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행자 (2009) * * 1/2
감독
최진호
주연
조재현....배종호
윤계상....오재경
박인환....김교위
차수연....은주
전미선....윤선
김재건....이성환
조성하....장용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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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행자]는 국가의 명령을 받고 살인자가 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다시 말해 사형을 집행하는 교도관들이죠.
좋은 아이디어입니다. 사형제도에 대한 영화들에서 교도관들은
대부분 조연이었죠. [그린
마일] 정도가 예외일까요. 그리고 그 영화에서도 주인공은
사형을 직접 집행하지는 않았습니다. 다시 말해
익숙한 장르에 새로운 이야기를 개척할 기회가 열리는 겁니다.
어떻게 보면 이들도 사형수만큼 제도의 희생자일 수 있으니까요.
영화는 막 새로 부임한 교도관인 오재경을 소개하면서 시작됩니다. 관객들에게 교도소라는 폐쇄적인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보여주기 위한 가장 손쉬운 방법이죠. 처음에는 어리버리해서 사고도 치고 잘 속아넘어가기도 하던 그는 서서히 이 시스템에 적응해갑니다. 그러던 어느 날 12명의 여자들을 잔인하게 살해한 연쇄살인범이 교도소에 들어오고 그를 포함한 세 명의 사형집행 명령서가 떨어집니다.
몇 년전까지만 해도 이 설정은 다소 억지스러운 것이었습니다. 지난 12년 동안 대한민국에서 사형은 집행된 적이 없었으니까요. 사실상 사형폐지국가인 겁니다. 하지만 모든 시계를 거꾸로 돌리는 이명박 정권에서는 사형제도도 예외가 아니죠. 가상이지만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인 겁니다. 거의 완벽한 타이밍이죠.
유감스럽게도 영화는 이 변화의 정치적 의미에 대해 무관심합니다. 영화 리뷰를 쓰면서 어떤 영화를 만들라고 우기는 것은 무의미한 일입니다만, 전 여전히 이것이 영화의 가장 큰 실수라고 생각합니다. 주어진 이 특별한 주제에 대해 깊이 이야기할 생각이 없다면 타이밍만 맞아 떨어지는 평범한 영화가 나올 수밖에 없죠.
사형제도를 바라보는 관점 역시 평범합니다. 공정하지만 평범하죠. 영화는 찬반논쟁을 보여주며 어느 쪽의 편을 들지 않으려 노력하고 그건 올바른 태도였습니다. 하지만 공정하기만 할 뿐 주제에 대한 깊은 사고가 부족하기 때문에 그냥 여러 이야기를 열거만 한 듯한 느낌이 듭니다. 주제를 위해 삽입된 죽이고 싶은 사형수와 살려주고 싶은 사형수의 대비 역시 너무 인공적이라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아요. 물론 가장 나빴던 것은 오재경의 여자친구 은주 이야기를 끼워넣어 낙태와 사형을 은근슬쩍 패키지로 다루려 했다는 것입니다.
교도관들의 묘사도 그렇게 좋지 못합니다. 영화가 '사형을 집행하는 교도관들 역시 제도의 피해자'라는 주제를 다룬 것은 좋았습니다. 하지만 캐릭터들이 그 주제를 지나치게 의식하고 있다면 곤란하죠. 이들은 각기 다양한 캐릭터들을 부여받았으면서도 모두 똑같이 움직입니다. 혹시나 호기심으로라도 참여하고 싶은 사람은 없었을까요? 사형집행은 국가가 하는 것이고 자신에겐 아무런 죄가 없다고 생각한 사람은 없었을까요? 사형집행은 그런 살인자들에겐 정당한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을까요? 모두 살인자가 되기 싫어 뒤로 빼기만 했을까요? 사형집행 이후 벌어지는 소동들 역시 별로 좋지 않습니다. 특히 배종호와 관련된 에피소드는 그냥 성의없는 멜로드라마에 불과합니다.
결국 문제는 인간입니다. 사형제도와 같은 주제를 정면으로 다루는 것은 좋습니다. 하지만 그러는 동안에도 그 영화를 끌어가는 것은 주제가 아닌 인간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집행자]는 설득력 있는 캐릭터들을 만드는 데 실패했고 그 때문에 영화가 관객들에게 들려주고 싶어했던 말들 역시 힘을 잃고 반쯤 허공 중으로 사라져버렸습니다. (09/10/21)
DJUNA
기타등등
1. 회사에서는 18세 관람가 판정이 마음에 들지 않아 재심을 요청한 모양인데, 저로서는 이해가 안 가는군요. 보나마나 판정이 걸린 건 주제 때문이 아니라 후반에 나오는 섹스신과 욕설 때문일 텐데, 그 정도면 처음부터 걸릴 거라고 예상했어야죠.
2. 음악이 안 좋습니다. 제가 최악이라고 생각하는 부류죠. 앞뒤 맥락은 생각도 않고 눈 앞에 보이는 장면을 따라가기만 하는.
3. 시사회 때는 전미선이 나오는 장면에서 릴이 조금 튀더군요.
제가 놓친 장면이 얼마나 되는지 궁금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