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로버트 레드포드 Robert Redford

주연
로버트 레드포드....톰 부커
Robert Redford....Tom Booker
크리스틴 스코트 토머스....애니 맥린
Kristin Scott Thomas....Annie MacLean
샘 닐....로버트 맥린
Sam Neill....Robert MacLean
다이안 위스트....다이안 부커
Dianne Wiest....Diane Booker
스칼렛 요한슨....그레이스 맥린
Scarlett Johansson....Grace MacLean
크리스 쿠퍼....프랭크 부커
Chris Cooper....Frank Booker
체리 존스....리즈 해몬드
Cherry Jones....Liz Hammond
타이 힐먼....조 부커
Ty Hillman....Joe Booker
캐더린 보스워스....주디스
Catherine Bosworth....Judith
오스틴 슈와츠....쌍둥이 #1
Austin Schwarz....Twin #1
더스틴 슈와츠....쌍둥이 #2
Dustin Schwarz....Twin #2
지넷 놀란....엘렌 부커
Jeanette Nolan....Ellen Booker
스티브 프라이....행크
Steve Frye....Hank
돈 에드워즈....스모키
Don Edwards....Smokey
제살린 길시그....루시

듀나 [호스 위스퍼러]는 제가 읽어본 적이 없는 니콜라스 에번즈의 소설이 원작인데요... 흠... 사실 별로 읽을 생각이 안 나더군요.

파프리카 잘 했어요. 그쪽 취향이 아니니까.

듀나 영화랑 많이 달라요?

파프리카 가장 다른 건 결말이죠. 책 결말은 좀 거창해요. 톰이 죽고 애니가 임신하거든요. 중간에 찐한 섹스신이 있고 그레이스의 비중이 좀 작고 그래요. 솔직히 말해 읽고 나서 남는 게 없는 책이라고 생각했어요.

영화가 나은 것 같아요. 적어도 결말은 영화가 낫죠. 인터넷 어딘가에서 그 책을 읽은 어떤 독자가 '책 결말을 모두 해피 엔딩으로 뜯어 고치는 헐리웃의 범죄'니 어쩌니 하는 글을 올린 걸 봤는데, 말도 안되는 소리에요. 원래 해피 엔딩은 비극적인 결말보다 더 성숙한 법이에요. 게다가 누가 죽네 안 죽네로 전체적인 질을 평가한다는 것 자체도 웃기는 소리죠.

듀나 적어도 이 영화가 '잘' 만든 영화라는 점은 인정하고 넘어가야겠어요. 좋은 기술진이 재능있는 배우들과 함께 만들어낸 영화로 그 객관적인 완성도는 상당히 높습니다. 레드포드도 감독 일을 능숙하게 잘 해내고요.

파프리카 그런데...?

듀나 글쎄요. 전 이 이야기를 진지하게 생각할 수 없어요. 물론 교통사고를 당하고 정신적인 충격을 받은 소녀 이야기 부분에서는 누구나 진지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영화를 끄는 전체적인 스토리는... 글쎄요... :-)

'호스 위스퍼러'라는 것만 해도 그래요. 독립적으로 보면 꽤 로맨틱한 아이디어예요. 그런데 영화를 보노라면, 이 친구가 결국 말 전문 심리 치료사라는 것에 생각에 미치게 되는데, 그 다음에 자동적으로 떠오르는 것은 신경쇠약에 걸린 말이 정신분석의의 카우치에 누워서 꿈 이야기를 해대는 만화같은 광경이란 말이에요. 아무리 생각해도 [호스 위스퍼러]는 도회지 사람의 시골에 대한 로맨틱한 비전을 도회지 사람들의 머리로 부풀린 것 이상은 아닙니다.

파프리카 그런 로맨틱한 비전이라도 나름대로 가치가 있을 수도 있죠. 푸치니의 [나비부인]처럼 말이에요.

