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마크 롭슨 Mark Robson

주연
리처드 딕스....윌 스톤 선장
Richard Dix....Captain Will Stone
러셀 웨이드....삼등 항해사 톰 메리엄
Russell Wade....Tom Merriam, 3rd Officer
이디스 바렛....엘렌 로버츠
Edith Barrett....Ellen Roberts
벤 바드....일등항해사 바운스
Ben Bard....First Officer Bowns
에드먼드 글로버....무전기사 제이콥 '스파크' 윈슬로우
Edmund Glover....Jacob 'Sparks' Winslow, Radioman
서 랜슬롯....빌리 래드
Sir Lancelot....Billy Radd
폴 마리온....그리스인 피터
Paul Marion....Peter, the Greek
스켈튼 낵스....벙어리 핀
Skelton Knaggs....Finn, the Mute

메리엄과 선장

[유령선]은 그렇게 잘 알려진 발 루튼 영화는 아닌데, 그건 이 영화와 관련된 다소 골치아픈 소송 사건과 관계 있습니다. 개봉 직후 표절 논란에 휘말렸던 거죠. 적당히 법정 밖에서 해결했다면 문제가 없었을 텐데, 루튼은 소송을 건 작가들의 원고를 읽어본 적이 없다고 주장하며 끝까지 갔습니다. 그와 RKO는 소송에서 졌고 이 작품은 50년 동안 정식으로 상영될 수 없었어요. 정말 표절인지는 알 수 없지만, 아쉬운 일이긴 합니다.

막 자격증을 딴 톰 메리엄이라는 젊은이가 알테어라는 상선의 삼등항해사가 되면서 시작되는 영화의 도입부는 나른하고 차분하며 거의 따분하기까지 합니다. 이 배의 선장인 윌 스톤은 조용하고 친절한 중년 남자로, 옆에 오래 같이 있다보면 그냥 눈이 감기는 그런 부류의 남자입니다. 적어도 첫 인상은요.

그러나 시간이 흐르는 동안, 톰 메리엄은 이 조용하고 따분한 남자가 보기와는 다르다는 걸 알게 됩니다. 특히 권위에 대한 그의 집착은 도를 한참 넘어서요. 그가 오기 전에 죽었다는 삼등 항해사는 과연 왜 죽은 것일까요? 선원 루이의 죽음도 과연 사고일까요?

여기서부터 영화는 메리엄과 선장의 대결로 전개됩니다. 엄청나게 불리한 게임이죠. 메리엄의 말을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 그는 배 전체와 맞서 싸울 수밖에 없죠. 사람들은 그를 미치광이 취급을 하는 동안 선장은 지금까지 그의 손에 죽어나간 수많은 사람들처럼 메리엄 역시 제거하려 합니다.

[유령선]은 여러 모로 소름끼치는 영화입니다. 톰 메리엄은 건장한 젊은이이니 폭력과 광기는 견딜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선장은 그걸 그대로 드러낼 만큼 만만한 상대가 아닙니다. 그는 아주 성공적인 미치광이입니다. 하긴 누가 그를 의심하겠습니까? 겉보기에 그는 친절하고 유능하고 따분한 남자입니다. 그런 미치광이가 되려면 어느 정도 카리스마라도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하긴 그에게 어떤 종류의 카리스마라도 있었다면 자기의 권위에 대해 그렇게 걱정하지도 않았겠지요.

여러 모로 이 영화는 루튼의 마지막 RKO 영화인 [베들램]과 닮았습니다. 전 [유령선] 쪽이 더 무서운 것 같습니다. 어느 정도는 이 영화의 단점 때문이겠죠. 관객들은 [베들램]의 넬 보웬이 정말로 사악한 정신병원 원장의 희생양이 될 거라고 믿지는 않습니다. 그러기엔 너무나도 똑똑하고 매력적인 사람이니까요. 하지만 이 영화의 톰 메리엄은 나무토막 같습니다. 좋은 사람이지만 그렇게 똑똑하거나 민첩하지 않고 설득력도 풍부한 편이 아니에요. 막판에 엄청난 운이 따라주지 않았다면 그는 그냥 선장에게 살해당해 바다에 던져졌을 겁니다. 아무도 그의 고통과 분노를 몰라줬을 거라고요. 그게 보통 평범한 사람들에게 닥치는 운명입니다. 부르르...

루튼 영화들이 대부분 그렇듯, [유령선]도 아름다운 흑백 영화입니다. 저예산 싸구려 영화지만 빌린 세트를 아주 효과적으로 활용한 덕에, 배우들을 제외하면 그런 티도 잘 나지 않죠. 조용하고 평범한 일상에서 섬세하게 광기와 살의를 끌어내는 스토리 텔링과 구체적인 폭력 장면없이 불안과 공포를 끌어내는 테크닉 역시 인상적이고요. 가끔 개념이 완전히 영화 속에 녹아들지 못한 채 주인공들에 의해 낭송된다는 느낌이 들기도 하고, 캐릭터들이 그렇게 매력적인 편이 아니라는 점도 걸리지만, [유령선]은 여전히 무시할 수 없는 루튼 영화입니다. (05/12/15)

DJUNA

기타등등

루튼이 사용한 배 세트는 RKO의 1938년 대작 [Pacific Liner]를 위해 만들어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