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테렌스 피셔 Terence Fisher

주연
클리포드 에반스....돈 알프레도 콜레도
Clifford Evans....Don Alfredo Corledo
올리버 리드....레온 콜레도
Oliver Reed....Leon Corledo
이본느 로맹....하녀
Yvonne Romain....Servant Girl
캐서린 펠러....크리스티나 페르난도
Catherine Feller.... Cristina Fernando
안소니 도슨....시니에스트로 후작
Anthony Dawson....Marques Siniestro
조세핀 르웰린....후작부인
Josephine Llewellyn....Marquesa
리처드 워즈워드....거지
Richard Wordsworth....Beggar
히라 탤프리....테레사
Hira Talfrey....Teresa
저스틴 월터즈....어린 레온
Justine Walters....Young Leon
존 게이브리얼....사제
John Gabriel....Priest

늑대인간이 된 레온

[늑대인간의 저주]는 유니버설 영화의 괴물을 끌어온 또다른 해머 영화입니다. 하지만 원작 소설인 [파리의 늑대인간]이나 유니버설의 [울프맨]과는 달리 무대를 18세기 스페인으로 옮겨놓고 있죠. 전체적으로 옛날 이야기 같다는 느낌이 강합니다. 특히 '옛날 옛적에...'로 운을 뗀 나레이터가 사악한 후작과 벙어리 하녀 이야기를 시작할 때는요. 조금만 더 지나면 그 나레이터가 이 영화의 중요 등장 인물인 돈 알프레도 콜레도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영화가 갑자기 현실성을 찾지만요.

스페인으로 무대를 옮겨도 내용은 바뀔 게 없습니다. 크리스마스에 태어난 사생아에게 늑대인간이 되는 저주가 내립니다. 소년은 어른이 되어 사랑에 빠지지만 보름달만 뜨면 괴물이 되는 운명은 그를 비극적인 종말로 몰아가죠.

일단 이 영화에서 주목할만한 것은 스페인 풍의 분위기입니다. [울프맨]의 유니버설 분위기와 정반대라고 할까요? 유니버설 호러 영화의 늑대인간이 안개낀 어둠 속에 숨어 있다면 이 영화의 늑대인간은 고야의 그림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 화려한 색체와 핏자국 위에 드러나 있습니다. 늑대인간이라는 소재의 원초적인 느낌을 고려해보면 오히려 [울프맨]보다 더 그럴싸한 설정인 셈입니다.

단순히 '늑대인간에게 물렸다'는 핑계를 대는 대신 출생의 비밀에 대한 이야기를 풀면서 주인공 레온에게 끔찍한 운명의 짐을 짊어주는 방식도 효과적입니다. 덕택에 이야기가 커졌어요. 귀족인 후작에게 겁탈당할 뻔하다가 지하 감옥에 감금되어 역시 후작의 희생자인 거지에게 겁탈당하는 주인공 어머니의 운명은 보다 넓은 의미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죠. 레온은 타고난 야수성의 희생자이기도 하지만 당시 계급 사회의 희생자이기도 합니다.

늑대인간의 특수 분장 역시 [울프맨] 이후의 발전을 보여줍니다. 여전히 털이 돋아나는 장면을 자연스럽게 표현하지는 못하지만 모형 손을 이용해 조금씩 털을 칠해가는 트릭은 [울프맨] 때보다 설득력 있습니다. 할로윈 가면 같던 [울프맨] 때와는 달리 전체 분장도 훨씬 설득력 있고요.

배우진도 뛰어난 편입니다. 사악한 후작 역의 안소니 도슨이나 거지 역의 리처드 워즈워드와 같은 좋은 조연들이 있지만 그래도 역시 당시엔 신인이었던 올리버 리드의 우직한 연기가 눈에 먼저 들어오는군요. 그의 우락부락한 외모 때문에 늑대인간 역에 잘 맞기도 하고요.

그러나 이 영화는 [울프맨]과 같은 '고전'의 느낌은 들지 않습니다. 아마 시간 배분 때문이 아닌가 싶어요. 느린 호흡에도 불구하고 결말까지 가는 길이 너무 성급해서 이야기와 주제가 제대로 소화되지 못하거든요. 그 때문에 레온과 크리스티나의 러브 스토리가 늑대 인간 스토리에 쉽게 융합되지도 못했고요. [울프맨]에는 이런 걸 다룰 충분한 여유가 있었죠.

많은 사람들은 이 작품을 [드라큘라]와 함께 해머 영화의 최대 걸작으로 뽑지만, 전 쉽게 동의할 수는 없습니다. 여전히 좋은 해머 영화라고 생각은 하지만 이보다 흥미진진한 해머 영화들도 많거든요. (01/09/20)

DJUNA

기타등등

스페인 사람들에게는 이 작품이 어떻게 보일지 모르겠군요. 진짜 스페인 이미지보다는 영국 사람들이 생각하는 스페인 이미지에 맞추어 만든 영화였을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