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웨스 앤더슨 Wes Anderson

주연
오웬 윌슨....프랜시스
Owen Wilson....Francis
에이드리언 브로디....피터
Adrien Brody....Peter
제이슨 슈와츠먼....잭
Jason Schwartzman....Jack
아마라 카란....리타
Amara Karan....Rita
월레스 월로다스키....브렌든
Wallace Wolodarsky....Brendan
워리스 알루와리아....사무장
Waris Ahluwalia....The Chief Steward
이르판 칸....아버지
Irfan Khan....The Father
바벳 슈뢰더....수리공
Barbet Schroeder....The Mechanic
카밀라 러더포드....앨리스
Camilla Rutherford....Alice
빌 머레이....사업가
Bill Murray....The Businessman
안젤리카 휴스턴....패트리샤
Anjelica Huston....Patricia

피터, 프랜시스, 잭

[다즐링 주식회사]에서 타이틀 'The Darjeeling Limited'는 인도의 철도회사 이름입니다. 적어도 제 생각엔 그런 것 같아요. 영화의 사건 절반 정도가 벌어지는 기차 창문에 이 회사의 이름이 붙어 있으니까요. 그런데 'Limited'라면 주식회사가 아니라 유한회사가 아닌가요?

하여간 인도대륙을 느릿느릿하게 가로지르는 이 기차는 무척 매혹적인 영화공간입니다. 호사스럽거나 아름답지는 않아요. 하지만 괴팍하게 아기자기하고 사랑스럽게 삐딱하며 종종 상상을 초월하는 비능률성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딱 웨스 앤더슨 영화 주인공 같아요. [로열 테넌바움]의 집시 택시처럼요.

이 기차를 타고 가는 사람들은 얼마 전에 교통사고로 아버지를 잃은 세 형제입니다. 다들 돈은 많아서 평생 일 안해도 떵떵거리며 잘 살 수 있는 사람들인데, 그 때문인지 머릿속에 잡생각과 고민이 많죠. 아무래도 자살 기도처럼 보이는 오토바이 사고에서 간신히 살아남은 큰 형 프랜시스는 두 동생들을 불러 인도를 가로지르는 영적 여행을 제안합니다. 뭐, 그들이 하려고 하는 건 뻔합니다. 자신을 찾겠다고 인도에 온 돈많은 서구지식인들이 거치는 코스를 거의 모두 밟죠. 단지 프랜시스에겐 동생들에게 밝히지 않은 또다른 목적이 있는데, 그건 영화 중반에 밝혀집니다.

다행히도 이 삼형제는 비슷한 경로를 거쳐갔던 다른 여행객들보다 운이 좋습니다. 웨스 앤더슨이 그들을 만들었고 그들의 여행을 통제하고 있기 때문이죠. 그들은 절대로 직선으로 가지 않습니다. 그들은 영화 내내 삐딱한 그들의 천성과 그에 딱 어울리는 예측불허의 여정을 거쳐요. 그 때문에 그들은 몸과 마음을 심하게 다치고 주변에도 엄청난 민폐를 끼치지만 관객들은 재미있습니다.

웨스 앤더슨의 영화들이 대부분 그렇듯, [다즐링 주식회사]도 그들이 들려주는 내용보다는 그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식의 매력에 더 시선이 가는 영화입니다. 덤덤한 와이드스크린 화면 안에서 그만큼이나 덤덤한 괴짜들이 영화 내내 정말 웃기지도 않은 소동을 벌이는데, 그게 무척 매력적인 거죠. 희극과 비극이 오묘하게 섞여 있고 격렬한 감정과 냉담한 태도가 어색한 조화를 이루는 동안 영화는 서서히 목적지에 도달하는데, 그 목적지는 이야기의 종결이 아니라 태도와 분위기와 감정의 완성입니다. 그것도 안정된 착륙을 하는 게 아니라 줄타기하듯 아슬아슬하게 균형을 잡는 상태에서 조용히 끝나는 거죠.

이런 소동은 캐스팅에 의해 완성됩니다. 오웬 윌슨, 에이드리언 브로디, 제이슨 슈와츠먼은 형제로 착각될만한 사람들은 아닙니다. 일단 전혀 안 닮았어요. 심지어 민족적 차이까지 느껴지죠. 하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이들의 잘 조율된 능글맞은 코미디 연기는 더 극적이고 괴상하며 영화의 내용과 잘 맞아보입니다. 언제나처럼 기성음악을 재활용한 영화음악에도 같은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 같군요. (07/12/03)

DJUNA

기타등등

영화 도입부에 [호텔 슈발리에]라는 단편이 상영됩니다. 제이슨 슈와츠먼과 나탈리 포트먼이 나오는 일종의 프리퀄이에요. [호텔 슈발리에]는 따로 볼 수 있지만, [다즐링 주식회사]의 농담을 온전히 이해하려면 [호텔 슈발리에]를 봐야 해요. 프리퀄의 여자 주인공 나탈리 포트먼은 [다즐링 주식회사]에서도 카메오 출연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