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클로드 샤브롤 Claude Chabrol

주연
브느와 마지멜....프랑스와
Benoît Magimel....François
나탈리 바이....안느
Nathalie Baye....Anne
멜라니 두테.....미셸
Mélanie Doutey....Michèle
쉬잔느 플롱....린 숙모
Suzanne Flon....Aunt Line
베르나르 르코크....제라르
Bernard Lecoq....Gérard
토마 샤브롤....마티유
Thomas Chabrol....Matthieu

린 숙모, 프랑스와, 미셸

최근 들어 샤브롤은 똑같은 영화들을 반복해서 찍는 것 같습니다. 아니, 최근 영화들 전체가 하나로 길게 이어진 연속극 같아요. 주제와 스토리, 캐릭터들이 바뀌어도 영화의 분위기와 무대는 똑같은 거죠. 컴컴한 범죄의 흔적이 숨겨져 있는 프랑스 부르주아 가족들의 위선적인 세계 말이에요. 불평이랄 건 없습니다. 제가 늘 말하잖아요. 노인네가 같은 일을 반복하는 건 당연한 거고 샤브롤은 그걸 꽤 잘하니까요.

[악의 꽃]은 한동안 시카고에 머물던 프랑스와가 아버지 제라르의 집으로 돌아오며 시 작됩니다. 새 엄마인 안느는 시장이 되기 위해 선거 운동을 하는 중인데, 갑자기 나찌 동조자들과 존속 살인으로 물든 안느의 가족사를 비난하는 전단들이 날아다닙니다. 그러는 동안 프랑스와는 그 전부터 몰래 사랑하는 사이였던 의붓누이 미셸과 재결합하죠.

[악의 꽃]에서 샤브롤은 그의 단골 소재를 조금 크게 잡고 있습니다. 이 영화에서 그는 2차 세계대전 이후 대를 이어가며 이어진 한 가족의 원죄와 그 속에 묻혀진 범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선거운동이 시작되는 동안 과거의 비극은 재현되고 회고되며 확장됩니다. 샤브롤다운 무표정함이 영화 전체를 지배하고 있지만 이 어쩔 수 없는 멜로드라마틱한 터치 때문에 마치 19세기 프랑스 소설을 읽는 느낌이 들어요.

영화는 전체적으로 산만하다는 느낌을 주며 그건 어느 정도 의도적입니다. 안느의 선거운동, 프랑스와와 미셸의 금지된 로맨스, 린 숙모의 비밀(이라고 해봤자 거의 공공연한 것이지만)과 같은 것들을 특별한 연결없이 독립적으로 놀리다가 제라르의 죽음(스포일러가 아닙니다. 도입부에 나오는 걸요)이라는 폭력적인 사건이 일어나는 순간 하나로 결합시키는 게 이 영화의 의도지요.

의도는 알겠습니다. 하지만 샤브롤이 이것들을 그렇게까지 효과적으로 연결시켰다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클라이맥스의 살인과 고백이 던져지면 관객들은 무슨 일들이 일어났는지, 감독의 의도가 무엇인지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떨어진 개별 에피소드가 하나로 연결되었다는 느낌은 받지 못해요. 논리적인 설득력도 떨어지고요. 시장 선거, 가족내 성추행, 불륜, 나찌 동조자 가족의 비극으로 주제가 매겨진 각 에피소드들은 독립해서 집중적으로 다룬다면 모두 흥미로운 이야기가 될 잠재성을 지니고 있지만 이런 식으로 동시진행되는 동안은 그냥 생기없게 느껴지는군요.

나탈리 바이, 브느와 마지멜과 같은 유명한 배우들이 모범적인 연기를 보여주지만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배우는 린 숙모를 연기한 쉬잔느 플롱인 듯 합니다. 린 숙모는 진짜 인간적인 고민을 담고 있는 유일한 인물이었으니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죠. 샤브롤식 무표정함은 언제나 매력적이지만, [악의 꽃]은 린 숙모가 가진 것과 같은 진짜 고민을 조금 더 숨겨놓고 있어야했어요. (03/10/24)

DJUNA

기타등등

그 길고 복잡한 가문의 역사를 전단 하나로 처리하는 바람에 저처럼 방심한 관객들은 한참 헛갈려야했죠. 다행히도 공식 사이트엔 계보가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