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롤랜드 에머리히 Roland Emmerich

주연
데니스 퀘이드....잭 홀
Dennis Quaid....Jack Hall
제이크 질렌홀....샘 홀
Jake Gyllenhaal....Sam Hall
에미 로섬....로라 채프먼
Emmy Rossum....Laura Chapman
대쉬 미혹....제이슨 에번즈
Dash Mihok....Jason Evans
제이 O. 샌더즈....프랭크 해리스
Jay O. Sanders....Frank Harris
실라 워드....루시 홀 박사
Sela Ward ....Dr. Lucy Hall
오스틴 니콜스....J.D.
Austin Nichols....J.D.
아제이 스미스....브라이언 팍스
Arjay Smith....Brian Parks
탐린 토미타....자넷 토카다
Tamlyn Tomita....Janet Tokada
이안 홈....테리 랩슨
Ian Holm....Terry Rapson
에이드리언 레스터....사이먼
Adrian Lester....Simon
쉴라 맥카시....주디스
Sheila McCarthy....Judith
케네스 웰시....베커 부통령
Kenneth Welsh....Vice President Becker

얼어붙은 자유의 여신상

[투모로우]는 [인디펜던스 데이]의 쌍둥이 같은 영화입니다. [인디펜던스 데이]에서 나왔던 다양한 명승지를 박살내는 전지구적 재난, 그 재난을 예언한 과학자와 백악관의 관계 묘사, 미대통령의 연설로 끝나는 결말과 같은 것들은 [투모로우]에서도 그대로 반복되거든요. 외계인 침략이 지구 온난화로 인한 갑작스러운 빙하기의 도래로 바뀌었을 뿐이죠.

하지만 그 유사점 때문에 이 두 영화는 흥미로운 비교 대상이 됩니다. 거의 같은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태도는 전혀 다르거든요. 마치 소프 오페라에 나오는 착한 쌍둥이와 나쁜 쌍둥이 자매처럼 말입니다.

영화의 의도부터 다릅니다. [인디펜던스 데이]는 징그러울 정도로 뻔뻔스러운 미국 예찬이었고 생각없는 장르물이었습니다. 하지만 [투모로우]는 환경 정책에 관심없고 교토의정서의 비준을 거부하는 부시 정부에 대한 정면 비판입니다. 거의 환경주의자들의 정치 팜플렛처럼 보일 정도죠. 영화가 스토리를 다루는 방식도 전작과는 달리 비교적 신중합니다. 컴퓨터 바이러스라는 말도 안되는 해결책으로 외계인들을 때려잡은 전작과는 달리 이 영화는 이런 전지구적 재난엔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는 사실을 솔직히 고백하고 있거든요.

우선 이 영화가 에머리히의 다른 영화들과 마찬가지로 단점투성이라는 사실을 지적하고 넘어가야겠습니다. 특히 각본은요. 데니스 퀘이드가 연기한 고독한 고기상학자는 정말 공식적인 재난영화 스테레오타입입니다. 일 때문에 바빠서 소원해졌던 아들과 재난을 통해 정을 나눈다는 설정은 보편적으로 느껴지기보다는 너무 뻔하고 도식적이라 기가 찰 지경이고요. 인간으로서 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다는 걸 솔직히 인정하는 건 좋지만 그 때문에 충분한 긴장감이나 액션의 논리가 사라지기도 했어요.

하지만 전 오늘 비교적 기분이 좋으니, 이 영화의 장점들을 더 인정해주겠습니다. 몇몇 당연한 지적들에 대해서도 비교적 긍정적인 해석을 내려줄 생각이고요.

일단 과학적인 근거인데, 사실 대서양 해류 변화가 빙하기를 일으킨다는 가설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지구의 기후가 어떻게 바뀔 것인가에 대해서는 아무도 모릅니다. 기상학자들이라고 여러분보다 특별히 더 잘 예측하는 건 아니에요. 영화는 적당히 센세이셔널하면서도 그럭저럭 과학적인 바탕이 있는 이론을 골라 성심껏 영화에 반영하고 있는데, 이 정도면 상당히 성실하다고 해야겠습니다. 이런 재난이 꼭 일어나라는 법은 없지만 [인디펜던스 데이]에서처럼 없는 소릴 하는 건 아니라는 거죠.

영화는 엄청난 제작비를 들인 할리우드 재난영화답게 구경거리도 많습니다. 물론 가장 공들인 부분은 이 장르의 의무인 명승지 파괴지만, 영화는 그것들 말고도 꽤 참신한 시도들을 몇 개 하고 있습니다. 가장 재미있는 건 무형의 '추위'를 굉장히 섬뜩한 괴물로 만든 것이죠. 이 영화의 혹한은 단숨에 사람을 얼려 죽일 수 있을 정도로 무섭고 주인공이 목숨을 건 아슬아슬한 도주를 해야 할만큼 빠릅니다.

미국 주도인 지금의 세계 정세에 불만인 사람들이라면 이 영화의 설정이 은근히 즐겁기도 할 겁니다. 멍청한 대통령과 환경정책에 무관심한 나이 든 부통령은 꼭 부시와 체니를 보는 것 같지 않나요? 몰려오는 수퍼 폭풍에 쫓겨 멕시코로 불법 이민을 시도하는 미국인들의 묘사는 어때요? 모든 부채를 탕감해줄테니 제발 자국의 난민들을 받아달라고 남미 국가들에게 애원하는 미국의 모습을 보고 키득거리는 사람들도 꽤 많을 걸요?

[투모로우]를 대단한 수작이라고 칭찬해줄 생각은 없습니다. 아무리 좋게 봐주려고 해도 구멍이 너무 많고 헛점투성이며 얄팍하거든요. 하지만 영화가 주는 공포감과 불안함은 기대 이상으로 강합니다. 지금 우리에게 대규모의 기상 이변은 결코 SF의 환상이 아니니까 말이에요. (04/05/27)

DJUNA

기타등등

메가 박스에서 디지털 상영을 한 언론 시사회에 갔었습니다. 전 그냥 그렇더군요. 채도와 명암이 떨어져서 꼭 프로젝터로 튼 DVD를 보는 것 같았습니다. 엔드 크레딧에 올라가는 글자들도 덜컹거렸고요. 다른 영화나 다른 극장에서도 이런 건지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