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존 에이미얼 Jon Amiel

주연
아론 에크하트....조시 키스 박사
Aaron Eckhart....Dr. Josh Keyes
힐러리 스웽크....레베카 차일즈 소령
Hilary Swank....Major Rebecca Childs
스탠리 투치....콘라드 짐스키 박사
Stanley Tucci....Dr. Conrad Zimsky
딜로이 린도....닥터 에드 브라젤튼
Delroy Lindo....Dr. Ed Brazzelton
테키 카리오....세르쥬 레베크 박사
Tchéky Karyo....Dr. Serge Leveque
리처드 젱킨스....토머스 퍼셀 장군
Richard Jenkins....General Thomas Purcell
알프에 우다드....탈마 스티클리
Alfre Woodard....Talma Stickley
DJ 퀄스....태즈 '랫' 핀치
DJ Qualls....Taz 'Rat' Finch
브루스 그린우드....로버트 아이버슨
Bruce Greenwood....Robert 'Bob' Iverson

키스와 벡

[코어]는 제작 소문이 들렸을 때부터 제가 손꼽아 기다렸던 영화 중 하나입니다. 특별히 소재에 끌려서가 아니라 (아니, 어느 정도 소재 때문이기도 했습니다. 어렸을 때 [펠루시다] 소설들을 재미있게 읽었으니까요) 이 아이디어를 제대로 영화화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보였기 때문입니다.

기본 아이디어가 뭐냐고요? 미국에서 개발한 수수께끼의 비밀 병기에 의해 지구의 핵이 회전을 멈춥니다 (스포일러라고 뭐라 마시길. 예고편에 다 나옵니다.) 핵이 정지되면서 지금까지 지구 표면을 보호하고 있던 자기장이 사라지고 이대로 두었다가는 1년 안에 지구 위의 모든 생명체들이 몰살당할 판입니다. 해결책은? 여섯 명의 특공대가 Unobtanium(하하하!!!!)으로 만든 탐사선을 타고 지구의 내핵으로 들어가 핵폭탄을 장치하는 것입니다!

네, 과학적인 문제점들이 있습니다. 아무리 봐도 이 아이디어는 지구를 너무 작게, 인간의 능력을 너무 크게 잡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맘을 더 모질게 먹는다면 수많은 물리학적, 지질학적 오류들을 발견할 수 있겠지요.

하지만 진짜 큰 문제점은 과학적인 오류들이 아니라 드라마를 끌어낼 수 있는 가능성입니다. 자, 이 영화의 악당은 무엇인가요? 녹은 돌과 금속입니다. 이 영화의 배경은요? 역시 녹은 돌과 금속입니다. 영화 속에서 주인공들은 무얼 해야 할까요? 영화가 끝날 때까지 그들을 보호해주는 Unobtanium(또다시 하하하!!!) 기계 안에 박혀 있어야만 합니다.

이런 문제점들을 생각해보면 [코어]는 생각 외로 잘했습니다. 중간중간에 액션도 있고 한번은 주인공들이 탐사선 밖으로 나가기도 하며 아슬아슬한 데드라인과의 전쟁도 있으며 문제 해결 장면들도 몇 개 됩니다. 심지어 영화는 탐사선 버질의 외부 모습을 상당히 자주 보여주기까지 합니다. 물론 이 모든 것들을 해내기 위해 적당히 과학과 타협을 해야 했지만 말이에요. 전 아직도 탐사대 사람들이 입은 우주복이 무엇으로 만들어졌는지 궁금합니다.

스토리는 뻔합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정석만 따르는 영화거든요. 유명한 관광명소들만 골라서 파괴하는 대재앙, 소수정예 특공대, 사악하고 방해만 되는 정부 기관, 위기 때마다 한 명씩 죽어나가는 승무원들... 본격적인 액션이 시작되기 전에 어떤 순서대로 사람들이 죽어나갈지 한 번 추리해보세요. 그렇게까지 어렵지는 않을 겁니다.

그래도 [코어]는 몇 년 전에 낡아버린 공식을 꽤 신선하게 요리한 편입니다. 자기장의 혼란 때문에 길을 잃고 트라팔가 광장에서 죽어나가는 비둘기떼 (흠... 근데 비둘기는 자기장을 쓰기 전에 '눈'이라는 걸 먼저 이용하지 않을까요?) 갑자기 정지한 맥박 조종기 때문에 죽어나가는 보스턴 시민들과 같은 것들은 이전의 재난 영화에서 찾아보기 힘든 색다른 재앙 묘사입니다. 노골적으로 스토리와 설정을 광고하는 예고편과 포스터를 이전에 깔지 않았다면 그럴싸한 미스터리를 자아낼 수도 있었어요.

기술적인 측면은 그저 그렇습니다. 이 영화는 전에 나온 [딥 임팩트]나 [아마게돈]과 같은 영화들에 비하면 소박합니다. 특수 효과는 봐줄만 하지만 그렇게까지 대단하지는 않아요. 하긴 나올 장면들도 많지 않고요.

배우들은 그냥 할 일만 합니다. 연기력 있는 전문가들이 공식적인 대사를 읊는 2차원적인 캐릭터들을 경제적으로 연기하는 거죠. 이런 캐릭터들의 얄팍함을 지적하는 거야 말로 시간 낭비입니다. 지구를 구하는 게 먼저지, 캐릭터 탐구가 먼저는 아니잖아요.

[코어]는 적당히 (또는 심각하게) 과학 지식을 어겨가며 공식적으로 만든 재난 영화입니다. 특별히 대단한 영화는 아니지만 이 정도면 나쁘지 않은 것 같아요. 감독이나 작가들도 그 정도만 계산해서 키들키들 웃으며 만들었을 것 같고. 전 [아마게돈]보다는 좋게 봤습니다. (03/04/24)

DJUNA

기타등등

혼자만 웃어서 죄송. Unobtanium은 unobtainable을 어원으로 삼는 SF팬들의 은어입니다. SF나 그와 관련된 토론에서 실제 세계엔 없는 금속을 임시방편으로 끌고 올 때 이 표현들을 사용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