하고 고문당하지만 죽지는 않습니다. 이 아저씨도 맘이 약해졌나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