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프랭크 태슐린 Frank Tashlin

주연
제리 루이스....길버트 울리
Jerry Lewis....Gilbert Wooley
마리 맥도널드....롤라 리빙스턴
Marie McDonald....Lola Livingston
세슈 하야카와....시키타 씨
Sessue Hayakawa....Mr. Sikita
바튼 맥클레인....리즐리 소령
Barton MacLane....Maj. Ridgley
수잔 플레셰트....피어슨 상사
Suzanne Pleshette....Sgt. Pearson
노부 맥카시....키미 시키타
Nobu McCarthy....Kimi Sikita
로버트 히라노....미츠오 와타나베
Robert Hirano....Mitsuo Watanabe
류조 데무라....이치야마
Ryuzo Demura...Ichiyama
로스 앤젤레스 다저스....자기 자신들
The Los Angeles Dodgers....Themselves

울리, 해리, 피어슨 상사

[게이샤 보이]라고 제목을 달긴 했지만 정말로 이 영화에서 제리 루이스가 게이샤 노릇을 하는 건 아닙니다. 일본과 관련된 부조리하고 우스꽝스러운 제목을 찾다보니 게이샤라는 단어와 보이라는 단어를 결합한다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던 거겠죠. 사실 게이샤도 거의 안 나와요. 딱 한 장면 게이샤와 관련된 짧은 장면이 들어가긴 하는데, 순전히 제목을 정당화하기 위해 넣은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그 장면에서도 진짜 게이샤는 안 나온답니다.

그럼 제리 루이스의 캐릭터 길버트 울리는 게이샤가 아니고 뭐냐. 이류 마술사예요. 미국에서 하도 일자리가 안 생겨서 USO 미군위문단을 따라 일본으로 갔던 거죠. 거기서 그는 나름 스타인 롤라 리빙스턴과 얽혀 말썽을 일으키고 고아 소년 미츠오와 친구가 되며 미츠오의 고모인 통역 키미와 그렇고 그런 감정을 쌓아갑니다.

[게이샤 보이]는 다소 감상적인 영화로, 코미디만큼이나 멜로드라마에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여기에 대해 뭐라고 말을 해야할지 모르겠어요. 영화는 울리와 미츠오의 감정에 나름 진지하긴 한데, 저에겐 이들의 이야기가 조금 오싹하고 불쾌합니다. 동기와 캐릭터에 대한 타당한 설명이 부족하기 때문에 서로에 대한 감정이 다소 병적인 집착으로 느껴지는 것이죠. 의도적인 건 아닐 거고 그냥 좋지 않은 각본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50년대 말의 일본을 바라보는 시선도 그리 좋게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영화는 일본 문화에 대해 호의적이 되려고 노력하지만 오리엔탈리즘의 혐의가 강하죠. 게다가 잠시 울리가 방문하는 한국의 묘사는 어떤가요? 영화는 1957년에 만들어졌지만 여전히 휴전선에서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답니다. 그렇다면 전쟁 당시가 무대인가? 아뇨, 키미의 아버지로 나오는 배우 세슈 하야카와를 등장시킨 [콰이 강의 다리]의 패러디가 나오고 모두들 그 영화에 대해 알고 있는 걸요. 그냥 깊은 생각없이 만든 것 같습니다.

이 영화에서 재미있는 것은 코미디의 스타일인데, 여기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제리 루이스보다는 영화를 감독한 프랭크 태슐린에 더 주목해야 할 것 같습니다. 프랭크 태슐린은 워너 브라더스 애니메이션을 만들 때 애니메이션 단편을 실사영화처럼 찍는 것으로 유명했지요. 그런데 그는 [게이샤 보이]와 같은 영화를 만들 때 실사영화를 애니메이션 영화처럼 찍습니다. 인과율은 파괴되고 공간과 시간은 멋대로 왜곡되며 물리 법칙은 과장됩니다. 특히 성난 거인 야구선수에게 쫓기는 울리는 요세미티 샘에게 쫓기는 대피 덕처럼 보여요. (요새미티 샘에 맞추려면 벅스 버니라고 쓰는 게 더 어울리겠지만 울리의 캐릭터는 벅스 버니보다 대피 덕 쪽에 더 잘 맞아요.)

그런데 아세요? 이 영화에는 워너 브라더스 애니메이션에 속해있어야 할 캐릭터도 하나 나옵니다. 울리의 마술 파트너인 토끼 해리죠. 말만 없을 뿐 벅스 버니와 똑같은 캐릭터예요. 인간보다 훨씬 영리하고 못하는 게 없으며 교활하고 능글맞죠. 벅스 버니처럼 물리법칙이나 인과율 따위는 신경도 쓰지 않고요. 게다가 이 토끼에겐... 음, 여기에 대해 이야기하는 건 마지막 반전의 스포일러가 될 것 같군요. (09/03/12)

DJUNA

기타등등

1. 이 영화에 나왔을 때 LA 다저스는 브루클린에서 LA로 옮겨간 직후였지요. 그 때문에 이 영화를 본 뉴욕 야구팬들이 화를 잔뜩 냈었다고 합니다.

2. 수잔 플레세트의 첫 영화입니다. 사전 정보 없이 이 영화를 봤기 때문에 몇 초 동안 플레세트가 일본여자로 분장하고 나오는 게 아닌가 걱정했었죠. 다행히도 아니었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