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데이빗 앳우드 David Attwood

주연
알렉스 킹스턴....몰 플랜더스
Alex Kingston....Moll Flanders
다니엘 크레이그....제임스 시그레이브
Daniel Craig....James Seagrave
다이아나 릭....골라이틀리 부인
Diana Rigg....Mrs. Golightly
콜린 부캐넌....롤랜드
Colin Buchanan....Rowland
이언 드라이버....로빈
Ian Driver.... Robin
니콜라 워커....루시 다이버
Nicola Walker....Lucy Diver
톰 워드....레뮤얼
Tom Ward....Lemuel
제임스 프리트....블랜드
James Fleet....Bland
로널드 프레이저....리처드 그레고리 경
Ronald Fraser....Sir Richard Gregory

몰과 제미

저처럼 남에게 영화나 책의 줄거리를 읊어주는 일에 쉽게 짜증을 내는 사람들을 위해 다니엘 데포는 그의 소설 [몰 플랜더스]의 제목을 다음과 같이 상세하게 지었습니다. "The Fortunes and Misfortunes of Moll Flanders, &c. Who Was Born in Newgate, and During a Life of Continu'd Variety for Threescore Years, Besides her Childhood, was Twelve Year a Whore, Five Times a Wife [Whereof Once to her Own Brother] Twelve Year a Thief, Eight Year a Transported Felon in Virginia, at Last Grew Rich, Liv'd Honest, and Died a Penitent." 네, 특별히 더할 것도 없답니다. 이게 소설 내용이에요.

미니 시리즈는 어떠냐고요? 역시 특별히 다를 것도 없습니다. 어쩔 수 없는 앤드루 데이비스 각본의 명작 각색물이니까요. 결말이 좀 더 극적이 되었고, 등장 인물들의 이름과 같은 것들이 자잘하게 바뀌었으며, 몰 플랜더스의 인생 역정이 한 20년 쯤 줄어든 것 같긴 하지만 그 정도는 이해할 수 있죠. 마지막은 스토리의 속도를 고려해보면 꽤 논리적인 선택이라고까지 할 수 있어요.

약간 급진적으로 보이는 부분도 있기는 합니다. 예를 들어 다니엘 데포는 몰 플랜더스가 양성애자였다고는 상상도 못했을 거예요. 하지만 동성애를 예전처럼 터부시하지 않는 현대 관객들에겐 이런 내용이 그렇게 이상하게 보이지는 않습니다. 사실 전체적인 맥락에서 보면 몰 플랜더스와 루시 다이버의 짧은 로맨스는 자연스럽게 삽입되었고 주제와도 잘 맞는 편이에요. 전체적으로 시리즈는 그 이전 해에 나온 영화 버전 [몰 플랜더스]보다 훨씬 원작에 충실합니다. 현대 관객들을 만족시킬 정도로 충분히 매운 맛이 가미되어 있으면서도 메시지를 내세우기 위해 몰을 시대착오적인 캐릭터로 만들 생각 따위는 하지도 않죠.

[몰 플랜더스]는 [오만과 편견]이나 [아내와 딸들]보다는 [허영의 시장] 쪽에 더 가깝습니다. 적당히 비도덕적인 여자 주인공을 내세워 신나는 통속 멜로드라마를 끌어내는 게 시리즈의 목적이니까요. 물론 데포는 자기 소설을 통해 나름대로의 사회 비판을 시도하고 있기는 합니다. 결국 이 소설도 몰 플랜더스라는 터프한 여자 주인공이 철저하게 남성 위주이며 비정하기 짝이 없는 형법이 지배하고 있는 세계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는가에 대한 고찰이니까요. 하지만 소설은 단 한 번도 설교조로 나가지 않고, 몰 역시 쓸데 없는 자책을 질질 끌며 시간 낭비를 하지는 않습니다. [몰 플랜더스]는 빠르고 신나는 통속물이고 4부작 미니 시리즈인 이 작품도 특별히 다르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영화가 원작의 주제에 아주 무심한 것은 아닙니다. 반대로 충실한 각색보다 더 신경을 쓰고 있지요. 새로 추가된 요소들은 오히려 원작의 주제를 강조하는 것들입니다. 몰의 연인인 소매치기 루시 다이버의 이야기 같은 것들이 대표적인 예가 아닐까 싶군요. 중요한 선택의 시기마다 몰이 시청자들을 바라보며 '어떻게 하시겠어요?'라고 묻는 작은 장치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물론 시청자들을 몰의 공범자로 만들려는 수작이긴 하지만, 그 때문에 우리가 당시 몰이 대면해야 했던 사회적 조건들을 더욱 진지하게 생각해볼 기회를 갖기도 하니까요.

시리즈의 핵심은 타이틀롤을 연기한 알렉스 킹스턴입니다. [ER] 팬들은 닥터 코데이가 18세기 소설의 주인공을 연기하는 게 이상하게 느껴질까봐 걱정할 수도 있겠군요. 하지만 킹스턴의 털털한 외모는 몰 플랜더스에 딱 들어맞습니다. 생각해보면 꽤 18세기적이기도 해요. 하여간 킹스턴은 보고 있노라면 괜히 신이 날 정도로 흥겹고 역에 맞게 감정 폭도 넓습니다. 아주 기술적으로 관객들에게 맘을 열어보이는 외향적인 연기도 성공적이고요. 다른 배우들 중엔 시어머니로 나오는 다이아나 릭의 괴팍한 연기가 인상적입니다. (02/01/16)

DJUNA

기타등등

원작 소설은 여기에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