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로드리고 구디뇨 Rodrigo Gudiño
빈센트 마르코네 Vincent Marcone

주연
앨런 앨더튼....손 흔드는 남자
Alan Alderton....Waving Man
레아 로리노위츠....젊은 여자
Lea Lawrynowicz....Young Woman
토니 모로네....마른 남자
Tony Morrone....Thin Man
줄리안 리칭스....무릎 꿇은 남자
Julian Richings....Kneeling Man

조니 할로우의 사진

[루 모르그] 잡지의 발행인인 로드리고 구디뇨는 몇 년 전부터 스스로 짤막짤막한 장르영화들을 만들기 시작했는데요, 다들 재미있고 팬들도 많습니다. 그가 빈센트 마르코네와 함께 감독한 [할로우 씨 사건의 진실]은 작년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단편부분 대상을 수상한 작품으로, 전 그 때 몸이 안 좋아서 영화를 놓쳤었죠. 다행히도 얼마 전에 유튜브에 전작품이 올라와서 볼 수 있었습니다. 짧아요. 6분 조금 안 됩니다.

영화는 하나의 롱테이크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카메라는 신화백과사전과 케레스 신에 대한 낙서, 어린이 실종사건을 다룬 신문지를 지나 조니 할로우라는 남자가 1933년에 찍은 사진 한 장에 머뭅니다. 그 사진에서는 네 명의 사람이 찍혀 있는데, 여자는 아기를 안고 있고 선글래스를 쓴 남자는 카메라를 향해 손을 흔들고 있고 나이 든 남자는 옆에 있는 자동차를 바라보고 있으며 아래에서는 어떤 남자가 성냥에 불을 붙이려 하고 있습니다. 다소 불안한 분위기의 사진이지만 특별히 이상할 것은 없어보이죠.

하지만 사진의 부분부분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뭔가 수상합니다. 일단 남자들의 손목에는 모두 수상쩍은 문신이 새겨져 있습니다. 불을 붙이려는 장작 속에는 십자가도 보이고요. 하지만 더 이상한 건 사진 자체입니다. 이 사진은 2차원이 아니에요. 카메라가 집요하게 위를 훑는 동안 이 사진은 보통 사진이 절대로 보여줄 수 없는 것들을 보여줍니다. 사이드 미러에 비친 것들, 나무 뒤에 숨은 것들... 게다가 한 번 보았던 자리로 다시 가면 시간이 조금 지나있습니다. 화면에 찍힌 사람의 표정이나 자세가 조금씩 바뀌어 있어요. 이러는 동안 관객들은 꼼꼼하게 단서들을 수집해서 스스로 숨겨져 있는 이야기를 찾아나서게 됩니다. 아마 그 단서들을 다 찾으려면 몇 번 더 봐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취향에 따라 트릭이 지나치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할로우 씨 사건의 진실]은 우아하고 매력적인 호러영화입니다. 특히 조니 할로우(영화의 제목은 이 사람의 이름에서 따온 것입니다)의 음산한 분위기에 맞추어 흐르는 카메라 움직임의 절묘한 리듬감은 일품이군요. (09/11/13)

DJUNA

기타등등

로드리고 구디뇨는 요새 장편 준비중이라고 합니다. 지금까지 만든 그의 단편영화들은 [Curious Stories, Crooked Symbols]라는 제목의 DVD로 묶여 나왔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