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론 클레멘츠
Ron Clements
버니 매티슨
Burny Mattinson
데이빗 미치너
David Michener
존 머스커
John Musker

주연
배리 잉검....베이커 거리의 바질
Barrie Ingham....Basil of Baker Street
발 베틴....데이빗 Q. 도슨 박사
Val Bettin....Dr. David Q. Dawson
빈센트 프라이스....라티건 교수
Vincent Price....Professor Ratigan
수잔 폴랏첵....올리비아 플래비셤
Susanne Pollatschek....Olivia Flaversham
캔디 캔니도....피젯
Candy Candido....Fidget
다이아나 체스니....저드슨 부인
Diana Chesney....Mrs. Judson
이브 브레너....생쥐 여왕
Eve Brenner....The Mouse Queen
앨런 영....하이람 플래비셤
Alan Young....Hiram Flaversham

바질과 올리비아

디즈니사의 역사에 1980년대만큼 극적인 시기는 없었습니다. 바닥까지 치는 처참한 몰락을 경험한 시대이기도 하지만 블록버스터 급 대히트와 아카데미 작품상으로 대표되는 90년대의 부활을 준비한 시기이기도 하죠. [위대한 명탐정 바실]은 바로 그 첫 상승기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영화의 원작은 이브 타이터스의 동화 [Basil of Baker Street]입니다. 제목만 봐도 이 작품이 셜록 홈즈 이야기의 패러디라는 걸 알 수 있지요. 동화의 무대는 19세기 말 영국입니다. 지상에서는 빅토리아 여왕이 해가 지지 않는 제국을 통치하는 동안 지하에서는 생쥐들이 인간들이 만든 것과 거의 똑같은 시스템과 문화를 누리고 있었죠. 이 영화의 주인공 바질(바실보다는 바질 쪽이 더 정확한 표기일 거예요)은 셜록 홈즈가 사는 베이커 거리 밑에 살고 있는 명탐정 생쥐입니다. 이야기는 아프가니스탄에서 막 돌아온 의학박사 생쥐 데이빗 Q. 도슨이 우연히 길가에서 울고 있는 어린 소녀 생쥐 올리비아를 발견하고 바질에게 데려오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올리비아의 아빠는 정체불명의 박쥐 악당에게 납치당했는데, 아무래도 그 박쥐는 바질의 적수인 사악한 래티건 교수의 부하인 것 같습니다.

말할 필요도 없겠지만, 이 영화의 매력은 유명한 셜록 홈즈의 이야기를 생쥐들의 세계를 무대로 한 동화를 배경으로 패러디하는 재미에 있습니다. 바질, 도슨, 래티건, 저드슨 부인은 모두 홈즈, 왓슨, 모리어티 교수, 허드슨 부인의 패러디이죠. 바질의 경우 이름부터 셜록 홈즈 전문배우인 바질 래스본의 이름을 딴 것이고요. 자세히 보면 셜록 홈즈들이 즐길만한 다른 힌트들도 숨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의 주인공들이 범인을 찾기 위해 동원하는 개 토비는 [네 개의 서명]에서 홈즈가 용의자를 추적하기 위해 빌려온 개죠.

물론 영화의 이야기가 홈즈 소설들을 충실하게 흉내만 낸다면 재미가 없을 겁니다. 영화가 다루는 이야기는 오리지널보다 훨씬 환상적이고 동화풍이죠. 클라이막스는 셜록 홈즈보다는 쥘 베른의 소설에 더 가깝습니다. 자동인형이 등장하고 날아다니는 비행선이 액션의 큰 부분을 차지하지요. 대단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영화는 경쾌하고 발랄하며 우리에게 충분한 서스펜스와 유머를 선사합니다.

캐릭터도 살짝 변주되어 있습니다. 바질은 홈즈보다 훨씬 경박하고 자기중심적이죠. 반대로 도슨은 왓슨보다 훨씬 진중하고 현명합니다. 래티건도 홈즈 혼자 만들어내는 소문에 의지하는 모리어티와는 달리 진짜 속이 꽉 찬 악당입니다. 빈센트 프라이스의 목소리와 제스처를 빌린 이 덩치 큰 쥐는 정말로 자신의 사악함을 즐기고 있어요.

영화의 클라이막스 이야기를 해야겠군요. 이 작품은 컴퓨터 그래픽을 장편 애니메이션에 본격적으로 활용한 최초의 시도들 중 하나입니다. 주인공들이 빅 밴의 시계장치 안에서 벌이는 액션 장면은 당시 같이 상영되었던 디즈니 만화의 고전 [시계청소부]의 전통을 잇고 있기도 하지만 그와는 전혀 다른 비주얼을 선사하죠. 뒤에서 배경으로 그려진 톱니바퀴들은 모두 컴퓨터 그래픽으로 그려진 것이니까요. 요새는 PC로도 만들 수 있는 간단한 특수효과지만 영화 속의 인상은 엄청납니다. 말하는 쥐들이 나오는 동화 풍의 이야기가 악몽과도 같은 수학적 초현실적주의로 전환되는 거죠. 그 뒤로 컴퓨터 그래픽은 [미녀와 야수]나 [알라딘] 같은 후발 작품들에서 본격적으로 활용되었지만, 이 작품만큼 뚜렷한 인상은 남기지 못한 것 같아요.

지금 보면 [위대한 명탐정 바실]은 상대적으로 소품입니다. 요새 같으면 그냥 DVD 영화로 직행할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모든 게 지나치게 복잡하고 거대해진 요새 디즈니 영화들을 보면 이런 소박한 작품들이 그리워지기도 합니다. (07/10/12)

DJUNA

기타등등

주인공의 이름 바질은 셜록 홈즈 배우 바질 래스본의 이름을 딴 것이죠. 가끔 들리는 셜록 홈즈의 목소리는 바질 래스본이 나오는 셜록 홈즈 영화에서 그대로 가져온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