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얌 라라나스 Yam Laranas

주연
제시 브래드포드....바비
Jesse Bradford....Bobby
아멜리아 워너....알리사
Amelia Warner....Alyssa
프루잇 테일러 빈스....조지프
Pruitt Taylor Vince....Joseph
이자 칼자도....지나
Iza Calzado....Gina
제이미 블록....칼리
Jamie Bloch....Carly
케빈 듀란드....월터
Kevin Durand....Walter
카를로스 레온....헥터
Carlos Leon....Hector

바비와 알리사

로이 리가 제작한 또 하나의 아시아 호러 리메이크입니다. 이 양반은 오리지널을 만들 생각 따위는 없는 걸까요? 이렇게 많이 만들었다면 슬슬 원작 없이도 비슷한 분위기의 오리지널 호러 영화를 만들 수 있을 텐데 말이죠.

이번 영화의 원작은 필리핀 영화입니다. 얌 라라나스가 감독한 [Sigaw]라는 영화죠. 이 영화를 보기 전에는 원작에 대해 들어보지도 못했습니다. 검색해보니 줄거리는 많이 비슷해보입니다. 다르더라도 라라나스가 불평할 이유는 없죠. 그 자신이 미국판 리메이크를 감독했으니까요.

영화의 테마는 아파트의 소음입니다. 주인공 바비는 출옥한 뒤 그가 감옥에 있을 때 죽은 엄마의 아파트로 이사옵니다. 그의 옆방에는 험상궂은 경찰이 살고 있는데, 밤마다 부부싸움 하는 소리로 요란합니다. 남편의 폭력 정도가 점점 더 심해지자 바비는 어떻게든 이 소동을 끝내려 하지만 그게 될 리가 없습니다. 아시다시피 그 방은 정상적인 방이 아니고 그 집 가족도 정상적이지 않기 때문이죠. 스포일러 감추기도 좀 민망합니다.

장점부터 언급하겠습니다. 영화의 무대인 뉴욕 이스트빌리지의 낡은 아파트는 훌륭한 호러 공간입니다. 낡고 축축하고 정말 어디선가 유령이 기어나올 것 같습니다. 자동차 정비공으로 제2의 인생을 시작하려는 바비나 파트 타임 일자리를 두 개나 뛰면서 학교에도 다니는 여자친구 알리사 역시 지극히 현실적인 인물이라 쉽게 와닿습니다. 캐릭터가 단순해보일 수 있어도 그들의 고민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죠. 적어도 대부분의 관객들은 그들의 인생에 대해 심각하게 걱정할 것입니다. 그건 이 영화의 가정폭력 희생자인 지나와 칼리 모녀도 마찬가지입니다.

영화는 나름 심각한 주제를 담고 있기도 합니다. 후반부에 밝혀지는 진상이 낯익은 분들이 많으실 거예요. 이 작품은 1960년대에 일어났던 아주 유명한 특정 범죄사건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것인데, 라라나스는 이를 통해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는 끔찍한 일들에 대한 방관자들의 책임에 대해 진지하게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영화의 해결책 역시 그 선택과 관련되어 있고요.

그러나 호러물로서 [에코]는 그렇게 재미있는 작품이 아닙니다. 재료는 가능성이 있어요. 하지만 영화는 진지함에 집착한 나머지 이야기의 재미를 깜빡한 것 같습니다. 몇몇 인상적인 사운드 효과가 있긴 하지만 테마인 소음은 그냥 의무 방어만 하고 있고 대부분의 공포 효과는 평범하거나 심심합니다. 척 봐도 뻔한 결말을 지나치게 오래 감추고 있어서 지루하게 느껴지기도 하고요. 진상을 일찍 밝히고 주인공이 그 문제에 대해 조금 오래 고민하게 했다면 어땠을까 싶습니다. 지금 이 영화는 주제의 심각함과 무대의 사실성을 살릴만한 아이디어가 턱없이 부족합니다. 원작은 어땠는지 모르겠군요. (09/05/19)

DJUNA

기타등등

지나로 나온 이자 칼자도는 오리지널 영화인 [Sigaw]에서도 같은 역할로 나왔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