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로버트 드 니로 Robert De Niro

주연
맷 데이먼....에드워드 벨 윌슨
Matt Damon....Edward Bell Wilson
안젤리나 졸리....마가렛 앤 러셀
Angelina Jolie....Margaret Ann Russell
알렉 볼드윈....샘 머랙
Alec Baldwin....Sam Murach
태미 블란차드....로라
Tammy Blanchard....Laura
빌리 크루덥....아치 커밍스
Billy Crudup....Arch Cummings
로버트 드 니로....빌 설리번 장군
Robert De Niro....General Bill Sullivan
키어 듈리어....존 러셀 상원의원
Keir Dullea....Senator John Russell, Sr.
마이클 갬본....프레드릭스 박사
Michael Gambon....Dr. Fredericks
마르티나 게덱....한나 쉴러
Martina Gedeck....Hanna Schiller
윌리엄 허트....필립 앨런
William Hurt....Philip Allen
티모시 허튼....토머스 윌슨
Timothy Hutton....Thomas Wilson
마크 이바니르....발렌친 미로노프
Mark Ivanir....Valentin Mironov
가브리엘 막트....존 러셀 주니어
Gabriel Macht....John Russell, Jr.
리 페이스....리처드 헤이스
Lee Pace....Richard Hayes
조 페시....조셉 팔미
Joe Pesci....Joseph Palmi
에디 레드메인....에드워드 벨 윌슨 주니어
Eddie Redmayne....Edward Bell Wilson Jr.
존 세션즈....유리 모딘
John Sessions....Yuri Modin
올렉 스테판....율리시즈
Oleg Stefan....Ulysses
존 터투로....레이 브로코
John Turturro....Ray Brocco

(스포일러가 조금 있습니다.)

에드워드 윌슨

[굿 셰퍼드]는 어느 CIA 스파이의 회고록입니다. 1961년 피그만 침공이 실패하자 CIA의 담당자인 에드워드 윌슨은 극비 기밀을 누설한 이중 스파이로 몰립니다. 정보 누출의 진상을 캐는 동안 플래시백으로 그의 반평생이 회상되지요. 애정없는 결혼생활, 자살한 아버지에 대한 기억, OSS 요원으로 일했던 전쟁시절, 그리고 냉전 이후 CIA에서 소련 첩보원들과 벌였던 스파이전...

에드워드 윌슨은 완전한 가공의 인물이 되기엔 역사적 비중이 지나치게 큰 인물입니다. 이 영화에 나오는 대부분의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그에게는 실존 인물 모델이 있습니다. 보다 정확히 말하면 그런 실존 인물이 두 명 있지요. 가장 큰 덩어리를 제공한 사람은 CIA 초기 핵심 멤버였던 제임스 지저스 앵글턴입니다. 앵글턴처럼 윌슨은 예일 대학 출신의 문학청년이었다가 제2차 세계대전 때 OSS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CIA의 요직을 맡게 됩니다. 하지만 영화 속에서 윌슨이 담당했던 피그만 침공은 앵글턴이 아닌 리처드 비셀의 담당이었죠. 윌슨과는 달리 비셀은 결국 책임을 지고 CIA를 떠나야 했지만요.

앵글턴이나 비셀은 윌슨과 같은 성격의 인물이었을까요? 아뇨. 그럴 리가요. 영화가 묘사하는 윌슨은 조용하고 말이 없고 우울하고 내성적이죠. 하지만 제가 알고 있는 바로 앵글턴은 윌슨보다 훨씬 에너지가 넘치고 자기 확신이 지나친 거의 편집증적인 인물이었습니다. 그가 CIA에서 다루고 겪었던 일들도 [굿 셰퍼드]에 나오는 것보다 훨씬 역동적이고 극적이고 더러웠습니다. 진짜 앵글턴을 주인공으로 보다 역사에 가까운 영화를 만들어도 재미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에릭 로스가 쓴 [굿 셰퍼드]의 각본은 냉전시대 CIA에서 일어난 일들을 그대로 보여주는 일 따위는 하지 않습니다. 대신 그는 하나의 장르적 접근법을 택합니다. 존 르 카레나 린 데이튼과 같은 작가들이 쓴 고전적인 냉전시대 스파이물의 분위기를 취하는 것이죠. 윌슨은 스마일리나 샘슨처럼 깊이 있는 인물도 아니고 그만큼 선한 인물도 아니지만 그래도 무척이나 고전적인 르 카레식 캐릭터입니다. 흔들리는 애국심과 자신이 저지르는 일들에 대한 혐오로 괴로워하지만 그 함정에서 빠져나올 수도 없는 작은 남자지요.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완벽하게 재단된 양복을 입고 자기가 하는 일들을 그대로 반복하면서 실존적인 고통을 앓는 것뿐입니다.