듀나 그래서 전 그 오페라는 잘 듣지 않아요. 게다가 이 영화가 잘 만들어졌다는 건 이미 말을 했어요. 단지 그것을 받아들이는 데에 좀 힘이 든다는 것이죠. 이 영화에는 겉멋과 로맨티시즘이 지나치게 많은데, 아무래도 로버트 레드포드가 자기 영화에 출연했다는 것이 문제가 된 것 같아요. 어떤 사람이 이런 걸 보고 '우디 알렌 신드롬'이라고 했죠. 개인적으로 알렌의 출연이 알렌 영화의 질을 떨어뜨린다고 믿은 적이 없기 때문에 그 이름에 동의하지는 않지만 적어도 이 영화에서는 대충 그게 맞는 것 같아요. 특히 로버트 레드포드처럼 쉽게 나르시시즘에 떨어질 수 있는 배우들은 자기 영화에 출연 안하는 것이 낫죠.

파프리카 물론 저도 그가 지나치게 자기도취에 빠진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톰과 애니의 러브 신에 쉽게 몰입할 수 없었던 게 아닌가 해요.

듀나 배우 탓일 수도 있겠죠. 하지만 기본적으로 각본의 방향에 상당히 큰 문제가 있었어요.

제 생각을 말해볼까요? 여기 호스 위스퍼러라는 주인공이 있고 정신적인 상처를 입은 (참으로 사치스런 말이군요!) 말이 한 마리 있어요. 그렇다면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당연히 말을 고치는 것이죠. 그게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액션이 되어야 해요. 말과 정신적인 상처를 나눈 소녀가 있으니까 그 만큼, 또는 그 다음으로 중요한 것이 그 소녀의 회복이고 그 다음으로 중요한 것이 소녀와 엄마의 관계 회복이랍니다. 사실 엄마와 호스 위스퍼러의 관계는 있어도 되고 없어도 되는 장식물에 불과해요.

그런데 영화(소설)는 톰과 애니의 관계를 지나치게 부풀려서 '도시 여자가 시골 남자를 만나 인생을 알게 된다' 어쩌구의 클리셰로 영화를 몰아 붙였어요. 그러니 그게 '소녀와 말을 고친다'라는 기둥 줄거리와 따로 놀면서 전체적인 균형이 흔들리게 되지요. 영화에서는 그레이스의 비중을 늘렸다고요? 좋은 생각이었어요. 하지만 조금만 더 용감하게 굴었다면 영화의 전체적 완성도는 더 높아졌을 거예요.

파프리카 흠, 글쎄요. 그렇게 생각하면 소설 쪽이 더 균형이 잡혀있을지도 몰라요. 소설에서는 애니를 주인공으로 해서 대충 균형잡힌 이야기가 만들어지거든요. 오히려 그레이스의 비중을 늘려서 영화의 균형이 깨진 것 같은데요?

듀나 제가 말한 중요성 배치 순서대로 영화를 만들었으면 전혀 다른 영화가 되었을까요?

파프리카 보다 월트 디즈니 영화가 되지 않았을까요?

듀나 원래 디즈니 영화죠. 터치스톤 영화잖아요. 잊었어요?

파프리카 스토리에 만족하지 않을 수는 있어도 그 불륜의 관계를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방법들은 상당히 성공적이지 않았나요?

듀나 네, 하지만 캐릭터에 문제가 있었어요. 예를 들어 애니는 상당히 서투르게 급조된 캐릭터처럼 보여요. 애니의 이야기는 어떻게든 주인공에게 연애를 시켜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린 결과 같아요. 영화가 원작의 섹스신을 키스 한 번으로 줄였다고 하지만 더 줄일 수도 있었을 것 같아요. 차라리 그 키스신도 없애고 둘 사이의 감정을 발설도 시키지 않은 채 끝냈다면 더 그럴싸하지 않았을까요?

파프리카 레드포드가 나오는 연애 영화를 보러오는 관객에게 그걸 보여주라고요? 어림 없는 소리.

듀나 크리스틴 스코트 토머스는 여기서 그 사람에겐 너무 익숙한, 불륜까지 가는 유부녀 역을 하는데, 영화 초반부에서는 [한줌의 먼지]의 브렌다가 현대 미국으로 뛰어든 것 같았어요. 특히 딸의 다리를 잘라야 한다는 말을 의사한테 듣는 부분에서 말이에요. 관습과 규약에서 벗어나 '여성'이 되는 과정도 그 사람이 지금까지 죽어라도 해온 것이죠. 애니라는 캐릭터에 스코트 토머스만큼 적역도 없었을 것 같아요. 원래는 엠마 톰슨에게 돌아갈 뻔한 역이라지만요.

