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닉 햄 Nick Hamm

주연
도라 버치....리즈
Thora Birch....Liz
데스먼드 해링턴....마이크
Desmond Harrington....Mike
대니얼 브로클뱅크....마틴
Daniel Brocklebank....Martin
키라 나이틀리....프랭크 스미스
Keira Knightley....Frankie Smith
로렌스 폭스....제프
Laurence Fox....Geoff
엠베스 데이비츠....필리파 호우드 박사
Embeth Davidtz....Dr. Philippa Horwood
스티븐 워딩턴....하워드 형사부장
Steven Waddington....DCS Howard
켈리 헌터....채프먼 경위
Kelly Hunter....DI Chapman

리즈

[더 홀]은 이주일 동안 실종되었던 네 명의 사립학교 학생 중 한 명이 엉망이 된 채 돌아오면서 시작됩니다. 그들은 지금까지 학교 근처의 숲에 있는 방공호에서 땡땡이를 치다가 그 안에 갇혀 있었지요. 그 동안 뭔가 끔찍한 일들이 일어났던 게 분명합니다. 살아 돌아온 소녀 리즈가 유일한 생존자였으니까요. 영화는 회상과 현재의 수사 과정을 오가면서 지난 이주 동안 방공호 안에서 일어났던 사건의 진상에 접근해 갑니다. 네, 꽤 [라쇼몽] 풍인 영화라고 할 수 있죠.

[블레어 위치]가 연상될 수도 있지만, 커트 버트의 소설 [After the Hole]을 원작으로 한 이 영국 영화는 그렇게까지 호러에 신경쓰는 작품은 아닙니다. 이 영화에서 중요한 건 자극이 아니라 주인공 틴에이저들의 비틀린 심리입니다. 당연한 일이지만 그들은 사고로 갇힌 게 아니었죠. 영화는 서서히 한겹씩 숨겨진 진실을 밝혀가며 정신나간 집착과 소유욕이 빚어낸 어처구니 없는 비극을 파헤쳐갑니다.

괜찮은 아이디어죠? 하지만 영화는 그렇게까지 훌륭하게 이야기를 풀어가지는 못합니다. [라쇼몽]풍의 이야기 전개만 해도 그래요. 이 영화에는 그런 식으로 이야기를 전개할만큼 다양한 시점이 존재할 수가 없습니다. 영화에서 이 사건에 대해 이야기해줄 수 있는 사람은 유일한 생존자 리즈와 그녀가 모든 책임을 돌리고 있는 친구 마틴 뿐입니다. 게다가 마틴이 할 수 있는 이야기는 모두 주워들은 이야기인 걸요. 이런 식의 전개는 거의 불필요해요. 차라리 리즈를 담당한 심리학자 필리파 호워드의 탐정 역할을 강화했다면 더 맞았겠지요.

구멍 속에 갇힌 틴에이저들 역시 충분히 흥미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지 못합니다. 특히 세 친구들이 하나씩 죽어나가는 방식은 지나치게 작위적으로 보여요. 전체적으로 이 영화는 기본 설정에 캐릭터와 사전 전개가 얽혀 있다는 느낌이 강합니다. 충분히 설득력있는 이야기가 되기엔 인위적으로 조작된 구석이 너무 많아요.

구멍이 주는 폐소공포증은 상당히 강한 편이고, 주연을 맡은 네 주인공도 좋은 연기를 보여주며, 엠베스 데이비츠를 다시 보는 것도 좋았지만 [더 홀]은 야심에 비해 문제가 많은 영화입니다. 그게 원작 자체의 결점인지, 아니면 영화로 옮겨지는 과정 중 발생한 문제인지는 모르겠지만요. (01/07/27)

DJUNA

기타등등

프랭키 역의 키라 나이틀리를 보면서 가끔 나탈리 포트먼을 닮았다고 생각했죠. 나중에 IMDb를 확인해봤는데, [스타 워즈 에피소드 1 - 보이지 않는 위험]의 사베였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