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로버트 앨트먼 Robert Altman

주연
네브 캠벨....라이
Neve Campbell....Ry
말콤 맥도웰....알베르토 안토넬리
Malcolm McDowell....Alberto Antonelli
제임스 프랑코....조시
James Franco....Josh
바바라 E. 로버트슨....해리엇
Barbara E. Robertson....Harriet
윌리엄 딕....에두아르
William Dick....Edouard
수지 큐삭....수지
Susie Cusack....Susie
마릴린 도즈 프랭크....라이의 어머니
Marilyn Dodds Frank....Ry's Mother
존 로던....라이의 아버지
John Lordan....Ry's Father
마리안 메이베리....의붓어머니
Mariann Mayberry....Stepmother
릭 피플스....의붓 아버지
Rick Peeples....Stepfather
야센 페얀코프...저스틴의 조언자
Yasen Peyankov....Justin's Mentor
데보라 던....데보라
Deborah Dawn....Deborah
존 글루크먼....존
John Gluckman....John
데이빗 곰버트....저스틴
David Gombert....Justin
수잔 L. 프리스코....수잔
Suzanne L. Prisco....Suzanne

라이

[더 콤파니]는 로버트 앨트먼의 영화가 아니라 네브 캠벨의 영화입니다. 이 영화의 아이디어도 캠벨의 것이고 그 아이디어를 영화로 구체화시키기 위해 뛰었던 사람도 캠벨이지요. [더 콤파니]는 전형적인 앨트먼 영화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것 역시 캠벨의 선택입니다. 앨트먼은 이 영화에서 고용감독이었지요. 그는 발레 영화를 만들 생각도 해 본 적도 없고 발레에 대해서도 아는 바가 없었답니다. 캠벨이 이 아이디어를 들고 왔을 때 그는 자동적으로 거절부터 했다고 하더군요. 결국 설득당해 이 영화를 찍었지만요.

이 젊은 배우의 노력에는 감동적인 구석이 있습니다. 어렸을 때 품었던 꿈을 현실화시키기 위해 앨트먼과 같은 거장을 설득하고 전문 발레 댄서처럼 춤추기 위해 끔찍한 훈련에 온 몸을 던지는 건 결코 쉽게 할 행동은 아니지요. 캠벨이 이 영화에 만족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전 정말 슬플 거예요.

[더 콤파니]의 주인공들은 시카고의 조프리 발레단의 댄서들입니다. 이 영화가 다루고 있는 조프리 발레단은 우리가 아는 조프리 발레단과 아주 약간 다르긴 합니다. 댄서들의 이름이 가끔 달라지고 제랄드 아르피노 대신 안토니오 안토넬리라는 인물이 아트 디렉터 자리를 차지하고 있지요. 그러나 그건 영화화를 위한 어쩔 수 없는 개작일 겁니다.

이 영화에는 특별한 이야기는 없습니다. 그냥 발레 댄서들의 일상을 따라가는 거죠. 그중 이야기에 가까운 건 라이라는 젊은 댄서의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그려지는 라이의 일상에도 특별한 드라마는 없습니다. 라이는 최근 들어 발레단 내부에서 조금씩 인정받기 시작하는 중이고 영화가 흘러가는 동안 젊은 요리사 조시를 만나 데이트를 시작합니다. 그 뿐이에요.

이런 접근법은 사실 상당히 신선합니다. 지금까지 나온 대부분의 발레 영화들은 로맨틱한 멜로드라마를 지향했으니까요. [더 콤파니]는 일반적인 발레 영화의 로맨티시즘을 거의 완벽하게 지워버립니다. 이 영화의 발레 댄서들은 박봉에 쫓기는 프로페셔널들이고 댄서의 데이트는 종종 두 사람의 바쁜 스케줄 때문에 졸음 속에서 끝나버립니다.

이런 식의 이야기 전개는 이치에 맞는 선택입니다. 조프리 발레단은 일급의 발레단이지만 이런 데에 들어가서 전세계가 알아주는 스타가 되거나 떼돈을 벌 가능성은 크지 않죠. [더 콤파니]는 인류학적인 냉정한 접근법을 통해 발레 세계에 대해 일반인들이 품고 있는 환상을 걷어냅니다.

물론 [더 콤파니]의 접근법이 얼마나 깊이있는 것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영화는 댄서들의 일상들을 비교적 흥미롭게 잡아내긴 하지만 그들의 내면까지는 뚫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앨트먼의 카메라는 대부분의 경우 호기심많은 염탐꾼의 위치에 머뭅니다. 가끔 탈의실에서 예쁜 발레 댄서의 가슴을 훔쳐보기도 하고 공연이 벌어지는 무대 뒤에서는 스텝들이 무슨 일을 하나 구경하기도 하는 식이죠.

영화는 그렇게까지 성의있게 발레 작품을 다루고 있지도 않습니다. 조프리 발레단의 공연을 보기 위한 멀티미디어 매체로 이 영화를 구입한 사람들은 실망했을지도 모르겠어요. 이 영화에는 상당히 많은 작품들이 나오긴 하지만, 앨트먼은 이들을 독립된 작품으로 다루지 않습니다. 그는 발레보다는 댄서들과 관객들, 스텝들, 주변 상황의 상호 작용에 더 관심이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 때문에 HD 디지털 카메라로 찍은 이 영화의 발레들은 완결된 공연을 본 것 같은 느낌은 주지 못해요.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의 사실주의는 부인할 수 없는 힘을 지니고 있습니다. 라 루보비치나 로베르 데스로시레르와 같은 실제 안무가들이 참가하는 공연 준비 과정은 다큐멘터리와 같은 흥미를 자아내고요. 가끔 몇몇 장면들은 소름이 끼칠 정도로 정곡을 찌르고 있기도 합니다. 이 영화만큼 댄서의 부상을 무시무시하게 묘사한 발레 영화가 전에도 있었던가요?

[더 콤파니]는 [분홍신]처럼 관객들이 열렬하게 사랑에 빠질 수 있는 작품은 아닙니다. 그러기엔 너무 냉정하고 가느다란 영화죠. 하지만 영화는 호기심많은 관객들을 위한 충분한 정보들을 담고 있고 이 작은 세계에 속해있는 사람들의 열정과 환희, 좌절을 적절한 수준에서 보여줍니다. 물론 전 여전히 그 이상의 깊이를 요구할 수 있습니다만, 이 정도만 해도 영화는 충분한 성과를 거둔 것 같습니다. (04/07/06)

DJUNA

기타등등

이 영화의 클라이맥스를 장식하는 로베르 데스로시에르의 [푸른 뱀]은 공연 과정을 다룬 다큐멘터리가 따로 만들어지기도 했답니다. 여기로 가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