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마르지에 메쉬키니 Marzieh Meshkini

주연
파타메 체락 아하르....하바
Fatemeh Cherag Akhar....Hava
하산 네반....하산
Hassan Nebhan....Hassan
샤르 바노 시시자데....어머니
Shahr Banou Sisizadeh....Mother
아메네 파산드....할머니
Ameneh Passand....Grandmother
샤브남 톨루우이....아후
Shabnam Toloui....Ahoo
시로우스 카바리네가드....남편
Sirous Kahvarinegad....Husband
마람 제이날 자데....오스만
Mahram Zeinal Zadeh....Osmann
노리에 마히지란....자전거 선수
Norieh Mahigiran....Rival Cyclist
아지제 세디지....후라
Azizeh Sedighi....Hoora
바드르 이라바니....소년
Badr Iravani....Young Boy

아후

언제부터 3부작 영화들이 이처럼 유행하게 된 것일까요? 그전에도 예가 없는 건 아니지만 본격적으로 불을 당긴 건 [펄프 픽션]일 겁니다. 특히 예술 영화 시장에는 이런 영화들이 넘쳐 나지요.

3부작 영화에는 여러 장점이 있지만 가장 큰 장점은 이야기를 만들기가 쉽다는 것입니다. 얼기설기 연결되어 있기는 하지만 결국 단편 앤솔로지거든요. 짜임새 있는 장편 영화의 스토리를 만드는 노력을 들이지 않으면서도 장편 행세를 할 수 있으니 편하다면 편한 거죠.

웬지 수상쩍다고요? 네, 하긴 그런 면도 있습니다. 하지만 [내가 여자가 된 날]에는 그것 말고도 여러 수상쩍은 면들이 있습니다.

우선 이 영화가 이란 영화라는 점부터가 그렇죠. 이란에서 만들어진 영화라는 것 자체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는 않지만, 나온 시기는 조금 미심쩍습니다. 세계 영화 관객들은 최근 몇 년 동안 이란에서 쏟아져 나온 영화적 물결에 신선한 충격을 받았습니다만, 그것도 언제까지나 끌 수는 없습니다. 요샌 관객들도 이런 영화에 익숙해졌고 슬슬 이란 영화들도 자기 복제를 해대는 중입니다. [내가 여자가 된 날]은 이란 영화들을 유명하게 만들었던 그 간촐한 스타일과 주제를 그대로 가져온 영화이기 때문에 독창성에 대해서는 상당히 따끔한 지적을 받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게다가 이 작품이 마흐말바프 가족 사람이 만든 또다른 영화라는 것도 신경이 쓰입니다. 네, 마흐말바프 집안 사람들은 지금까지 상당히 좋은 영화들을 생산해왔습니다. 하지만 가족 이름을 내세운 영화 공장에서 어딘지 모르게 마피아가 연상되는 건 저뿐일까요? 과연 마르지에 메쉬키니나 사미라 마흐말바프가 모센 마흐말바프와 얼마나 차별화되는 예술가일까요?

그러나 이것들은 모두 주변적인 것들이고... 영화 자체만 따로 놓고 본다면 [내가 여자가 된 날]은 여전히 감명깊은 영화입니다.

아까도 말했지만 영화는 세 편의 에피소드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주인공들은 모두 다르지만 3편에서 보면 이 모든 사건들이 같은 날 키쉬 섬에서 일어났다는 걸 알 수 있죠. 후반부에서 세 주인공의 이야기가 살짝 겹치는 부분이 있기도 하고요.

첫번째 이야기의 주인공 하바(하와, 그러니까 이브와 같은 어원의 이름이라는군요)는 막 9살이 되려는 소녀입니다. 이제는 남자 친구들과 놀아서도 안되고 밖에 나갈 때는 머리를 가려야 하는 나이가 온 것이죠. 태어난 시각이 12시이고 지금이 11시라는 핑계를 댄 하바는 간신히 1시간의 자유를 얻지만 시간은 너무 빨리 지나가 버립니다.

