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로버트 벤튼 Robert Benton

주연
안소니 홉킨즈....콜먼 실크
Anthony Hopkins....Coleman Silk
니콜 키드먼....포니아 팔리
Nicole Kidman....Faunia Farley
에드 해리스....레스터 팔리
Ed Harris....Lester Farley
게리 시니즈....네이던 주커먼
Gary Sinise....Nathan Zuckerman
웬트워스 밀러....젊은 콜먼 실크
Wentworth Miller....Young Coleman Silk
자킨다 바렛....스티나 폴슨
Jacinda Barrett....Steena Paulsson
해리 J. 레닉스....실크 씨
Harry J. Lennix....Mr. Silk
클락 그렉....넬슨 프리머스
Clark Gregg....Nelson Primus
안나 디비어 스미스....실크 부인
Anna Deavere Smith....Mrs. Silk
리잔 미첼....어네스틴
Lizan Mitchell....Ernestine
켈리 워싱턴....엘리
Kerry Washington....Ellie
필리스 뉴먼....아이리스 실크
Phyllis Newman....Iris Silk
마고 마틴데일....심리학자
Margo Martindale....Psychologist
론 캐나다....허브 키블
Ron Canada....Herb Kebble
밀리 아비탈....젊은 아이리스
Mili Avital....Young Iris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포니아 팔리와 콜먼 실크

[휴먼 스테인]의 원작은 필립 로스의 최근작이며 전 아직 읽어본 적이 없습니다. 사실 네이던 주커먼이 나오는 책들은 하나도 직접 읽어본 적이 없어요.

영화를 보기 전에 이 책을 먼저 읽지 않은 건 실수였습니다. 아무리 원작이 뛰어나다고 해도 자기 스스로의 힘으로 설 수 있는 영화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로버트 벤튼의 이 영화는 그런 작품이 아닙니다. 영화는 원작의 각색버전보다는 다이제스트 버전처럼 보이니까요.

영화는 콜먼 실크라는 대학교수의 이야기입니다. 인종차별적으로 오인될 수 있는 말 한마디를 잘못 내뱉은 것 때문에 지난 몇 십 년 동안 자기가 직접 키우다시피한 대학에서 쫓겨난 남자지요. 아이러니컬한 건 실크 자신도 지난 몇 십 년 동안 유태인으로 행세한 흑인이라는 사실입니다. 주커먼이 실크와 교제를 시작한 뒤로, 실크는 험악한 과거를 살아온 34살짜리 대학 청소부인 포니아와 사랑에 빠지는데, 이들의 이야기는 이 영화의 두번째 축을 구성합니다.

영화는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우선 이 영화는 고전적인 'passing'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우린 종종 삽입되는 플래시백을 통해 젊은 콜먼 실크가 40년대의 인종차별적 세계 속에서 왜 그런 거짓된 선택을 내렸는지 알게 됩니다. 영화는 콜먼 실크의 수난을 통해 기계적으로 가해지는 정치적 공정성의 처벌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에 대해서도 이야기합니다. 콜먼 실크와 포니아 팔리의 관계를 통해 우린 '비아그라 먹은 아킬레스'인 나이든 남자의 마지막 사랑과 그들 사이에 놓인 계급의 벽에 대한 이야기를 듣습니다.

모두 흥미로운 주제들입니다. 문제는 이 모든 것들이 유려하게 흐르는 대신 그냥 한자리에 고여있다는 것입니다. 이 영화에서 개념들은 이야기 속에 녹아들지 못하고 유기적으로 통합되지도 못한 채 따로따로 제자리에 고여있습니다. 중요한 사건들은 이미 우리가 수없이 보아왔던 고정된 이야기의 틀 속에 갇혀버리고요. 종종 소설들은 진행되는 스토리와 별개의 속도로 움직입니다. 스토리만 따라가다보면 이런 식의 또다른 속도를 잡아낼 수 없죠. 당연히 소설의 내용 역시 따라갈 수도 없습니다. 바탕에 깔린 강한 인간 드라마의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영화 [휴먼 스테인]이 비어보이는 건 빈 기차가 달려가듯 스토리만 질주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는 그런 것처럼 보입니다. 아까도 말했지만 전 로스의 책을 읽지 않았으므로 단순히 다소 공허해보이는 영화보다 원작이 나을 거라고 가정하는 것 뿐이니까요.)

배우들의 연기 자체엔 별 불만이 없습니다. 안소니 홉킨즈, 니콜 키드먼, 게리 시니즈, 에드 해리스는 모두 능력 있는 사람들이고 이 영화에서도 별 문제는 없습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캐스팅은 덜컹거립니다. 안소니 홉킨즈를 밝은 피부색의 흑인 남자로 받아들이는 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젊은 시절을 연기한 웬트워스 밀러와 연결시키기도 어렵고요. 키드먼은 언제나처럼 열심이지만 이 사람은 이 역을 맡기엔 너무 화려하게 느껴집니다. 아마 원래의 이야기를 끌어가기엔, 영화 전체가 키드먼처럼 지나치게 번지르르했는지도 모르죠. 책이나 구해 읽어봐야겠습니다. (04/03/12)

DJUNA

기타등등

장-이브 에스코피에의 마지막 작품입니다. 그는 이 영화를 마친 뒤 왕가위의 [2046]를 찍는 도중 사망했습니다. 명복을.