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타셈 싱 Tarsem Singh

주연
카틴카 운타루....알렉산드리아
Catinca Untaru....Alexandria
저스틴 워델....에블린 간호사/에블린 수녀
Justine Waddell....Nurse Evelyn/Sister Evelyn
리 페이스....로이 워커/블루 밴디트
Lee Pace....Roy Walker/Blue Bandit
킴 우일렌브록....의사/알렉산더 대왕
Kim Uylenbroek....Doctor/Alexander the Great
에이든 리스고....알렉산더의 메신저
Aiden Lithgow....Alexander's Messenger
숀 길더....월트 퍼디
Sean Gilder....Walt Purdy
로널드 프랜스....오토
Ronald France....Otto
앤드루 루소....사바티니 씨
Andrew Roussouw....Mr. Sabatini
마이클 허프....위테이커 박사
Michael Huff....Dr. Whitaker
그랜트 스완비....어거스틴 신부
Grant Swanby....Father Augustine
에밀 호스티나...알렉산드리아의 아버지
Emil Hostina....Alexandria's Father
로빈 스미스....루이지/외다리 배우
Robin Smith....Luigi/One Legged Actor
지투 베르마....인디언/오렌지 따는 일꾼
Jeetu Verma....Indian/Orange Picker
레오 빌....다윈/잡역부
Leo Bill....Darwin/Orderly
마커스 웨슬리....오타 벤가/얼음배달부
Marcus Wesley....Otta Benga/Ice Delivery Man

로이와 알렉산드리아

타셈 싱에겐 꿈의 프로젝트가 있었습니다. 81년작 불가리아 가족영화 [요호호]를 자기 식으로 리메이크하는 것이었지요. 꿈의 프로젝트가 리메이크라니 맥이 좀 풀리지만 그래도 [요호호]의 줄거리를 보면 이해가 됩니다. 이야기가 중요한 영화가 아니에요. 그 이야기를 통해 만들어낼 수 있는 비주얼이 중요한 거죠. 타셈 싱과 같은 비주얼리스트라면 입맛 당기는 기획일 수밖에 없지요.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별로 없었습니다. 그 때문에 그는 4년 동안 자기 전재산을 탈탈 털어가며 이 영화 [더 폴]을 직접 만들 수밖에 없었죠. 영화를 만든 뒤에도 개봉을 하지 못해 또 몇 년간 쩔쩔 매야 했고요. 역시 이해가 되는데, 소수 열성팬을 모을 수는 있어도 대중의 관심을 끌 영화는 아니거든요. 어린이 영화의 모습을 하고 있으면서 R등급이고요.

영화의 기본 설정은 이렇습니다. 무대는 1920년대 로스앤젤레스. 팔이 부러져 병원에 입원중인 알렉산드리아라는 어린 소녀가 사고로 반신불수가 된 스턴트맨 로이를 만납니다. 로이는 알렉산드리아에게 사악한 스페인 총독에게 복수하려는 남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사실 그는 이야기를 통해 뭔가를 꾸미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의 계획은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고 알렉산드리아는 점점 더 깊숙이 그의 이야기 속에 빠져들지요.

로이가 들려주는 이야기 자체는 그렇게 재미있는 편이 아닙니다. 오히려 원작인 [요호호]의 이야기가 더 통쾌하고 재미있을 거라고 생각해봐요. 로이의 이야기는 이야기 자체보다 그 이야기가 구성되는 방식이 더 재미있습니다. 알렉산드리아와 로이를 둘러싼 병원 환경이 비주얼에 반영되고, 듣는 사람과 말하는 사람의 상상이 뒤섞이는 것이죠. 예를 들어 로이는 '인디언'을 아메리카 원주민으로 상상해 말하는데, 알렉산드리아는 정말 인도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의사나 간호사, 일꾼들이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등장하고 종종 그들은 로이와 알렉산드리아의 행동과 감정을 직접적으로 반영하는 건 말할 필요가 없고요. 이야기가 클라이막스에 도달하는 부분도 마찬가지입니다. 스토리의 자체 논리와 에너지로 올라가는 게 아니에요. 감정의 극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두 주인공들의 깨달음과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한 것입니다.

그렇다고 이야기가 더 재미있어지느냐? 아니, 그런 것도 아닌 것 같습니다. 이야기의 매력이 살기엔 감독의 자의식이 너무 강하죠. [더 폴]은 재미있게 보기엔 지나치게 '예술품' 같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다 보고 나면 여운이 꽤 오래 남습니다. 그건 알렉산드리아와 로이의 캐릭터가 상당히 잘 살아있고 두 배우의 연기가 참 좋기 때문이지요. 특히 알렉산드리아를 연기한 카틴카 운타루에겐 노련한 할리우드 아역배우에겐 느낄 수 없는 진솔한 매력이 있습니다.

위에서도 말했지만 영화의 진짜 매력은 비주얼에 있습니다. 타셈 싱은 이 영화에서 디지털 특수효과를 전혀 사용하고 있지 않아요. 세트도 거의 사용하지 않은 게 분명하고. 그는 18개국 26개의 로케이션을 떠돌며 이 장면들을 직접 찍었습니다. 주인공들은 마치 축지법이라도 쓰는 것처럼 아시아와 유럽, 아프리카를 오가고 이들 배경은 자연스럽게 하나의 세계를 형성합니다. 기본 컨셉도 흥미롭지만 완결된 이미지들은 더 흥미롭습니다. 이건 그냥 구경하면서 직접 체험해야 하는 것으로 말로 설명하는 건 별 의미가 없는 것 같아요.

지금 타셈 싱이 어떤 기분인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영화를 개봉했으니 속은 시원하겠고, 자기 돈 털어 만든 영화이니 투자자들에 대한 부담감은 없겠죠. 그래도 이런 프로젝트는 평생 한 번이면 족해요. 영화 한 편 만들려고 전재산을 탈탈 터는 사람들 이야기를 보면 늘 불안하단 말이죠. 다행히도 IMDb에 가보니 차기작이 두 편이나 잡혀 있더군요. 그 동안 열심히 일해서 지금까지 까먹은 돈을 보충하길. (08/10/27)

DJU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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