이란 영화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가장 친근한 에피소드겠죠. 이란에서는 아이들이 주인공인 영화들을 정말로 많이 만들어냈으니까요. 아마 가장 보편적인 에피소드이기도 할 겁니다. 영문도 모르는 장난꾸러기 소녀를 어른들의 억압의 굴레 속으로 던져 버리는 줄거리는 당연히 폐쇄적인 이란 사회에 대한 페미니즘적인 비판으로 읽히지만 페미니즘을 잊는다고 해도 유년기의 종말에 대한 보다 보편적인 우화로 읽힐 가능성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그리고 무엇보다 하바와 하바의 친구들이 펼치는 순진무구한 이야기는 정말로 귀여워서 쉽게 눈을 뗄 수가 없습니다.

두번째 이야기는 세 편의 이야기 중 가장 핵심이 되는 에피소드입니다. 그러나 이야기는 가장 간단하죠. 주인공 아후(가젤이라는 뜻이라나요)는 자전거 대회에 참가해 열심히 페달을 밟는 중입니다. 아후에게 이 대회는 단순한 스포츠 경기가 아닙니다. 말 그대로 이란 세계의 억압에서 달아나기 위한 탈출인 것이죠. 경기가 진행되는 동안 남편, 아버지, 중매쟁이까지 말을 타고 달려와 그만 두라고 만류하지만 아후는 말을 듣지 않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굴러가는 두 바퀴로 앞으로 달려간다는 그 간단한 행위가 결혼이나 부족의 명예 따위보다 훨씬 중요하게 된 것입니다. 아후는 대사가 거의 없는 캐릭터이고 그녀의 배경 묘사도 전혀 없지만 관객들은 100퍼센트 그녀를 이해하고 몰입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녀의 자유에 대한 정말로 처절한 갈망은 이 단순하다면 단순하다고 할 수 있는 경주에 엄청난 서스펜스를 제공하기도 합니다.

세번째 이야기는 가장 모호하고 그만큼이나 초현실주의적입니다. 아마도 막 과부가 된 듯한 할머니 후라는 키쉬 섬에 들러 어마어마한 쇼핑을 하기 시작합니다. 세탁기, 냉장고, 침대, 심지어 웨딩드레스까지...

이 단순하고 이기적인 행위는 보기보다 절실합니다. 결국 지금까지 후라는 단 한 번도 자신만을 위해 무언가를 가져본 적이 없었던 거죠. 다른 사람들에게는 정신나간 사치일 이런 행동이 후라에게는 장엄한 자유의 선언인 것입니다. 그러나 그 역시 남편이 죽고 자신도 죽을 날이 거의 머지 않은 때에야 간신히 삶의 디저트처럼 따라온 것에 불과하죠.

영화의 스토리나 스타일은 모두 간소하지만 그런 걸 고려해보면 상당히 효율적인 차별성을 보이고 있습니다. 첫번째 이야기의 귀여운 어린이 영화의 느낌, 두번째 이야기의 완벽하게 짜여진 구성의 민담과 같은 구성, 세번째 이야기의 펠리니식 초자연주의는 모두 적절한 대비를 이루면서 각각의 이야기에 봉사하고 있습니다. 대부분 아마추어들을 기용한 캐스팅 역시 효과가 훌륭하고요.

처녀작답지 않게 기술적 완성도도 높은 편입니다. 아마 그래서 이 영화가 더욱 미심쩍어 보이는 것이겠죠. 이미 이란은 영화제용 예술 영화의 주요 생산국이 되어버렸습니다. 전 여전히 이런 영화들을 즐겁게 감상하지만 이들이 통조림화되는 건 시간 문제라는 불길한 생각이 드는군요. (01/04/19)

DJUNA

기타등등

1. 키쉬 섬과 그곳 사정을 조금 더 알면 영화가 더 잘 보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곳 인종 분포도도요.

2. 하바로 나오는 꼬마가 참 귀여워요 (난 역시 안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