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데이빗 핀처 David Fincher

주연
브래드 피트....벤자민 버튼
Brad Pitt....Benjamin Button
케이트 블란쳇....데이지
Cate Blanchett....Daisy
줄리아 오몬드....캐롤라인
Julia Ormond....Caroline
일라이어스 코티스....무슈 가토
Elias Koteas....Monsieur Gateau
제이슨 플레밍....토머스 버튼
Jason Flemyng....Thomas Button
타라지 P. 헨슨....퀴니
Taraji P. Henson....Queenie
마허샬라하쉬바즈 알리....티지
Mahershalalhashbaz Ali....Tizzy
엘 패닝....데이지 - 7살
Elle Fanning....Daisy - Age 7
매디슨 베이티....데이지 - 10살
Madisen Beaty....Daisy - Age 10
제러드 해리스....마이크 선장
Jared Harris....Captain Mike
틸다 스윈튼....엘리자베스 애봇
Tilda Swinton....Elizabeth Abbott

벤자민과 데이지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는 최근 몇 년 동안 제가 본 영화들 중 가장 훌륭한 분장쇼입니다. 영화를 보는 동안 전 계속 분장과 특수효과에 대해서 생각했고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전 정말 이 영화의 DVD 부록이나 TV 특집을 보고 싶습니다. 이들이 어떤 테크닉을 썼는지 몽땅 알고 싶어요.

전 제1차 세계대전부터 종전까지를 그리는 시대묘사도 좋았습니다. 세부묘사도 좋았지만, 벤자민 버튼이 다른 사람들과 달리 나이를 거꾸로 먹기 때문에 얻을 수 있었던 이점도 만만치 않습니다. 대부분 사람들에게 의미 있는 주체로 행동할 수 있는 시기는 그리 길지 않습니다. 하지만 주인공이 다른 사람들과 다른 식으로 나이를 먹기 때문에 그 시기는 두 배로 늘어납니다.

하지만 근본적인 질문에 도달하면 전 소극적이 됩니다. 이 이야기를 과연 브래드 피트 같은 스타와 장황한 러닝타임을 동원해 아카데미 겨냥 대작으로 만들 필요가 있는가? 적어도 스코트 피츠제럴드의 원작에서는 그래야 할 이유를 찾을 수가 없습니다. 이 단편소설은 그냥 농담이에요. 거꾸로 나이를 먹는 남자를 등장시켜 환상적인 이야기를 꾸려내는 것 이외엔 어떤 야심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재미있는 이야기고요.

하지만 이런 영화를 아카데미 겨냥 장편 대작으로 만들려면 사정이 달라집니다. 어느 정도 사실성과 무게를 확보해야 하지요. 예를 들어 원작 단편에서 벤자민 버튼은 말을 유창하게 할 줄 아는 보통 몸집의 70대 할아버지로 태어납니다. 독자들은 처음부터 이게 농담이라는 걸 알기 때문에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그냥 받아들이죠. 하지만 영화의 경우는 다릅니다. 그 설정을 그대로 쓰면 어떻게 산모 몸에서 그런 덩어리가 나올 수 있었는지에 대해 설명을 해야 하니까요. 몸과 정신상태 모두가 거꾸로 나이를 먹는 원작의 벤자민 버튼의 설정을 그대로 쓸 수 없음은 물론입니다. 물론 벤자민 버튼이 나이를 거꾸로 먹는 이야기를 하는 것으로 만족해서도 안 됩니다. 여기에 뭔가 심오한 의미가 있다는 걸 증명해야 하지요.

결과는 그냥 평범합니다. 나이를 거꾸로 먹는 설정에는 타협의 흔적 이외엔 보이지 않습니다. 이 설정을 아주 적극적으로 활용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원작처럼 막 나간 것도 아니죠. 설정에서 가장 흥미롭고 도전적인 부분은 벤자민 버튼이 점점 어려지는 후반부일 텐데, 논리를 끌어가기 어렵다고 생각했는지, 영화는 그 부분을 얼렁뚱땅 처리해버립니다. 영화는 유한한 삶의 가치와 젊음과 늙음의 의미에 대해 뭐라고 말하고 싶은 모양인데, 적당히 사실주의와 타협해버린 설정에서는 대단한 의미를 찾기가 어렵습니다. 육체만 거꾸로 나이를 먹을 뿐, 벤자민 버튼은 그냥 보통 사람들처럼 삽니다. 세월이 흐르는 동안 기억과 경험을 누적해가면서요. 노인네의 기억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이십대 젊은이는 그냥 노인네죠. 그 때문에 영화의 주제는 종종 인위적으로 조작된 것처럼 보입니다.

브래드 피트, 케이트 블란쳇, 틸다 스윈튼과 같은 일급 배우들이 등장하는 영화지만, 그들에게 아주 좋은 영화라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케이트 블란쳇과 틸다 스윈튼의 캐릭터는 그냥 얇습니다. 브래드 피트는 배우의 연기보다 분장과 특수효과의 힘이 더 눈에 들어옵니다. 일단 분장에서 벗어나면 그는 재미없어져요. 사실 분장 자체가 오히려 더 배우 같지요. 분장 밑에 어떤 배우가 있는가는 덜 중요합니다.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는 호사스러운 커피 테이블 북과 같은 영화입니다. 보는 재미가 있고 아름답죠. 다들 지나치게 길다고 투덜거리지만 전 특별히 길다거나 지루하다고 느끼지는 않았습니다. 단지 보는 동안 도대체 이 사람들이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이 고생을 하며 이런 영화를 만들었을까...라는 생각은 했어요. (09/02/12)

DJUNA

기타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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