샘 닐도 언제나처럼 오쟁이진 마음 좋은 남편 역을 여기서 또 하는데, 사실 닐 만큼 이 역에 맞는 배우를 찾는 것도 쉽지 않죠. 스코트 토머스나 닐을 지나치게 안이한 선택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이들은 별다른 연기를 하지 않고도 기본기와 기존 이미지로 그런 캐릭터들을 성공적으로 구현시킬 수 있는 배우들이죠.

로버트 레드포드의 경우, 아까 지나치게 나르시시즘에 빠졌다고 했는데, 그 사람 역시 그런 로맨틱한 역을 수없이 해서 단련이 되어 있는 사람이죠. 기술적으로까지 나쁘다는 생각은 안들어요. 그러나 톰 부커는 살아있는 사람보다는 로버트 레드포드 홍보용 전신 사진처럼 보여요.

파프리카 그래도 참 자연스러워 보이지는 않았나요?

듀나 역시 가장 인상적인 배우는 그레이스 역의 스칼렛 요한슨이었던 것 같군요. 신선하고 예쁘고 연기도 잘하고 그레이스라는 캐릭터의 이미지에도 잘 맞아요. 전에 이 배우의 다른 영화를 본 적 있어요?

파프리카 [매니와 로]라는 영화가 있었어요. 괜찮은 영화니까 냐중에 한 번 봐두도록 해요. 그 영화에서도 괜찮았죠.

듀나 내용에 비해 영화가 너무 길었다고 생각해요?

파프리카 아뇨. 전 부담없이 봤어요. 게다가 [호스 위스퍼러]처럼 한가하게 흘러가는 영화는 길어도 상관없어요. 짧고 압축되어야 하는 영화들은 액션 영화들이죠. 이 영화에 느린 호흡은 오히려 맞았어요. 숨가쁜 영화들 사이에서 가끔식 휴식처럼 이런 영화를 맛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잖아요?

듀나 로버트 레드포드는 이 영화에서 화면 비율을 바꾸는 트릭을 쓰고 있죠. 무대가 뉴욕일 때 화면 비율은 1.85:1인데 몬타나로 가면 그것이 2.35:1로 바뀌죠. 그 때문에 관객들은 갑자기 확 기분이 트이는 느낌을 받게 되지만 또 조금은 작위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죠. 제 생각에는 장점이 더 많은 것 같아요.

파프리카 영화 속의 몬타나는 참 넓더군요. 전 '공간이 너무 많다'라고 말했다는 톰의 전처를 이해할 수도 있을 것 같았어요.

듀나 저 같으면 그런 곳에 안 살죠. 애니도 영원히 거기서 살지는 못했을 거예요. 결국 애니는 서울쥐고 톰은 시골쥐죠. 둘은 원래 맺어질 수 없는 사이였어요. 사실 그 사람들이 서로를 사랑하기라도 했었는지 확신 못하겠어요. 로저 이버트가 한 말에 어느 정도 공감해요. 그네들은 서로에 대한 이미지에 더 빠져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런 것을 영화 속에서 조금 더 보여주었으면 어땠을까요? 애니와 톰이 서로에 대한 환상에서 벗어나는 부분을 첨가했다면 영화가 더 사실적이 되고 깊이도 더 강화되었을텐데.

파프리카 꽤 보여주었다고 생각되는데요? 그리고 다이안 위스트가 연기한 다이안은 시골 생활의 로맨티시즘을 꽤 자연스럽게 벗겨주었어요. 그런데 왜 하필이면 갈망하는 곳이 하고 많은 곳 중에서 왜 모로코인지? (98/06/18)

D&P

기타등등

전 이 영화의 영어 자막 비디오를 가지고 있답니다. :-) 이런 걸 보고 충동 구매의 결과라고 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