영화의 스토리나 주제도 르 카레나 데이튼식으로 재단됩니다. 유리 노센코를 모델로 한 게 분명한 발렌친 미로노프 사건이 그렇죠. 네, 유리 노센코는 CIA와 앵글턴에게 정말 험한 일을 당했습니다. 아무도 부인 못하죠. 하지만 그는 영화 속의 미로노프처럼 군수업체와 결탁한 미국 정부를 비난하는 유언을 남기고 투신자살하지는 않았어요. 걱정하시는 분들을 위해 덧붙인다면 그는 결국 풀려났고 보상비도 받았으며 그 뒤에 미국 정부를 위해 일하면서 썩 잘 살았습니다. 다시 말해 [굿 셰퍼드]가 그리는 첩보세계는 르 카레식 비관주의와 현대 할리우드 좌파적 관점이 결합해 만들어낸 로맨틱한 무대입니다. 현실의 해피 엔딩이 그 로맨틱한 비전을 방해한다면 마땅히 제거되어야죠.

르 카레와 데이튼의 소설에서 찾아볼 수 없는 건 영화의 미국적인 요소입니다. 기본적으로 이 작품은 미국이라는 나라의 시스템에 대한 비판이지요. 유태인인 로스와 이탈리아인인 감독 로버트 드 니로는 미국이라는 나라를 'Skull and Bones'로 대표되는 WASP 출신의 양복쟁이 남자들이 꼭대기에서 통치하는 계급사회로 봅니다. 물론 윌슨의 세계에 속해있는 사람들에겐 이탈리아인들이나 유태인들도 유색인종이죠. 임무 수행 중 마피아 팔미에게 내뱉은 윌슨의 대사는 이 주제를 대표합니다. "We have the United States of America. The rest of you are just visiting." 살벌하죠? 엄마가 멕시코인이었던 앵글턴의 핏줄을 생각해보면 조금 부당한 것 같기도 합니다만. 하긴 실제 역사에서 마피아와 접선했던 건 비셀이니 이건 예외 상황인가요?

장르물로서 [굿 셰퍼드]는 만족스러운 영화입니다. 다들 지나치게 길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지만 한 사람의 반 평생을 그리는데, 그 정도 시간은 필요하고 잠수함처럼 느릿느릿하지만 신중한 스토리 진행도 매력적입니다. 담담하고 지적이고 무표정한 맷 데이먼은 거의 이상적인 스파이 배우고요.

그러나 [굿 셰퍼드]의 관점이 얼마나 사실을 반영하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생각해 봐야 할 것입니다. 전 존 르 카레의 [추운 나라에서 온 스파이]와 같은 냉전 소설들의 진실성을 부인하지는 않습니다. 르 카레는 1차 소스를 바탕으로 자신의 관점에서 그의 픽션을 썼으니까요. 하지만 에릭 로스는 1차 소스를 르 카레와 같은 작가들이 만든 픽션의 틀 안에서 재구성했지요. 그 결과물이 아무리 매력적이라고 해도 이건 아주 솔직한 태도는 아니죠. (07/04/20)

DJUNA

기타등등

리야 케베데가 작지만 꼭 필요한 역으로 후반에 잠시 등장하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