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쥘리 델피 Julie Delpy

주연
쥘리 델피....에르제베트 바토리
Julie Delpy....Erzebet Bathory
윌리엄 허트....기요르기 투르조
William Hurt....Gyorgy Thurzo
다니엘 브륄....이슈트반 투르조
Daniel Brühl....Istvan Thurzo
아나마리아 마린카....안나 다르불리아
Anamaria Marinca....Anna Darvulia
앤디 가첸....미클로스
Andy Gatjen....Miklos

바토리 백작부인

[카운테스]는 전설적인 에르제베트 바토리 백작부인의 전기영화지만 장르 호러물은 아닙니다. 그냥 전기영화죠. 이 영화의 내용이 실제 바토리 백작부인의 일생과 얼마나 닮았는지는 아는 바가 없습니다. 하지만 모두가 아는 기본 이야기는 남아있습니다. 에르제베트 바토리는 젊어지기 위해 젊은 처녀들의 피를 받아 얼굴에 바르고 목욕을 했습니다. 괜히 미래 여성 뱀파이어들의 모델이 된 게 아닙니다.

이 영화에서 지적할 점은 쥘리 델피의 관점입니다. 델피는 여기서 일종의 페미니즘 접근법을 시도하고 있어요. 그녀는 이야기를 끌고 가면서 당시 상황에 주목합니다. 바토리 백작부인은 당시 헝가리에서 힘있는 인물이었습니다. 남자들이 대부분 전쟁터에 나가고 빈 자리가 생기자 여성이 실권을 쥘 수 있는 기회가 생겼던 거죠. 그녀는 성과 영지를 스스로 운영했고 왕을 포함한 수많은 사람들이 그녀에게 빚을 졌습니다. 영화는 그녀의 힘을 두려워하고 질시한 남자들이 바토리 백작부인의 운명과 전설을 만들어낸 것이라고 말합니다.

아마 맞는 말일 것입니다. 하지만 이 테마는 영화의 이야기와 맞지 않고 계속 삐걱거립니다. 만약 델피가 극영화 대신 다큐멘터리를 택했다면 이 불일치는 없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극영화가 되자 에르제베트 바토리는 우리가 적극적으로 공감하거나 혐오해야 할 주인공이 되고 그 기능을 수행해야 할 스토리 안에 갇히게 됩니다. 그 안에서 관객들은 방황하게 됩니다. 델피가 새로운 역사적 관점을 제시했다고 해도, 여전히 바토리 백작부인은 젊은 연인에게 잘 보이기 위해 젊은 여자들을 죽인 살인마입니다. 그리고 그건 여전히 어리석고 잔인한 일입니다. 마지막에 바토리 백작부인이 낭송하는 페미니즘 대사 역시 그 때문에 그리 어울리지 않습니다.

영화의 인상은 그냥 무난한 편입니다. 명망높은 다국적 배우들이 사극 옷을 입고 우아하게 움직입니다. 하지만 바토리 백작부인의 연인이었던 이슈트반 투르조를 화자로 설정한 것은 별로 효율적인 시도 같지 않고 (그는 일어난 사건에 대해 거의 아는 게 없으니 말입니다) 종종 감독과 각본을 도맡아 하는 배우의 영화들이 그렇듯 불필요한 나르시시즘의 흔적이 보입니다. 배우들이 헝가리 사람들처럼 생기지 않았고 이름 발음도 엉망이라는 불평을 IMDb에서 읽었는데, 아마 맞는 말일 겁니다. (09/11/26)

DJUNA

기타등등

쥘리 델피가 벌써 젊음을 갈구하는 중년 여인을 연기할 나이가 되었다니 슬프다고 말할 수밖에. 하지만 이 사람도 마흔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