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앤드루 애덤슨 Andrew Adamson

주연
조지 헨리....루시 페번시
Georgie Henley....Lucy Pevensie
스칸더 케인즈....에드먼드 페번시
Skandar Keynes....Edmund Pevensie
윌리엄 모즐리....피터 페번시
William Moseley....Peter Pevensie
안나 포플웰....수잔 페번시
Anna Popplewell....Susan Pevensie
틸다 스윈튼....하얀 마녀
Tilda Swinton....White Witch
제임스 맥카보이....텀누스
James McAvoy....Tumnus
짐 브로드벤트....교수
Jim Broadbent....Professor
엘리자베스 호손....맥그레디 부인
Elizabeth Hawthorne....Mrs. MacReady
리암 니슨....아슬란
Liam Neeson....Aslan
레이 윈스턴....비버 씨
Ray Winstone....Mr. Beaver
던 프렌치....비버 부인
Dawn French....Mrs. Beaver
루퍼트 에버렛....여우
Rupert Everett....Fox
심 에번-존스....늑대
Sim Evan-Jones....Wolf

옷장 속으로

여러 번 이야기했지만, 전 [나니아 연대기]라는 책을 좋아했던 적이 없습니다. 무비판적으로 아무 책이나 빨아들이던 어린 시절에 읽은 책이 아니어서 그런 걸까요? 이유가 무엇이건, 전 이 시리즈가 그렇게까지 마술적이거나 매력적이거나 독창적이라고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싸구려 약장수의 선전 광고처럼 노골적이고 뻣뻣해 보여요. 이 시리즈에 장점이 없다고는 말하지 않겠습니다만, 적어도 저에겐 그렇게 와 닿는 작품이 아닙니다.

영화에 대해서는 어떻게 말해야 할까요? 원작보다 나은 부분도 있고 못한 부분도 있습니다. 최종 합계는 대충 비슷한 것 같습니다. 전 [나니아 연대기: 사자, 마녀 그리고 옷장]이 그렇게까지 충실한 [나니아 연대기] 영화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더 충실하게 만들어진 [나니아 연대기] 영화라고 해서 이 작품보다 특별히 우월하지는 않을 겁니다.

영화는 원작과 어떻게 다를까요? 디테일은 조금 다르지만 큰 기둥 이야기는 바뀐 게 없습니다. 누가 누구를 죽이고 누가 누구에게 무엇을 주고 하는 것들이 달라졌을 뿐 이야기 자체는 그대로예요.

달라진 건 어투입니다. [나니아 연대기]에 속해있는 소설들은 기본적으로 작은 이야기들입니다. 수 천 년의 역사를 커버하고 있긴 하지만 이야기 자체는 소박하고 작은 동화죠. 하지만 영화는 이 어린이책을 피가 튀고 폭력이 난무하는 장엄한 블록버스터로 만들었습니다. 에롤 플린 영화를 보러 왔다가 아놀드 슈왈제네거 영화와 마주친 기분이랄까요? 조금 당황스럽습니다. 그렇게 논리적이지도 않고요.

보통 이런 식의 부풀리기는 영화에 재미를 넣어주기 위해서이지만, 이 영화에선 그게 그렇게까지 성공한 것 같지 않습니다. 이야기가 길어지고 서사시의 무게가 따라오자 전체적으로 영화가 산만해지고 따분해졌어요. 제 앞에서 영화를 보던 아이들도 지루해 죽을 지경이더군요.

그렇다고 영화의 다른 단점들이 특별히 커버되는 건 아닙니다. 어떻게든 현대 여자아이들의 비위를 맞추고 에드먼드의 행동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무척이나 따분한 예수 상징인 아슬란의 비중을 줄이려 노력한 흔적이 보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원작의 단점이 사라지는 건 아니죠. 예를 들어 전 아슬란의 '희생'을 희생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습니다. 자기가 잃을 게 없다는 걸 다 알고 하는 희생이 무슨 희생이에요? 기만이지. 당시는 전쟁 중이었으니 그 정도야 저도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건 성스러운 행위 따위는 아닙니다.

그래도 영화는 나니아라는 세계를 설득력있게 구현하게 도와주는 좋은 특수 효과에 바탕을 두고 있고 잘 캐스팅된 배우들의 덕도 보고 있습니다. 특히 루시 역의 조지 헨리는 너무 귀여워서 두 시간 동안 걔 얼굴만 보고 있어도 안 지루할 것 같더군요. 슬프게도 영화엔 걔 얼굴만 나오지는 않습니다. 틸다 스윈튼의 무시무시한 하얀 마녀도 근사하지만, 이 영화에 그 사람과 조지 헨리만 나오는 것도 아니고요. 전체적으로 [나니아 연대기: 사자, 마녀 그리고 옷장]엔 재미있거나 재미있을 가능성이 있는 것들을 꾹꾹 눌러대는 따분한 것들이 너무 많습니다. (05/12/29)

DJUNA

기타등등

저에겐 나니아는 겨울의 나라입니다. 나니아의 가로등 불빛이 눈 속에서 희미하게 빛나며 루시를 인도하는 장면은 C. S. 루이스가 만들어낸 가장 강렬한 이미지입니다. 하얀 마녀가 퇴치된 이후, 나니아는 그냥 심심하고 평범한 보통 나라가 되어 버렸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