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조지 시드니 George Sidney

주연
주디 갈란드....수잔 브래들리
Judy Garland....Susan Bradley
존 호디악....네드 트렌트
John Hodiak....Ned Trent
안젤라 랜즈버리....엠
Angela Lansbury....Em
프레스턴 포스터....샘 퍼비스 판사
Preston Foster....Judge Sam Purvis
버지니아 오브라이언....알마
Virginia O'Brien....Alma
시드 섀리스....데보라
Cyd Charisse....Deborah
레이 볼저....크리스 몰
Ray Bolger....Chris Maule
마저리 메인....소노라 캐시디
Marjorie Main....Sonora Cassidy

쌍권총 주디

19세기 중엽 미국에 프레드 하비라는 영리한 사업가가 살았습니다. 자신의 기존 레스토랑 산업과 철도 사업을 결합시킨다는 착상으로 엄청난 성공을 거둔 사람이죠. 하비는 1870년에 애치슨, 토피카 & 산타 페 철도와 협약을 맺고 서남쪽으로 뻗어가는 그들의 열차가 정차하는 곳마다 레스토랑 체인점들을 세웠습니다.

세련됨과 청결함으로 유명했던 그의 레스토랑들은 당시 개척자들에게 문명의 상징이었습니다. 한번 생각해보세요. 험상궂은 백인 남자들이 우르르 서쪽으로 몰려가 뚝딱뚝딱 마을을 세우면 사탕 포장 같은 예쁘장한 옷을 입은 아가씨들이 서빙을 하는 깔끔한 식당들이 그들의 뒤를 이어 등장하는 겁니다. 하비 레스토랑들은 그들의 서부 개척이 제2기에 접어들었다는 신호였죠.

이 영화의 제목인 '하비 걸'은 하비 레스토랑 체인점에서 일했던 웨이트리스들의 별명입니다. 이런 별명까지 붙었다니 당시엔 그들의 존재감이 굉장했던 모양이에요. 이해가 가기도 하죠? 당시 서부 마을엔 여자들이 그렇게 많지 않았을테니 그들이 지저분한 개척자들로 부글거리는 동네에서 선망의 대상이 된 것도 이상하지는 않습니다.

영화 [하비 걸]은 그렇게 평탄하게 만들어진 영화는 아닙니다. 원래는 라나 터너 주연의 일반 극영화로 계획된 작품이었답니다. 하지만 영화가 MGM으로 넘어가면서 자연스럽게 뮤지컬로 장르가 바뀌었지요. 아마 당시 브로드웨이에서 히트했던 [오클라호마]의 영향 때문에 서부를 무대로 한 뮤지컬이 당연한 기획으로 받아들여졌겠지요. 영화는 이리저리 옮기는 동안 방향 전환을 굉장히 많이 했습니다. 터무니없이 많은 작가들이 이 영화에 덤벼들었고, 영화 중간에 줄거리가 바뀌는 통에 애써 찍은 뮤지컬 넘버가 날아가는 일도 있었어요.

줄거리는? 자세히 언급해야 할만큼 대단한 내용은 아닙니다. 우리의 주인공 수잔 브래들리는 오하이오 출신의 '우편 배달 신부'인데, 미래의 남편이 사는 뉴 멕시코의 작은 마을에 도착하자마자 그 남자가 자기가 결혼해서 같이 살 운명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됩니다. 수잔은 그 동네에 막 생긴 하비 레스토랑에 취직하고, 막 새로 생긴 하비 레스토랑과 마을 토박이 사이의 신경 싸움에 말려듭니다. 그러는 동안 이웃 살롱의 주인인 네드 트렌트와 그렇고 그런 관계가 되고요.

아까도 말했지만 그렇게 대단한 이야기는 아니에요. 많은 MGM 영화들이 그렇듯 이야기는 노래와 춤을 끌어가기 위한 핑계에 불과하죠. 이런 영화에서 스토리의 당위성 같은 걸 따지는 건 거의 무익한 일입니다.

그래도 각본의 덜컹거림이 완전히 무시될 수는 없습니다. 어딘지 모르게 맥도널드 체인점과 지역 상인들의 대립을 연상시키는 하비 체인점과 토박이들의 대립은 조금 더 잘 그려질 수도 있었을 거예요. 이 영화의 악당 퍼비스 판사는 그렇게 잘 묘사된 인물이 아니고 동기도 불분명해서 마지막 클라이맥스가 갑작스럽다는 느낌이 듭니다. 전체적으로 관객들을 확 끌어당길 무언가가 부족해요.

뮤지컬의 측면을 본다면... 아마 가장 기억에 남을만한 장면은 아카데미 주제가 상을 받은 [On The Atchison, Topeka, and the Santa Fe]일 겁니다. 마을에 하비 걸들이 탄 기차가 도착하는 이 장면은 그 스케일과 다채로움 만으로도 인상적이죠. 문제는 이 장면이 본격적인 스토리가 시작되기도 전에 나온다는 겁니다. 멋진 시퀀스지만 그 뒤에 이를 능가하는 장면들이 나오지 않으니 맥이 좀 빠지죠. 영화가 하향 곡선을 긋는 듯한 느낌이 들어요.

주디 갈란드는 언제나처럼 즐겁습니다. 뮤지컬 장면에서는 완벽한 프로페셔널리즘을 보여주고 위에 사진을 단 쌍권총 장면에서처럼 귀여운 코미디언 재능을 잘 살리기도 하죠. 남자 주인공 역인 존 호디악은 따분하지만 연적으로 나오는 안젤라 랜즈버리를 보는 재미는 쏠쏠합니다. 버지니아 오브라이언과 레이 볼저도 주연을 잘 살리는 편이고요. 참, 아직 푸릇푸릇한 신인이었던 시드 섀리스가 하비 걸 중 한 명으로 나온답니다. 그 사람 전성기 영화들을 특징짓는 화려한 춤을 볼 수는 없지만요.

[하비 걸]이 특별한 MGM 영화라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주디 갈란드의 최고 걸작도 아니고요. 개인적으로 미국 서부극의 무대를 그렇게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 가끔 신경이 긁히기도 해요. 그러나 이 정도면 충분히 즐거운 오락물입니다. (02/05/20)

DJUNA

기타등등

DVD엔 조지 시드니의 오디오 주석이 들어 있더군요. 놀라서 나이를 확인해봤더니, 이 영화를 찍을 때 겨우 서른 살이었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