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프랭크 다라본트 Frank Darabont

주연
톰 행크스....폴 에지콤
Tom Hanks.... Paul Edgecomb
데이빗 모스....브루터스 "브루탈" 하웰
David Morse....Brutus "Brutal" Howell
보니 헌트....잰 에지콤
Bonnie Hunt....Jan Edgecomb
마이클 클락 던컨....존 커피
Michael Clarke Duncan....John Coffey
제임스 크롬웰....워든 홀 무어스
James Cromwell....Warden Hal Moores
마이클 지터....에드워드 델라크로와
Michael Jeter....Eduard Delacroix
그레이엄 그린....알렌 비터벅
Graham Greene....Arlen Bitterbuck
샘 로크웰....윌리엄 "와일드 빌" 와튼
Sam Rockwell....William "Wild Bill" Wharton
덕 허치슨....퍼시 웨트모어
Doug Hutchison....Percy Wetmore
배리 페퍼....딘 스탠튼
Barry Pepper....Dean Stanton
패트리샤 클락슨....멜린다 무어스
Patricia Clarkson....Melinda Moores
제프리 드먼....해리 터윌리거
Jeffrey DeMunn....Harry Terwilliger
해리 딘 스탠튼....툿-툿
Harry Dean Stanton....Toot-Toot
댑스 그리어....폴 에지콤 (노역)
Dabbs Greer....Old Paul Edgecomb
이브 브렌트....일레인 코널리
Eve Brent....Elaine Connelly

1. [그린 마일]

미국 남부의 콜드 마운틴 교도소 사형수 감방의 간수장인 폴 에지콤은 1935년 어린 백인 자매를 살해한 죄로 사형을 선고받아 복역 중인 큰 덩치의 흑인 존 커피가 치유능력을 가졌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커피와 간수들 사이에는 이상한 유대감이 쌓이기 시작하고 결국 에지콤은 다른 간수들과 함께 뇌종양을 앓고 있는 소장의 부인을 치료하기 위해 커피를 잠시 밖으로 빼돌릴 계획을 세웁니다...

2. 원작

[그린 마일]은 스티븐 킹의 좀 별난 시도였습니다. 새로운 실험이었다기보다는 19세기 대중 문학의 옛 방식을 부활시킨 것이었죠. [그린 마일]은 공황기의 남부 교도소를 무대로 한 6편의 중편 소설 시리즈를 묶은 작품입니다. 킹은 결말에 대해서는 생각도 하지 않고 이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고 하더군요.

아슬아슬한 실험이었지만 결과는 꽤 좋았습니다. 평도 괜찮았고 상도 하나 받았으니까요. 영화사들이 군침 흘릴만한 작품이 하나 더 탄생한 것입니다. [쇼생크 탈출]의 프랭크 다라본트가 이 작품을 영화화하겠다고 말했을 때 작품에 대한 기대치는 더욱 커졌고요. 결국 이 작품은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에 오르기까지 하는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정작 상 하나도 건지지는 못했지만 그렇다고 그 사람들이 정말 어떤 성과를 기대했을 것 같지는 않아요.

3. 각색

[그린 마일]은 각색하기 좀 까다로운 작품입니다. 이야기는 평이하지만 영화로 만들기엔 문제가 많아요. 이 작품은 [쇼생크 탈출]처럼 야무지게 짜여진 작품이 아닙니다. 스토리는 대충 연결되어 있지만 각각의 에피소드가 그렇게까지 완벽한 구조의 일부로 봉사하는 것은 아닙니다. 소설을 읽을 때 독자들은 느긋하게 자리를 잡고 앉아 양로원 할아버지의 회고담을 드문드문 듣는 기분이 되지요. 그건 끝이 있을 필요도 없고 중간을 꼭 보지 않아도 되는 그런 이야기입니다.

이런 이야기를 영상화할 수 있는 가장 적절한 장르는 6부작 미니 시리즈입니다. 6시간이면 캐릭터들을 충분히 묘사할 공간도 넓어지고 개별 에피소드들의 힘도 강해집니다. 6주동안 느릿느릿하게 이야기를 끌다보면 캐릭터들에 대한 친근감 역시 강해질 거고요.

