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프랭크 태슐린 Frank Tashlin

주연
멜 블랭크....포키 피그
Mel Blanc....Porky Pig
빌리 블레처....굿윌 변호사
Billy Bletcher....Lawyer Goodwill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변신한 굿윌 변호사

프랭크 태슐린의 [말더듬이 돼지 사건]은 디즈니 버전 [세 마리 아기 돼지]의 음침한 패러디라고 할 수 있는 작품입니다. 세 마리 아기 돼지와 사악한 늑대 이야기의 설정을 19세기 빅토리아조 멜로드라마의 이야기와 30년대 유니버설 호러의 스타일로 풀어낸 것이죠.

영화는 포키 피그와 형제 자매들에게 굿윌이라는 가족 변호사가 찾아오면서 시작됩니다. 부자 삼촌인 솔로몬 스와인은 죽으면서 이들에게 전재산을 남겼는데, 거기엔 단서가 하나 붙어 있었죠. 만약 이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다면 그 재산은 모두 굿윌 변호사에게 돌아간다는 겁니다. 당연히 굿윌은 이름처럼 좋은 돼지일 리가 없죠. 유언장을 읽어주고 잽싸게 저택 지하실로 내려간 그는 '지킬 박사와 하이드' 주스를 마시고 음침한 괴물로 변신한 뒤 돼지들을 한 명씩 납치합니다. 이들을 구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는 포키 피그와... 한 명 더 있습니다.

언제나 자기 애니메이션에 일반 극영화의 스타일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걸 좋아했던 태슐린의 취향은 이 애니메이션에서 빛을 발합니다. 태슐린이 도입한 드라마틱한 로우 앵글이나 롱 패닝, 흑백화면의 극단적인 콘트라스트와 클로즈업은 당시 유니버설 호러물의 스타일과도 일치했거든요.

태슐린은 당시 호러 영화의 스타일을 워너 애니메이션에 대입하는 것으로 만족하지 않습니다. [말더듬이 돼지 사건]의 가장 큰 장점은 실사 호러 영화를 애니메이션 스타일로 과장하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애니메이션이라는 장르의 자유를 만끽했다는 데에 있습니다. 특히 굿윌 캐릭터는 그 자유를 만끽하고 있지요. 일단 '하이드' 변신만 해도 실사영화보다는 애니메이션이 더 그럴싸하고 자연스럽거든요. 게다가 그는 뻔뻔스럽게도 극단적인 극장 안의 관객들과 대화까지 시도합니다. 그것도 막연하게 모든 관객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게 아니라 구체적인 한 사람을 꾸준히 지목하죠. "세 번째 줄에 있는 너 말이야!"

이 영화의 가장 멋진 농담도 바로 이 설정에서 나옵니다. 포키와 다른 돼지들이 위기에 빠졌을 때 갑자기 누군가가 굿윌 변호사에게 의자를 집어던지거든요. 그 통에 자기가 만든 함정에 빠진 굿윌 변호사가 어리둥절해 하는 동안 바로 그 정의의 기사의 정체가 드러납니다. 바로 세 번째 줄에서 영화를 보고 있던 관객이었어요. (07/01/04)

DJUNA

기타등등

영화에 나오는 솔로몬 아저씨의 초상화는 올리버 하디의 돼지 캐리커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