하지만 아직 텔레비전 시리즈는 영화만큼이나 강한 영상 매체는 아니죠. 중간중간에 작품을 끊어놓을 광고들도 짜증나고요. 영화만큼 훌륭한 인력을 끌어오지도 못합니다.

그렇다면 두 시간의 압축된 영화로 만들 수 있습니다. 잔가지는 모조리 잘라버리고 에피소드 하나만 다루는 것이죠. 그렇다면 짜임새 있는 작은 영화가 만들어질 수 있죠.

그러나 [그린 마일]은 그런 영화에 적절한 재료가 아닙니다. 개별 에피소드들이 그렇게까지 강하지는 않거든요. 이 작품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존 커피의 이야기도 처음 몇 분만 읽게 되면 내용이 어떻게 흘러갈 지 단번에 알게 됩니다. 그렇다면 영화의 스토리는 그저 그럴 수밖에 없지요. 캐릭터 위주인 소설의 매력도 날아가버리고요.

다라본트는 그 중간을 택했습니다. 세 시간 짜리 긴 영화를 만들어서 양쪽 모두의 장점을 적당히 취하려 했던 것이죠. 문제는 이런 경우 단점 역시 반반씩 따라온다는 것입니다.

결국 영화는 대충 이런 모양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아주 길지만 하려는 이야기는 자잘하고, '감동'을 일으키는 부분은 많지만 그 역시 짜깁기처럼 보이며, 캐릭터는 비교적 잘 묘사되었지만 깊이는 없습니다. 잘 만들었지만 어쩔 수 없이 어정쩡한 영화가 되고 만 것이죠.

4. 우화

[쇼생크 탈출]이 그랬던 것처럼 [그린 마일] 역시 일종의 우화입니다. 사실적인 이야기로 보기에는 이야기의 맺고 끊음이 너무 완벽하죠.

그렇다면 무엇에 대한 우화일까요? 아마 종교적인 우화일 겁니다. 이 영화의 스토리는 구식 성인전들과 아주 닮아 있습니다. 단지 하려는 이야기는 다릅니다. [그린 마일]이 어떤 교훈이 담긴 이야기를 하고 있다면 그것은 순진한 어린아이와 같은 성인인 존 커피와 우리의 더럽고 불완전한 세상이 서로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비극적인 상황에 대한 것일 겁니다. 그것은 우리가 그토록 갈구하는 순수한 선과 기적, 구원이 결코 이 땅에서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는 이유에 대한 서글픈 설명이기도 하죠. 심지어 영화는 후반부에서 우리에게 그 기적의 일부 역시 위태로운 것이라고 말하는 듯 합니다.

5. 인종차별

이 영화에서 가장 불편한 부분은 그 인종차별적인 시선입니다. 그렇다고 [그린 마일]이 인종차별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작품이라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어느 정도 비판하고 있지요. 하지만 그 비판을 위해 등장시킨 존 커피라는 인물은 그렇게 효율적이지 못합니다. 이건 스토우의 [톰 아저씨의 오두막]을 요새 볼 때 느끼는 기분과 비슷합니다. 존 커피는 독립적으로 보면 흥미로운 인물입니다. 그가 백인이었다면 아무런 불편함이 없었을 거예요. 그러나 그가 흑인이 되자, 그의 캐릭터는 이미 오래 전에 고정된 스테레오 타입에 빠지고 맙니다. 그 동네 흑인 관객들은 꽤 불편했을 겁니다.

6. 그리고...

각색의 선택이 어쨌건, 인종차별이 어쨌건, 하려는 이야기가 어쨌건, [그린 마일]은 '잘 만든' 영화입니다. 거의 완벽하게 캐스팅된 좋은 연기들과 훌륭한 스탭들이 만들어낸 완성도 높은 영화라는 거죠. 3시간의 상영 시간 역시 지루하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방만하고 어정쩡한 영화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군요. 아무래도 교통 정리가 필요했습니다. (00/04/01)

D&P

기타등등

미스터 징글스는 정말 귀엽더군요. 이 사이트에 오래 다니신 분들은 제가 얼마나 쥐를 징그럽게 여기는지 아실테니 이게 굉장한 칭찬이라는 것 역시 아시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